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윗선 3명 무혐의, 도의적 책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핫이슈]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구속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처리했고, 윤희근 경찰청장 또한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했다.
이로써 이 장관 등은 아직 검찰 수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사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찰은 ‘윗선 무혐의’ 처분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특정지역의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해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고, 이를 막을 구체적 주의 의무도 없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수본 발표처럼, 무조건 상급기관이라고 해서 의무도 없는데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번 발표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수긍하느냐 여부다.
일각에선 “용두사미 수사” “셀프수사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이번 특수본 수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특수본이 독립적으로 수사한다고 했지만, 경찰로 구성된 특수본이 경찰 수뇌부를 겨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처음부터 의심의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법 하다.
참사 발생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기에 앞서 확실한 사법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인데, 야당에선 이를 두고 ‘이 장관 감싸기’라고 성토했다.
이 장관과 윤 청장으로선 이번 발표로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해서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장관과 경찰청장 자리는 누가 뭐래도 재난대비와 안전업무의 최고 책임자들이다.
더구나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겸허한 자세로 신속한 수습에 나서기보다,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발언으로 되레 논란을 빚었다.
법조인 출신인 이 장관으로선 참사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피력한 발언이었겠지만,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장관이 지난 6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정부를 대표해,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 정도로는 유족과 국민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기에 부족하다.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기회가 될 때마다 진심어린 자성과 사죄를 하고, 유족들도 찾아가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다독여줘야 한다.
특히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에 참여하지 않아 발언 기회마저 묻힌 유가족들을 꼼꼼히 챙기고 세심히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도 이번 참사를 더 이상 정략적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된다.
민주당은 특수본 발표 직후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 장관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는데, ‘법적 책임’이 없는데도 무조건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그런 식이라면 성남FC 후원금, 대장동-백현동 특혜의혹, 변호사비 대납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부터 당장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는게 옳다.
사회학자 볼프강 슐루히터가 ‘가치 자유와 책임 윤리’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는 선동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허물과 잘못은 손바닥으로 가린 채, 상대의 티끌만 끄집어 자극적인 선동을 남발하는 것은 정쟁을 부추기고 국론만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다.
참사의 정치화는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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