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화면서 살아난 불과 물의 기적…우리가 몰랐던 용천동굴

김예나 2023. 1.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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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오르고 공룡이랑 사진 찍고…AR 활용한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볼거리 풍성
외국인도 찾는 명소…"자연유산은 우리의 정체성…가능성 무궁무진"
'용천동굴 대탐사' 체험실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의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2023.1.14 yes@yna.co.kr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3, 2, 1' 눈앞의 숫자가 줄어들자 지면 아래에서 뜨겁게 끓어오르는 듯한 화산 용암이 나타났다.

마치 타들어 갈 듯 붉은빛을 내뿜던 용암은 땅 아래로 흘려들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지하 동굴. 갈색 벽면에 곳곳에 흰 줄이 새겨진 그곳에는 석순, 종유석, 동굴 진주 등 석회암 동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석회질 생성물이 여럿 보였다.

동굴의 매력은 푸른 빛의 호수를 만나 더욱 돋보였다. 반짝이는 물 아래에는 동물의 뼈, 제사용으로 쓰인 듯한 도기 등이 있었다. 7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 탐라국의 흔적이다.

총 3분 30초 동안 만난 제주 용천동굴은 일반 관람객에게 '닫힌' 공간이 아니었다.

기자가 지난 2일 오후 찾은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은 자연유산이 생생히 살아있는 놀이터 같았다.

국내 유일의 자연유산 전문 전시관인 이곳은 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이 더해진 실감형 콘텐츠 영상을 곳곳에 배치하며 새 단장을 마쳤다.

푸른 빛의 동굴 호수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체험한 제주 용천동굴 실감 콘텐츠 영상 모습. 2023.1.14 yes@yna.co.kr

새로 만든 6종의 콘텐츠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제주 용천동굴 관련 내용이다.

관람객들은 별도 공간에서 정면과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총 5개 화면에서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 '불과 물이 만든 기적'을 표현하고자 프로젝터도 10대 투입됐다.

전시를 담당한 민홍기 국립문화재연구원 주무관은 "오랜 세월 석회질이 침체해 나온 동굴의 모습을 생생히 구현했다"며 "동굴 생성부터 호수 구간, 그리고 수면 아래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공개 제한지역을 생생히 살려내는 작업은 6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콘텐츠를 작업한 김은화 포스트미디어 디지털뮤지엄랩 부장은 "기존에 좌우, 정면 등 총 3개 화면에 실감형 콘텐츠를 투사하는 경우는 많지만 5개 화면으로 구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만나는 공룡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의 지질 전시 구역에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공룡이 나타난 모습. 2023.1.14 yes@yna.co.kr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은 "200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국외 전문가 현장 실사를 위한 평가 과정에서 용천동굴에 직접 들어갔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용천동굴 체험실 옆 공간의 360도 전면 영상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천연보호구역 중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두 곳을 촬영한 영상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가파른 길을 오르지 않고도 성산일출봉 정상의 너른 분화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전시 구역 한가운데가 '명당'이라며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바닥 면까지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중에는 어린이 관람객의 흥미를 끄는 내용도 많다.

공룡 발자국 화석, 뼈 화석 등이 전시된 지질 전시 구역에서는 루양고사우르스, 기간토랍토르 등 그림으로만 볼 수 있었던 공룡을 AR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한반도, 매머드는 살아있다' 콘텐츠 모습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매머드 관련 실감 콘텐츠가 상영되는 모습. 매머드 골격 표본과 영상 속 매머드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2023.1.14 yes@yna.co.kr

스마트폰으로 루양고사우루스의 설명이 담긴 QR코드를 비추면 공룡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공룡 크기를 조정하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공룡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임 실장은 "관람객들을 보면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능숙하게 다룬다"며 웃었다.

신생대 포유동물인 털매머드의 모습을 되살려낸 전시 구역은 어린이들을 위해 화면 높이를 조금 낮췄다.

매머드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내장, 혈관, 근육, 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화면 밖 매머드 골격 표본과 화면 속 실감 콘텐츠 영상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임 실장은 우리가 가진 자연유산이 또 하나의 'K-헤리티지(Heritage·유산)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원이 지난해 8월부터 조사한 결과, 총 22개 국가 출신의 외국인 관람객이 천연기념물센터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슬로베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멕시코 등 국가도 다양하다.

천연기념물센터의 식물 전시 구역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찾은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의 식물 전시 구역 모습. 2023.1.14 yes@yna.co.kr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용하는 한 여행 정보 사이트를 보면 대전에서 가 볼 만한 장소 상위권에 천연기념물센터가 항상 포함된다. 그만큼 한국 본연의 자연유산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천연기념물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전시관에 있는 모든 동물·식물·화석 표본 등은 센터가 연구·관리하는 소장 자료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박제 표본으로 만든 동물 표본은 수장고에, 화석과 암석 표본은 지질 표본 전문 수장고에 각각 보관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세계 유수의 자연사 박물관에 없는 희귀한 표본들도 있다.

임 실장은 "자연유산은 학술 가치가 높고, 보존해야 할 대상을 넘어 우리 자신과 우리나라를 보여주는 정체성과 같은 것"이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만큼 21세기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센터 전경 (대전=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일 찾은 대전 서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 전경. 2023.1.14 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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