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사치품 모피, '트렌드'에 민감한 북한 여성에게 판매될까?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 '검은 토끼해'인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토끼는 북한 가정과 단체에서 전투적으로 기르는 동물로, 청년동맹뿐만 아니라 소년단, 여성동맹에 이르기까지 전 군중적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국가 산업과 국방력 강화에 헌납하는 애국의 동물이기도 하다.
올해도 여성동맹은 누에치기와 더불어 토끼 기르기로'좋은 일하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새해 다짐을 신문에 발표했다.(노동신문, 2023년 1월5일 자) 토끼 기르기는 90년대 후반부터 "풀과 고기를 맞바꾸자"며 염소, 닭 등 풀 먹는 집짐승을 사육하도록 독려한 당 정책과 연관이 있다. 북한에서 부족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부드러운 털과 가죽을 제공하는 토끼는 북한의 겨울옷에서 따스함을 더하는 천연모피로도 사용된다.
천연모피 제품은 예로부터 무역품, 진상품, 공물로 상류층이나 외국 사신 선물로 제공된 귀한 품목이었다. 모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물 학대 논란에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어떤 모피인지 종류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는 희소성 때문에 과시 심리와 맞물려 겨울유행을 이끄는 패션 아이템으로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
토끼에 비해 고가인 여우, 밍크 등 천연모피는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대부분 국가에서 대북제재 수출입 금지품목들에 속한다. 과거 북한은 유럽, 아시아, 남미에 모피 수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70년대 후반 산업미술 도안 작품에서도 모피를 수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예술>에 소개된 백락도가 그린 <조선모피제품>(좌측 이미지)은 수출용 광고로 국문뿐만 아니라 영문도 표기되어 있으며, 남성복과 여성복, 모자와 목도리까지 다양한 모피 상품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당시 생산된 제품의 수준을 알 수 있게 해준다.
2015년 외신은 북한의 영문잡지 'Foreign Trade'(2015)에 실린 태흥모피무역회사의 상품들을 소개하며 모피 무역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었다.(Leo Byrne, NK NEWS 2015년 6월) 당시 외신은 탈북민의 :북한에서 모피 무역은 들어본 적 없다:는 인터뷰 내용도 전하였다. 사회주의인 북한에서, 더욱이 인민생필품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고가 사치품에 속하며 온몸을 감싸는 모피의류를 공개적으로 팔기는 좀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목도리와 팔목 장식으로 모피를 활용한 북한의 고급 의상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종종 매체에 노출되곤 한다.
북한의 모피 장식 코트는 5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응원단의 단체복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응원단 외투와 모자에 달린 윤기 있는 검정 모피와 현송월 단장의 은여우 빛 목도리까지, 북한사람들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이들의 스타일은 남쪽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처음으로 매체에 얼굴이 공개된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도 토끼털로 보이는 하얀 털로 어깨를 감싸는 고급 패딩을 입고 있었다. 북한에서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호명될 정도이니 그녀가 입었던 옷이 인조모피가 아닌 천연모피로 만들어졌으리라 생각된다. 같은 달 27일 엄마와 더 닮아져 등장한 두 번째 공개 행보에서도 김주애는 점잖은 검정 모직 코트를 입고 나와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외투의 카라와 손목에 윤기 흐르는 검정 천연모피 털이 덧대어 있었다.
북한 산업미술에는 여러 세부 분야가 있지만, 경공업에 속하는 의상도안 특히 여성복 도안은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하다. '여성스러움'과 '민족성'의 강조는 북한 의상도안에서 바뀌지 않는 특징이지만, 의복의 색상, 형태, 장식, 소재로 변화하는 북한 사회를 은근하게 반영한다.
2022년 하반기 여성옷 전시회에서 금은피복공장 책임자가 "지금까지 남자 옷을 전문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처음으로 여성옷을 만들어 내놓았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북한 내부에서 여성 패션의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인 듯하다. 과거에 비해 점점 밝고 화려하며, 다양한 옷을 선호하는 북한 녀성들이 '우리가 만든 옷', '미학과 편리성이 보장된 도안'이라면 언젠가는 모피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전시회를 살펴보며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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