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15석 불과한 국민의힘…헌정사상 최악의 '여소야대' 국면이다?

구정모 2023. 1. 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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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현재 여소야대, 사상 최악…내년 총선서 지면 아무것도 못 해"
현 여당 의석 비율, 38.5%로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때 37.5% 이어 두 번째로 낮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이 현재 여소야대 상황이 "헌정사상 최악"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현 정부는 5년 동안 아무 일도 못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총선은 수도권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수도권에서 강점이 있는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여당인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15석으로 전체 국회 의석수(299석)의 38.5%에 불과하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9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겨 국회에서 웬만한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처리가 여야 이견으로 진통을 겪을 때 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사상 초유의 야당표 예산안'이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처럼 야당의 막강한 '화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안 의원의 말처럼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가 "헌정사상 최악"의 수준이라 할 만한 것일까.

귀엣말 나누는 안철수-김형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진 북카페에서 열린 강남을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 김형대 강남구의회 의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23.1.13 jieunlee@yna.co.kr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여당 의석비율, 37.5%로 역대 가장 낮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시기를 대상으로 삼아 총선 결과와 각 대통령의 취임일 정당별 의석 분포를 토대로 전체 의석에서 여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봤다. 여당의 의석 수 비율이 낮을수록 의회에서 협상력이나 의결권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만을 살펴본 것은 그 이전엔 선거법이 여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탓에 여당이 다수당이 아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거 국회의원선거법은 전국구(현재의 비례대표와 유사) 의석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을 여당에 우선해서 배분하게 했다.

분석 결과 민주화 직후인 1988년 4월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벌어졌다.

물론 13대 총선 때까지도 전국구 의석은 여전히 여당에 유리하게 배분되는 구조였지만 소선거구제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당시 야당인 평화민주당(평민당)이 호남 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반면 영남 지역은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민주당)이 분점한 탓에 민정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13대 총선 결과 여당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한 비율은 41.8%에 그쳤다.

그 이후를 살펴봐도 지금까지 여당의 의석 비중이 현재 국민의힘보다 낮았던 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를 제외하곤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3년 2월 25일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의석 비율은 37.5%(102석/총 272석)에 불과했다.

전임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던 여소야대 국면이 계속 이어져 온 탓이다.

특히 참여정부 초기부터 민주당은 계파로 갈려 내분에 휩싸였고, 급기야 당이 쪼개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친노(親盧)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그해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원은 아니었지만 열린우리당은 '실질적 여당' 또는 '정신적 여당'으로 불렸다. 특히 출범 당시 열린우리당은 의석 수가 47석(17.3%)인 '미니 여당'이었다.

하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상황이 반전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의 역풍이 거세게 분 덕분에 열린우리당은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152석(50.8%)을 차지해 과반 제1당으로 올라섰다.

민주화 이후 선거로 달성한 첫 여대야소였다.

그해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려 직무에 복귀한 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열린우리당에 '수석당원'으로 입당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명실상부한 여당이 됐다.

[표] 주요 정치 국면 당시 여당의 의석 비율

1990년 '3당 합당', 선거가 만든 여소야대를 정당 통폐합 통해 여대야소로 전환

열린우리당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여대야소를 달성하기 전까지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졌지만 여당이 줄곧 소수당의 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3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125석(41.8%)을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1990년 1월 22일 이른바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됐다. 3당 합당은 여당인 민정당과 야당인 민주당·신민주공화당(공화당)이 단일 정당으로 통폐합해 여소야대 구도가 선거를 통하지 않고도 여대야소로 바뀐 정치적 사건이다.

3당 합당 선언일 기준으로 민정당과 민주당, 공화당의 합계 의석수는 221석(74.4%)에 달했고,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이 공식 출범한 그해 2월 기준으로는 216석(72.7%)이었다.

3당 합당에 반발한 일부 의원이 이탈했지만 의석 수가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넘어 개헌을 의결할 정도의 정족수를 갖춘 '공룡 여당'이 됐다.

그러나 '거여'(거대 여당)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후인 1992년 3월 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은 149석(49.8%)을 얻어 1당의 지위를 고수했으나 과반 의석 획득엔 실패했다. 다만 14대 국회가 열리기 전 무소속 의원을 대거 영입해 개원 시점엔 159석(53.2%)으로 몸집을 불렸다.

15대 총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민자당의 후신인 신한국당이 1996년 4월 총선에서 139석(46.5%)으로 역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무소속 의원들과 당시 야당인 통합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들여 15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했을 당시엔 151석(50.5%)으로 다수당이 됐다.

빗방울과 마감하는 국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진 총선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재연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여대야소를 달성한 후 이어진 2차례 총선에서도 여대야소가 이어졌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인 2008년 2월 여당인 한나라당은 의석 비율이 43.6%로 소수당이었다.

하지만 그해 4월 열린 18대 총선에선 153석(51.2%)을, 4년 뒤인 19대 총선에선 152석(50.7%)을 획득해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여당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 이기며 정권을 이어갔지만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참패하며 총선을 기준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재연됐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40.7%)으로 과반 의석에 못 미쳤을뿐더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3석)에도 밀려 제2당이 됐다. 원내 1당이었던 여당이 선거 후 제2당으로 내려앉은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 같은 과거 기록을 봤을 때 현재 국민의힘의 의석 비율(38.5%)은 '헌정사상 최악'은 아니지만 역대급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총선 결과나 대통령 취임일 기준으로 여당의 의석 비율이 40%를 밑돈 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일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는 반대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하기 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63석(54.3%)으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게다가 위성 비례정당이 얻은 의석수까지 더하면 여당의 규모는 더 커진다. 당시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을 계기로 최대 의석수를 획득하기 위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출마시키고, 각각 이들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이후 그해 5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각 자신의 위성 정당과 합당해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했을 때 민주당의 의석수는 177석(59.0%)까지 올라갔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합당 논의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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