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선발=승리투수'는 하늘의 별따기, 불펜 벌떼 운용에 승부 달려…투수와 타자 적극적 '공격 야구' 예상
'선발보다는 불펜 운용에 승패 갈린다'
바로 투수 보호를 위한 투구수 제한과 투구 수에 따른 강제 휴식일 때문이다.
WBC는 연습경기부터 투수들의 투구수를 제한하고 있다. .
연습경기에서 투수는 최대 49구밖에 던지지 못하고 본선 1라운드에서 65구, 8강 토너먼트에서 80구, 준결승 이후 최대 95구로 개인 투구수가 제한된다. 타자를 상대하는 중에 제한 투구수가 넘어서면 해당 타자까지만 상대하고 교체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투구수와 연투에 따른 강제 휴식일도 있다. 30개 이상을 던지면 하루 휴식, 50개 이상이면 나흘 휴식을 해야 되고 이틀 연속 연투를 하면 투구수에 관계없이 하루를 쉬어야 한다. 또 한 투수가 더블헤더에 연거푸 출전할 수도 없다.
이 같은 규정이 생긴데는 슈퍼스타들이 많은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 규정탓에 선발투수의 비중이 한결 줄어들고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불펜도 1이닝씩이나 혹은 1타자를 상대하고 물러나는 원포인트 릴리프를 활용해야 할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매게임 마다 투수들이 최소 5~6명 이상 투입해야 하는 '벌떼 작전'으로 경기를 치루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번 WBC 대표팀 엔트리 30명 가운데 15명이 투수다.
이 가운데 베테랑 김광현(SSG) 양현종(KIA)을 비롯해 고영표 소형준(이상 kt) 원태인(삼성) 박세웅(롯데) 구창모(NC) 곽빈(두산) 이의리(KIA) 김윤식(LG) 등 10명이 선발투수다. 불펜은 고우석 정우영(이상 LG) 이용찬(NC) 김원중(롯데) 정철원(두산) 등 5명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이미 투수들의 보직 파괴를 선언했다.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과 양현종은 베테랑으로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할 때 쓸 것이다. 선발과 마무리, 중간 보직의 구분 없이 중요한 순간에 두 선수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예 선발로 기용하지 않고 불펜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바로 투구수 제한과 이에 따른 강제 휴식을 감안한 조처다.
즉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던 5명이 선발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선발 10명은 모두 불펜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불펜 경험이 많지 않은 선발투수들이 불펜으로 나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1차전 호주, 2차전 일본전에 승부를 걸어야 해 선발보다는 불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3차전 중국, 4차전 체코가 전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야구는 다른 어떤 경기보다 이변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이 바람에 이번 WBC를 계기로 야구의 새 트랜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투수들이 유인구를 던지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항상 자신있는 주무기로 상대 타자들을 욱박질러야 하고 덩달아 타자들도 적극적인 타격으로 말 그대로 '투수와 타자 모두 공격적인 야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WBC에서는 연장전 승부치기의 규정도 일부 바뀌었다.
2013년 제3회 WBC에서 처음 도입한 승부치기는 올해부터 정규이닝이 무승부가 되면 연장 10회부터 곧바로 승부치기에 들어간다. 종전에는 연장 11회부터 승부치기를 시작했었다.
승부치기에서 주자도 달라졌다. 지난번까지는 주자를 무사 1, 2루에 두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2루에만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소위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로 메이저리그에서 이슈가 된 '오타니 룰'도 적용된다. 선발투수 겸 타자로 출전한 선수가 있다면 마운드에서 내려 오더라도 지명타자로 남아 계속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타이 쇼헤이(LA 에인절스)를 고려해 이 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래저래 달라진 규정이 WBC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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