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2023 시진핑경제…'새가 새장에 맞춰야'
경영간섭 가능한 황금주로 활용
황금주, 의사결정에 거부권 보장
텐센트 황금주 인수 마무리 수순
왜? "기술기업 통제권 강화 의도"
바이트댄스ㆍ웨이보는 이미 확보
"새장보다 큰 새들은 필요 없다"
새장경제론으로 길들인 빅테크
방역 해제로 서비스경제 기지개
'당 통제 빅테크' 활동성 주목돼
다시 서울을 비롯해 서해안 일대 하늘이 미세먼지로 덮히기 시작했습니다. 북서풍이 부는 계절, 마침 제로코로나를 밀어붙이던 중국이 돌연 방역 해제를 결정하면서 중국 사회가 깨어나고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 에너지 산업이 기지개를 켜는 시점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3년 간 맑은 서울 하늘을 만끽했던 우리로선 다시 눈이 따끔하고 숨이 턱 막힐 수 있는 대기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 같습니다.
우리 하늘을 장기간 청명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변수 중의 하나가 중국의 정책이라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어디 이사 갈 수 없고 이 때문에 이웃을 바꿀 수도 없는 지리적 현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위드코로나 이후 경제 노선에 대해 예민하게 신경을 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금주는 뭘까요. 일종의 조커 같은 주식입니다. 주식 보유 물량이나 비중에 관계없이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입니다.
1984년 영국 브리티시텔리콤(BT) 민영화 과정에서 처음 도입됐죠. 민영화 이후에도 공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BT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죠. 물론 현재는 거의 사장된 제도입니다. 유럽에서 주주평등 원칙 위배 등의 이유로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잊혀진 이 제도가 중국에서 부활한 겁니다. 빅테크를 당의 통제력 안에 두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4일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이 알리바바 디지털 미디어 자회사의 지분 1%를 보유 또는 인수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앞서 FT는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분 1%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왜] 칼럼에서 자주 얘기하곤 했던 '새장경제론'은 이 지점에서 유감없이 설명력을 보여줍니다. 새는 새장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장을 벗어나려 하거나 새장보다 몸집이 커지는 건 안됩니다. 그런 새는 새장 관리인에 의해 배척되거나 새롭게 길들이기에 들어갑니다.
배척의 대표적 케이스가 알리바바 마윈입니다. 며칠 전 SCMP를 보니 앤트그룹은 “마윈 등 4명이 지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던 것에서 추가로 앤트그룹 경영층과 사원 대표 등을 합쳐 10명의 자연인이 주요 주주로서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정으로 앤트그룹의 의결권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던 마윈의 의결권이 개인 지분 6.2% 만큼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마윈은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여러 법인을 동원해 앤트그룹의 의결권을 보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이 큰 그룹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길들이기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는 등 기업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결국 디디추싱은 스스로 뉴욕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최근 디디추싱의 앱스토어 복귀를 승인했다고 하는군요.
자, 시계를 2~3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만 해도 중국공산당(중공)이 왜 저러나 싶어 온갖 추측이 나오고 예단과 오판이 난무했지만 시간이 흘러 현 시점에서 보면 잘 길들여진 상태에서 새로운 경제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22년 경제공작회의 직전 중국은 2022~2035년 내수 확대를 위한 장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5년부터 '공급 측 개혁', 2020년부터 '(국내외 경제)쌍순환 전략'이었는데 앞으로는 '대(大)소비'로 성장 전략을 바꿨습니다. 제조기지 중국에서 이젠 세계 3대 시장 중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원동력은 내수와 서비스 산업입니다.
따라서 잘 길들여 고분고분하고 뭘 하는 지 다 볼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을 전면에 배치해 대소비 경제 시대를 질주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다시 중국이 뛸 채비를 끝내고 있습니다. 당과 국가의 힘은 베이징 하늘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하늘까지 바꿀 정도로 위력적입니다. 지난 3년간 당과 국가의 개입이 못마땅했던 빅테크 민영기업은 야성을 잃고 고삐가 채워진 순둥이가 됐습니다.
새장 넓은 지 모르고 활개치던 새는 이제 새장의 한계를 봤고 그 한계를 내면화했습니다. 이런 새들이 핀테크를 개척했던 알리바바 같이 다시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어떨지 함께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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