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검토 접경지역 가보니...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
우리 정부는 구체적으로 대북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재개 등을 검토 중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심리전에 해당한다면서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예전에 우리 대북확성기를 겨냥해 포탄 공격을 가한 적도 있었잖아요?
◀ 김필국 앵커 ▶
그래서 접경지역 주민들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는데요.
최유찬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인천 강화군 최북단 교동도 마을, 북한 황해도 연백군까지 거리는 2km에 불과합니다.
제 뒤로 보이는 저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 황해도 마을입니다.
5년전만해도 이곳에 이동식 대북확성기가 설치돼 조용할 날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정적만 감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만 해도 이 고요한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남과 북에서 쏟아내는 대출력 확성기 소음에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서옥순/교동도 주민] "여기 방송(대북)은 여기서 틀고, 저기 방송(대남)은 저기서 틀고, 저녁이랑 새벽에 그렇게 (확성기 방송을)틀었어요, 시끄러웠지.. <방송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이 나왔어요?> 욕도 했다가 한국사람 욕도 했다가 서로 욕했지 뭐.."
참다못한 주민들은 2015년 이곳 군부대에 설치된 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국방부에 탄원을 했습니다.
[황교식/교동도 주민] "(북한이) 포사격을 한다고 그래서 주민들이 (대북확성기) 스피커 좀 철거해달라 하니까, 철거는 힘들고 대신에 (부대 내) 방송을 안하고 이동식 스피커로 방송하겠다해서 거기서 했죠."
이 마을이 다시 조용해진 것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받아! 받아!"
그때부터 5년간 마을에는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MBC 뉴스특보/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1대가 서울 상공까지 비행한 것으로 합참이 밝혔습니다."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이같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안보실에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구체적 조치로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전광판, 전단 등을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 없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법적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군도 보관중인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를 그동안 계속 점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언제든 방송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확성기 같은 경우에는 이동장치가 있기 때문에 즉각 실행이 가능하고요. 통일부 법리 검토는 이미 9.19 군사분야 합의 효력 정지만 되면 심리전 재개가 가능하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휴전선 인근 전방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쪽으로 최대 24km까지 퍼집니다.
북한 군부대 뿐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들에게까지 북한이 감추는 정보가 전달되는 겁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2017년 2월]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신원 미상 여성 2명의 공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뉴스에서 남한 대중가요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2017년 2월]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모두 북한이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와 체제 이완을 우려해 강력히 금지하는 내용들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한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 특히 전방 지역 장병들의 사상 상태에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문에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강력한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해왔고 북한은 강력히 반발해왔습니다.
따라서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북한 압박에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실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 그다음에 장비를 준비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북한에게는 상당히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에 더해 일부 민간단체는 전단 10만장을 풍선이 아닌 드론으로 북한에 살포한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알 권리를 박탈당한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접경지 주민들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8월,
[대피방송/2015년 8월] "현재 시각 연천군 지역에 적의 포격이 예상되므로 실제 경보를 발령합니다."
실제로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로켓포 타격을 가한겁니다.
당시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정전협정 위반이자, 실제 전쟁행위인 '심리전'에 해당한다면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선전포고'와 전면전쟁으로 간주한다고 위협해왔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적대적 행동을 유발하는 행동에 대해서 금지하는 부분이 아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런 행위가 일단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을 하는"
만약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살포를 재개할 경우 북한이 또다시 우리 영토에 포사격을 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확성기 방송을 통해서 상대의 자극을 끌어내고, 그것 때문에 군사적인 위협을 느끼고 또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일상에서 사는 주민들과 국민들은 어떤 면에서는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은데 거기에 대한 위협을 감수하거나 감내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확성기 방송을 의식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남북이 모두 강대강 대응을 천명한 상황.
그 대치의 최전선에 삶의 터전을 둔 주민들의 불안은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김은순/교동도 주민] "편안해 질 줄 알았죠, 근데 뉴스보면 자꾸 그런 소리가 나오니까 또 시작인가 하는 소리도 있죠. 우리들이야 그냥 쫓아가는거죠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4555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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