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이 ‘유일한 사랑’,‘신부의 화관’ 산사나무[정충신의 꽃·나무카페]
■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노동절과 밀접 ‘메이플라워’, 중국 탕후루(糖葫芦) 간식
오월의 雪花, 구월의 검붉은 능금, ‘山査子’ 한방약재
북한은 ‘찔광나무’, 순우리말 아가위나무, 산리홍 별명도
앙상한 겨울나무 아래 녹색 융단 이끼와 새하얀 잔설 위에 보석같이 빨간 열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산사나무 열매다. 겨울 배고픈 새들의 먹이로 안성맞춤이다.
올해 2월 경기도 남양주시 한옥레스토랑 ‘고당’ 뒤뜰의 소담스런 풍경은 눈송이 같은 하얀꽃이 피는 5월과, 담쟁이 덩굴과 함께 빨간 열매가 열리는 가을과는 또다른, 컬러풀한 진경(珍景)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산사나무는 장미목 장미과에 해당하는 낙엽교목이다. 산사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아침 나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열매가 작은 사과를 닮고 사과의 맛과 향이 난다고 ‘산에서 나는 사과나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한자명 산사(山査)는 ‘산에서 나는 풀명자나무’라는 의미가 있지만 정작 풀명자나무(Chaenomeles japonica)는 전혀 다른 종에 해당한다.
5월이면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듯 설화(雪花)를 연상케 하는 꽃무리가 주변을 환하게 한다. 겨울로 들어서기 전 가을이면 유난히 능금처럼 생긴 검붉은 열매를 가지가 꺾일 만큼 가득 매달고 웃고 있는 나무다.
개화시기에 벌과 나비의 날갯짓이 끊이지 않는다.봄철 찔레꽃 등과 많이 닮아 구분하기 힘든데 잎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 산사나무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잎면이 광택이 난다.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 모양으로 끝부분이 뾰족한 심장 모양으로 여느 봄꽃 잎과 차이가 난다.
산사나무의 별칭 산리홍(山里紅)은 호젓한 산길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기도 하다. 순우리말로는 아가위나무라 부른다. 북한에서는 가시가 있고 잎에서 광택이 난다고 ‘찔광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이광나무, 야광나무, 뚱광나무, 찔구배나무, 산사목, 적과자, 산조홍이라고도 한 한다.
산사나무 영어이름은 차이니즈 호손( Chinese Hawthorn)이다. 겨울 열매가 특히 아름다운 품종으로 ‘윈터 킹(winter king)’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방미 때 미국 버지니아주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을 방문해 심은 나무가 산사나무였다. 문 대통령은 “별칭이 윈터 킹인 산사나무는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심는다”고 했다.
산사(山査)나무는 귀신으로부터 집을 지킨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 산사나무의 붉은색과 귀신을 쫓는다는 동지 죽의 붉은 팥죽이 상통하나 봅니다. 예수가 이 나무의 가시에 찔려 흘린 피의 공덕으로 가지를 옷에 꽂아놓으면 벼락을 피할 수 있고 집 안에 놓으면 화를 면할 수 있다는 서양의 벽사 신앙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결혼하는 신부의 화관을 이 나무의 작은 가시로 장식해 성스러운 결혼식에 마귀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주술적 의미의 축복을 상징한다. 영웅이나 성자가 산사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으면 거기에서 뿌리가 내려 잎이 나고 꽃을 피웠다는 전설이 무성한 나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호손(Hawthorn)’이라 부르는데, ‘벼락을 막는다’는 의미다. 산사나무가 벼락이나 불행을 막아 준다는 의미다. 해리포터 이야기에서 드레이코 말포이의 지팡이가 이 산사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산사나무는 동서양에 두루 자라는 나무다. 산사나무는 서양사에 깊이 개입돼 있다. 서양에선 오월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 유럽인들은 5월1일 노동절을 ‘메이데이’라 부른다. 유럽인들이 이날을 기념하며 장식한 꽃은 5월이면 지천으로 폈던 ‘산사나무꽃’이었다. 유럽인들은 산사나무를 ‘메이플라워’라 부른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102명을 태우고 1620년 영국을 떠나 신대륙을 향한 배의 이름도 같은 ‘메이플라워’다.
1891년 5월 1일 프랑스 노르 지방의 푸르미라는 소도시에서 피에 물든 노동절 시위가 발생한다. 이 시위에서 군인들의 발포로 마리 블롱도라는 18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다.흰 옷을 입은 18살의 여성 노동자 마리 블롱도는 산사나무 꽃을 한아름 안고 노동절 시위 행렬에 참가했다. 프랑스군의 무자비한 발포로 블롱도는 꽃다운 나이에 희생됐다. 블롱도는 노동절의 상징이 됐다. 그녀의 죽음 이후 노동절은 ‘메이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산사나무의 꽃말은 ‘유일한 사랑’이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영화화한 ‘산사나무 아래’는 광기의 문화대혁명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0년 중반이 시대 배경이다. 중국인 여성 징치우가 이십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첫사랑 쑨젠신을 추억한 회고록을 작가 아이미가 소설화한 것으로,중국 성애소설의 성전으로 불린다. 소설 속 산사나무 붉은 열매와 꽃은 가슴절절한 순애보를 상징한다.
동양에서 산사나무는 한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돼 있다. 국내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자생하며 꽃과 열매 등이 아름다워 조경용 나무로도 인기가 있다. 5월에 흰색과 담홍색으로 꽃이 핀다. 홍화산사나무라 불리는 붉은 담홍색꽃은 너무나 아름다워 정원수로 손색이 없다. 꽃잎은 5개이고 둥근 모양이며 수술은 20여개로 수술의 꽃밥이 붉고 암술대는 3∼5개다. 열매는 엄지손톱 크기의 사과 모양으로 둥글며 흰색 점이 있다. 흰 점이 없으면 서양산사나무다. 9∼10월은 붉은 색이나 노란색으로 익는다. 꽃받침이 떨어져 나간 곳이 별 모양으로 특이하다.
줄기와 가지는 아교목으로 목질이 매우 단단해 생활 도구에 잘 활용된다. 꽃말은 유일한 사랑이다.
잘 익은 열매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산사자(山査子)’라 부른다. 열매를 잘 말린 것을 ‘산사육(山査肉)’이라고 해 위와 소화를 돕는 약재로 사용한다.산사는 비타민C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영양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칼슘 함량이 아주 높기 때문에 노인이나 소아, 임산부에게 양호한 영양가치가 있다. 그러나 맛이 시기 때문에 변비 환자나, 위산과다, 소화성 궤양 환자는 주의해서 써야 한다. 또한 산사는 여러 가지 균에 대해서 항균 작용이 뛰어나고 혈관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서 혈압을 내려주는 작용이 있고, 심장의 근육을 강화 조절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심장병 환자나 심혈관계통 등 여러 가지 질환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잘 내려 주어서 비만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육류 요리에 사용하거나 육류를 먹은 후 소화를 돕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산사자와 산수유 열매로 빚어 배상면도가에서 제조한 산사춘(山査春)은 배상면주가에서 제조해 전통술로 입지를 다졌다. 산사춘은 육류에 잘 어울리는 약주로 인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산사자를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한다. 특히 산사자에 설탕물을 발라 만든 탕후루(糖葫芦)는 양귀비가 즐기던 음식으로 중국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라고 한다.거리에서 흔하게 꼬치에 꿰어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당호로는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즐겨 등장하는 후식이라고 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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