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전경련 회장 추대땐 긍정 검토···경총과 통합 필요" [뒷북비즈]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 위상 추락
정부 행사·대통령 순방서도 소외
손경식, 경총·전경련 통합에 적극
김승연, 기업 총수로 '맏형론' 강점
신동빈 등 여타 총수들도 후보군
전경련, 내달 총회열고 회장 추대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통합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 후임으로 손경식 경총 회장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손 회장이 평소 두 단체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해온 데다 허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에 전면적인 조직 쇄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거론되면서 양 단체의 통합 바람이 다시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허 회장은 지난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경련 부회장단과 식사 모임을 갖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 허 회장 후임으로는 손 회장 외에 현 전경련 부회장이자 재계 맏형격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거론된다.
손 회장은 재계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경련 회원사들이 추대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전경련과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의 통합론이 재부상하는 것은 허 회장이 사의를 밝힌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재계 맏형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허 회장이 2011년부터 6회 연속 회장을 맡으면서 위상 회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계 대표 단체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한 전경련에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의 통합 모델은 2002년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이 통합, 출범한 현 게이단렌이 유력하다. 두 단체의 설립과 통합 과정이 국내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평소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연구단체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올라 양 기관이 실제로 통합된다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차례로 탈퇴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재가입할 명분도 생긴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허창수 회장(GS그룹 명예회장)과 권태신 상근부회장이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새 정부 들어서도 쇄신 요구에 부응하거나 조직 위상을 제고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인하, 반도체 부문 세제 혜택 등이 야당의 반대로 용두사미가 되는 과정에서 재계 대표 단체로서 책임을 통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 전경련 부회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과 같은 중량급 인사가 맡아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3일 재계에서는 이번 허 회장의 퇴진을 매우 이례적인 결단으로 해석했다. 임기를 고작 한 달 앞두고 물러난 탓에 후임자 후보군을 이미 어느 정도 낙점해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허 회장은 2011년부터 6회 연속으로 전경련 수장을 맡았다. 전경련 역사상 최장수 회장이다. 허 회장은 2017년·2019년·2021년 회장 교체기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음에도 마땅한 후보가 없어 회장직을 계속 맡았다. 사단법인인 전경련은 회장 임기가 끝나는 해 2월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추대한다.
한때 경제 단체 맏형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직후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롯데·한화 등 일부만 회원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보다도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경련은 현 정부 들어서도 위상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 단체장을 불러 모으면서도 허 회장은 호출하지 않았다. 당시 자리에는 대한상의의 최 회장, 경총의 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만 모였다. 허 회장은 이달 14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에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도시락 오찬 회동,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 때만 해도 허 회장을 꾸준히 초청하다가 연말 연초 들어 분위기가 급변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아 전경련을 직접 조사했던 이력이 있다.
재계에서는 후임 전경련 회장으로 노동·규제 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추진력 강한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은 2005∼2013년 대한상의 회장도 맡은 바 있는 재계의 대표적인 원로 기업인이다. 일각에서는 2002년 일본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의 통합 사례처럼 전경련과 경총이 손 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합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단체가 합병하게 되면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전경련 소속으로 복귀하게 된다. 다만 두 단체 간 실질적인 통합은 현행법상 문제 등을 극복해야 해 장기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전경련 회원사 가운데에서는 경륜과 재계 위상 등을 고려할 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적임자로 분류된다. 1991년부터 32년째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이전에도 회장 교체 시기 때마다 유력 후보로 수차례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한화그룹은 현 정부가 수출 종목으로 관심을 갖는 방산 사업의 최선두에 선 데다 전경련 내에서도 재계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롯데그룹 신 회장의 경우는 전경련 회원사 중 재계 순위가 가장 높아 각계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권 부회장 후임으로는 수출 업무 경력이 많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이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협회 부회장 출신인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정만기 현 무역협회 부회장은 모두 산업부 출신이다. 이 가운데 이 수석과 우 부회장, 정 부회장은 행정고시 27기 동기로 각별한 유대감까지 공유하고 있다.
전경련은 다음달 초까지 이웅열 명예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전면적인 조직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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