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100조 적자인데…재정준칙 국회 논의 전무 공염불 되나

임하은 기자 2023.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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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1~11월 관리재정수지, 100조 육박
중앙정부 채무 1045.5조원…전망치 웃돌아
기재부 "경기둔화 우려, 확대될 것" 전망
"추경 말할 게 아냐…빠른 법제화 바람직"
"법제화 너머 취지에 맞는 운영 대비해야"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해 재정적자가 100조에 육박하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 정상화를 위해 마련한 재정준칙의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정부는 그 시급성을 누차 강조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법제화로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관리재정수지는 98조원 적자로 거의 100조원에 육박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지표로 실제 정부의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정부는 2차 추경 편성 당시에 지난해 12월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110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가 올해도 적자를 기록하면 2008년 이후 15년 연속 적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0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준 중앙정부의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는 연 1회 산출)는 1045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차 추경 당시 전망치 1037조7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 1월호에서도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경제동향에서 처음 '경기 둔화 우려'를 밝힌 후 8개월째인 이번 발표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통화긴축 속도, 중국의 방역상황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주요국 성장둔화 및 러·우크라 전쟁 향방 등에 따른 세계경제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1.12. photo@newsis.com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7%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을 한국은행의 예상치보다 낮은 1.6%로 전망했다.

경기가 악화할수록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지지만 그만큼 재정에 구속력을 더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준칙의 법제화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9월13일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길 때는 적자 한도를 2%로 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안에 통과시키려 했으나 무산됐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준칙 관련 국가재정법이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되지 못한 거는 유감스럽다"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소위원회 안건으로 회부된 상태여서 내년 1월, 늦어도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야당과 국회 협조를 얻어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 간의 곱셈식을 준칙으로 시행령에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정부의 의지와 달리 국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은 법인세와 달리 야당에서 논의를 거부하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기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법제화 중요성을 국회에 설명해 드리고 빨리 논의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1월 임시국회는 야당 의원들 다수가 자리를 비우는 등 방탄 국회 중이고, 국가재정법 안건은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에서도 논의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재정준칙이 빨리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급한 법제화보다는 취지에 맞는 실질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올해 예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2.56%로 잡았다. 이는 경기가 악화할 걸 충분히 생각하고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일부 가져간 것"이라며 "이미 재정지출을 총수입보다 많이 가져간 상황에서는 추경을 말할 게 아니라 재정준칙을 더 도입해야 한다. '지키도록 노력하자'는 신의칙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법제화가 빨리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준칙은 있으면 훨씬 좋다. 문제는 단지 법제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취지에 맞는 운영이 이뤄지는 것이다. 기재부는 아직 거기까지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당장 필요한 건 맞지만 다른 민생법안들에 비해 우선순위에 있는 법안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여당 입장에서도 경기가 안 좋아져서 적자 지출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준칙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7월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대비 -5.2%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이전(-2.8%) 수준인 -3.0% 이내로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49.7% 수준인 국가채무비율도 역대 정부 평균 증가폭인 5~6%포인트(p) 정도로 관리해 2027년에는 50% 중반대를 목표로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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