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만담(2)_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직업군 '주부'

서울문화사 2023. 1.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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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나를 위해, 혹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자기 계발에 푹 빠진 열혈 주부들의 열정 대담.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직업군 ‘주부!’

박 여사처럼 평소 좋아하는 분야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자격증까지 따고 아예 새로운 직업으로 일을 시작하는 주부도 꽤 많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가장 훌륭한 자기 계발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어요.

전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처음에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라워 카페를 열고 싶었어요.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하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는 바람에 멈칫하게 됐죠. 물론 그 전부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꽃꽂이로 재능 기부 활동은 하고 있었어요. 학교 행사 등에 꽃 장식을 도맡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원하는 부모들에게 꽃꽂이를 할 수 있도록 손질된 꽃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특별한 날이나 행사에 필요한 꽃다발, 꽃바구니 등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꽤 있어 제대로 실습할 수 있었죠. 거의 재료비만 받고 재능 기부 형식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은 거의 없어요. 가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했던 학원에서 소개하는 결혼식이나 행사 등 꽃 장식 아르바이트가 있어 경험도 쌓고 용돈벌이도 했어요. 지금은 제 목표를 향해 경험을 쌓고 공부하는 중이에요.

저랑 남편은 서울에서 사는 삶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 키우고 일하느라 정신없이 지냈는데 아이가 청소년이 되니까 오히려 엄마, 아빠의 손길을 귀찮아하더라고요.(웃음) 그걸 보니까 앞으로 100세 시대를 잘 살기 위해서는 부부 관계가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과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에서 살아보자는 말을 자주 했어요. 당시 한창 ‘디지털 노매드(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원격 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가 대두되는 시기였어요. 제 직업이 웹디자이너라 디지털 노매드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죠. 남편은 5~10년 뒤면 퇴직할 나이예요. 그래서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살자는 목표를 세우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둘 다 영어는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와 원어로 영화 보기 등을 통해 감을 잃지 않으려 하죠. 저는 프랑스어, 남편은 이탈리아를 공부해요. 둘 중 한 사람만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눠 공부하고 있죠. 어학원에도 다니고 유튜브와 SNS 등을 활용하면서 공부하는데 요즘엔 정말 유튜브에 없는 게 없어요. 오죽하면 남편이 “요즘 애들은 학교 안 다녀도 되겠다. 유튜브에서 세상의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네”라고 했다니까요. 시간을 좀 들여 찾아보면 유용한 정보가 넘쳐나요. 그래도 우린 좀 옛날 사람이라 어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해야 마음이 편해요.(웃음)

주위에도 앞으로 은퇴 이후의 삶과 자기 계발을 연결하는 주부가 많아요.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 있는 분야를 찾아내면 그게 새로운 직업이 되더라고요. 친구 중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자신의 집을 직접 인테리어한 친구가 있어요. 소품 하나하나까지 발품 팔면서 6개월 넘게 걸려 고쳤는데, 그 과정을 다 기록해놨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어요. 다들 그 친구의 뛰어난 안목에 놀라 이런 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권유했죠. 그때부터 외국 서적을 번역해가면서 혼자 관련 공부를 하더니 지금은 인테리어 전문가로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원래 직업은 영어 강사였는데 사업가로 변신했죠.

몇 년 전 저랑 함께 그림을 배운 지인도 대학원에 진학하더니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화실을 열어 자신의 작품도 그리면서 성인들을 상대로 미술 수업을 하고 있어요. 학창 시절에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부모가 반대해 미대에 진학하지 못했대요. 연봉도 꽤 높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더 이상 승진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과감하게 사표를 냈어요. 그분은 제가 봐도 정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열정이 넘쳐요. 남들이 한 작품을 완성할 때 두세 작품씩 완성할 정도로요. 성인을 상대로 미술 수업을 하면서 자신과 같이 그림을 좋아하는 동지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이분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남편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지지해주는 거예요. 어떤 분야의 자기 계발을 하든 남편과 뜻이 비슷하거나 남편이 응원해주면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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