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황정민·현빈 '교섭', 폭발하는 범죄 액션…모든 장면이 하이라이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범죄 액션물은 어떤 색일까.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의 풀 한 포기 없이 황량한 풍경으로 서두를 연다. 한국인들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최악의 피랍 사건이 발생하고, 현지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는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을 만난다. 입장도, 스타일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인질들을 구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교섭'은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인질 구출 작전을 중심에 둔 영웅담 같지만, 갑자기 나타나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하는 영웅의 등장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진한 사투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여러 집단의 첨예한 갈등 사이 지쳐가는 인질들과 이들을 구해내려는 사람들의 대립이라는 설정은 비교적 단출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교섭'의 매력은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두 남자, 재호와 대식에게 있다. 두 남자의 자존심이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다가 결국 스파크를 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꽉 차 있다. 황정민은 외교관 정재호의 강단과 고집을 특유의 필사적인 연기로 그려냈다. 현빈 역시 여유, 냉소가 절묘하게 섞인 표정과 파워풀한 액션 연기로 황정민의 좋은 상대가 돼줬다. 여기에 카심 역을 맡은 강기영이라는 카드가 중간 중간 숨 고를 틈을 준다.

압도적인 규모의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 장면들에서는 제작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모래바람부터 건조하게 내리쬐는 햇빛, 웅장한 암석들이 늘어선 사막 등 이국적인 정취를 있는 그대로 담아 볼거리가 많다. 모든 장면이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거칠고 투박한 질감 덕에 마치 전쟁 다큐멘터리 같은 긴박감도 넘친다. '교섭'이 가진 또 다른 힘이다.

한바탕 휘몰아친 액션 끝엔 뭉클한 여운이 기다린다. 드라마의 밀도, 시시각각 변하는 협상 조건, 액션이 주는 영화적 재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인간애와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곁들인 덕분이다. 매인 데 없이 자유로운 대식에게 "돌아올 곳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재호처럼, 혼란 속 한 가닥 희망을 함께 다루면서 만족할 만한 마침표를 건넨다.

'교섭'은 오는 1월18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