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해진 윤심·친윤 공세…'해임' 나경원 출마 발목잡나

기사내용 요약
尹, 나경원 두 개 직서 해임…전대 출마 반대 의사 분명
친윤 세력, 나경원 행태 맹공…"반윤 우두머리 되려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1.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이지율 정성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에서 해임하며 나 전 의원의 전대 출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해 친윤계도 나 전 의원의 행태를 '반윤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윤심이 나 전 의원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당원들에게 전달되면서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친윤계의 파상적인 공세는 나 전 의원을 고립시킬 수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당원 대상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당내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후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은 같은날 오전 저출산위에 대리인을 보내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다만 기후환경대사 사직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 전 의원 측은 기후환경대사도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받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까지 회수하고 나 전 의원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형태가 아닌 해임권을 행사하는 형태를 택했다는 점은 나 전 의원을 향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윤계 의원은 뉴시스에 "이 의원은 "해임까지 갔다는 얘기는 대통령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는 뜻"이라며 "어제만 해도 나 전 의원을 아끼고 있다는 멘트가 용산발로 나왔는데, 이거는 일개 원외위원장 주제에 대통령을 능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해임에 맞춰 나 전 의원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빗대 공격하고 나섰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자객 공천'과 '당원권 정지 징계' 등으로 정치적 입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익을 위해서 세일즈하러 나가는 대통령의 등 뒤에 사직서를 던지는 행위가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길이냐"며 "당에 분탕질하는 게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아닌가. 나경원이라는 바위가 윤석열 정부라는 역사의 큰 강물을 막아도 그 강물은 바다를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전 의원을 윤석열 정부 성공의 방해물로 공개 지목한 셈이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그래서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으로 규정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 임명됐지만 당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는 행보와 발언을 이어가면서 김기현 의원으로 교통 정리에 나선 대통령실, 친윤계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직 의사를 문자로 전달했다. 다음날에는 자신이 아닌 윤석열 정부 성공을 강조하면서 본의가 왜곡돼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직 의사를 밝혔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 전 의원의 저자세 행보를 두고 출구전략 모색이라는 해석과 전당대회 출마 명분 축적 용도라는 분석이 함께 제기됐다. 나 전 의원은 13일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서면 제출했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당대표 출마로 기울었다는 전언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쉽사리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주변에 '앉아서 죽나, 서서 죽나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 전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원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반윤' 낙인을 딛고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경선 탈락시 재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저렇게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해서 나 전 의원에게 갈 현역 의원들이 몇 명이나 되겠나"며 "지지율은 영원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출마를 선언하기에도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치적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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