정부 ‘경기 둔화’ 우려 8개월째…최종금리 3.75%까지 오를까

이강진 2023. 1.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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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25%P 올려 3.50%로
이창용 “5% 고물가 소비자 기대 높여
공공료 인상 등 물가상승 요인도 남아”
물가수준 상당기간 목표치 상회할 듯
美와 금리격차 확대도 부담으로 작용
최종금리 3.50% vs 3.75% 전망 속
수출부진 등 상반기 경기 변수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새해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데는 ‘5%대 고물가’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아직은 경기 침체 우려보다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논의 여부를 놓고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1.7%)보다도 낮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여전히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달 가공식품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된 점과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 요인을 짚으며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물가 급등세가 다소 완화됐으나, 5%대의 고물가가 소비자의 물가 상승 기대수준을 높여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이 총재는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가면 (국민이) 물가에 관심을 갖고, 5%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가속화돼 부작용을 많이 생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심화하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및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등이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3.25%)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3개월가량의 기간 내 기준금리 정점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3명의 금통위원이 ‘3.5%에서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반면, 다른 위원 3명은 ‘상황에 따라 3.75%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적 목표 수준(2%)까지 하락한 뒤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기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수출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경기침체라고 이야기하기는 성급하고, 경기침체의 경계선에서 데이터를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부의 경기 진단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 진단은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이달까지 8개월째 지속됐다. 특히 이달에는 ‘둔화 우려’ 수준에서 ‘둔화 우려 확대’로 진단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린북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달에 1년 전보다 9.5% 줄어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은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을 중심으로 이달 초순까지도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美 인플레 둔화 조짐… 연준, 베이비스텝 무게

지난해 한때 40년여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미국 물가가 12월까지 최근 5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이 덕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1일 개최할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속도 조절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플랫부시 인근에 있는 파이어니어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6.5% 상승률은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이고,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상승률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특히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CPI가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전월보다 0.3%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1월까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의 3개월 평균 상승률은 4.3%로 1년여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12월에도 CPI 상승률이 완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졌다. 물가 상승 압박이 완화하면서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연준이 다음 달에도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연준은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가 지난달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은 다만 연내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하는 시장의 낙관론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0∼5.25%로 현재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세계경제 충격에 취약… 힘든 한해 될 것”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올해가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 등에 따라 일각에서 나오는 경기 연착륙 기대감에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워싱턴 IMF 본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강하게 높고 생활비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AP연합뉴스
그는 “어떤 위기가 눈앞에 닥쳐 있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계 경제는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특히 예측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언제까지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IMF는 지난해 10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7%로 2022년 3.2%보다 낮춰 전망한 바 있는데,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전망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전날 세계은행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정재계 리더 1200명을 조사한 결과 향후 2년 내 세계에 닥칠 가장 큰 위험으로 ‘고물가에 따른 생계비 위기’가 1위로 꼽히는 등 세계적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루스 카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에 물가와 비용 압박은 지속적이고 크다”며 “단시일 내 글로벌 침체의 위험성은 줄었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불황이 찾아올 가능성은 여전히 70%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만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친 것 같다”며 올 연말쯤 반등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는 중국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회귀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전이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2023년 말이면 2024년 더 높은 성장 궤도를 향한 추세 전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연착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경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강진·유태영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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