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살아있다①] "2025년에 백두산 대폭발?"…사실은
기사내용 요약
2025년 백두산 분화 가능성 재조명…SNS 등에서 이슈 재생산
전문가 공통 의견, "단기적으로 백두산 분화 특별한 징후 없어"
"하지만 언제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상시 모니터링·연구 필요 지적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전 세계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화산이 있다. 인류사에 딱 다섯 번 있었던 슈퍼 화산폭발 중 하나로, 최근 재폭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화산이다."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 강연자로 출연한 한 과학 칼럼니스트가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강연자는 백두산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개하며 과학자들이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고 전했고, "화산 폭발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송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해당 내용을 짜깁기한 숏폼 콘텐츠(유튜브 쇼츠 등)와 글이 재생산되며 백두산 분화 이슈가 수면 위로 올랐다.
연이은 화산·강진 활동…지구촌 주민은 떨고 있다
"백두산, 100년에 한 번씩 터졌기 때문에 2025년에 폭발한다?"
느닷없이 백두산 화산 활동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땅속 기류가 심상치 않아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지진과 화산 분화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통가 해저 화산 폭발을 시작으로 7월 일본의 사쿠라지마 화산, 12월 인도네시아 스메루 화산이 폭발했다. 특히 사쿠라지마 화산은 연기가 5000m까지 치솟았는데 일본 기상 관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인도네시아 스메루 화산 분화는 1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스메루 화산은 지난 2021년 12월 폭발해 51명의 사망자를 낳았는데 1년 만의 재분화로 동자바섬 주민 2000여명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국지적으로 강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에선 규모 7.7, 11월에는 인도네시아 규모 5.6 지진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이들 지진과 화산 활동 대부분은 '불의 고리'라는 별명의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발생했다. 화산 활동과 지진이 잦은 곳이지만 최근 들어 크게 활발해지면서 지구촌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여론 역시 백두산 분화를 경계하고 있다. 최근 제주 서귀포, 충북 괴산, 인천 강화 지진이 이어지자 2025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조 아니냐는 우려의 댓글도 달렸다.
백두산 2025년 분화설은 백두산 분화 100년 주기설에서 출발한다.
백두산은 946년 대폭발 이후 지난 1000년 동안 세기마다 최소 1번 이상 분화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백두산 분화 기록이 1925년이기 때문에 100년에 한 번씩 분화한다고 가정하면 2025년에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 초중반 백두산 화산 활동이 활발했다는 연구 결과도 이 가설에 힘을 실었다. 이윤수 전 포항공대 환경과학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백두산 천지 칼데라 내부 지하에서 발생한 화산성 지진은 약 8000회 이상 있었고, 가장 많을 때는 한 달에 약 250회 가까이 발생한 바 있다. 온천수 온도도 섭씨 83도까지 올랐으며 화산 가스가 새어 백두산 정상 인근의 나무들이 말라 죽기도 했다.
"현재 특별한 징후 없다"
"하지만 백두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전문가들은 2025년에 정확히 백두산이 분화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중순까지 백두산 천지에서 화산 활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데이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의 화산성 지진 활동은 한 해 100회 이상 기록하는 등 평균치보다 높은 기록을 보였다. 백두산 화산성 지진 활동은 평균적으로 연간 40~50회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현재 지진 활동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화산 가스 방출이나 온천수 온도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발생한 제주 서귀포, 충북 괴산, 인천 강화 지진이 백두산 분화 전조 현상이라는 일부 네티즌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규모가 매우 큰 지진이 인접 지역에 있는 화산 활동을 가속화하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에 최근 있던 지진들은 백두산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1925년에 백두산이 분화했다는 기록도 학계에 의견이 갈린다. 소련과학원 원동지부 연구진이 1925년 화산재와 수증기가 백두산 천지 안에 솟구치는 걸 봤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연구단장은 "해당 문헌이 현재 북한에만 남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1903년 백두산 천지에서 소규모의 분화한 기록이 공식적인 기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뚜렷하게 화산 활동을 하고 있는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 천지 하부 5~7㎞ 밑에 마그마방이 있다. 화산성 지진이 천지 칼데라 내부 지하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온천수 온도도 다른 화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제 폭발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수 전 교수도 "서기 79년 폼페이를 덮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인 62년에 대규모 지진 등 전조 현상이 있었다"며 "2000년대 초중반에 활발했던 화산 활동이 추후 백두산이 폭발할 만한 전조 현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백두산 폭발 시기를 예측하려면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백두산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대표적으로 부산대 화산특화연구센터가 있다. 기상청 지원으로 2018년 설립된 이곳은 백두산 분화 조기경보·예보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화산감시체계 고도화를 목표로 중국 연구진과 백두산 분화 이상 징후를 관측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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