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자 월드컵 주심 '골때녀' 심판 오현정 "8년 준비한 꿈, 신나게 휘슬 불겠다"

안영준 기자 2023. 1.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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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정 포함 5명의 한국 여성 심판이 여자 월드컵으로
오현정(오현정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나서는 오현정(35) 심판이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아 힘차게 휘슬을 불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9일 "오현정과 김유정(34) 심판은 주심으로, 김경민(43), 이슬기(43), 박미숙(40) 심판은 부심으로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인 심판이 5명이나 나서는 것은 역대 최다다. 이전까지는 세 번의 대회에 각각 2명씩 나섰던 바 있다.

TV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심판으로 활약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현정 심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처음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 월드컵에서 심판으로 선발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한 대회가 끝난 뒤 FIFA는 곧바로 각 대륙으로부터 후보군을 받아 다음 대회 심판진을 준비한다. 한국 심판은 우선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로 선정돼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FIFA는 이후 세미나, 훈련 프로그램, 실전 등을 통해 매년 컷오프 시키며 4년 동안 후보군을 추려 나간 뒤 월드컵에 나설 최종 심판진을 확정한다.

오현정(오현정 제공)

2015년 심판이 된 뒤 2016년에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후보에 올랐던 오현정은 최종 발탁 직전 고배를 마셨다. 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오현정 심판은 4년의 경쟁을 거치며 컷오프를 이겨낸 뒤 기어이 주심으로 선정됐다. 8년의 준비 끝에 이룬 성과다.

오현정은 "2019 여자 월드컵 때 떨어졌을 땐 계속 심판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울러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국제심판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려고도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마지막 한 번만' 더 해보자며 4년을 준비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오현정을 포함, 총 5명의 심판이 월드컵에 나서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사에도 큰 경사다.

오현정은 "이제 월드컵에서 한국인 주심과 부심 트리오로 경기를 관장하는 모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부심만 나갔을 때보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어 "또한 우리 대표팀도 월드컵에 진출한 만큼, 근방에서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힘을 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아울러 오현정은 이것이 개인 혼자서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그동안 월드컵 심판에 도전했던 많은 사람들과,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축구인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월드컵 첫 휘슬은 그들과 함께 분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주심을 맡은 오현정(오현정 제공)

긴 시간 이 무대를 준비했던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는 "떨리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월드컵에 주심으로 서는 모습을 지금 상상해보면 뭉클하기도 하다"면서 "처음 심판을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월드컵에 가는 심판'이었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즐겨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오현정은 여자 월드컵을 넘어 남자 월드컵의 한국인 첫 여성 심판도 꿈꾼다.

이미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여성 심판 스테파니 프라파르(39·프랑스)가 주심을 맡아, 92년 만에 남자 대회 '금녀의 벽'이 깨졌다.

오현정은 "아무래도 선입견이라는 게 있다 보니, 똑같은 잘못을 해도 여성 심판이 잘못하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타트를 끊는 프라파르 주심이 정말 잘 해주기를 바랐다. 응원하면서 봤다"며 웃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여성 심판의 활약(?)을 봤다는 그는 "앞으로도 FIFA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노력과 능력으로만 심판을 선발하겠다고 한다. 나도 프라파르처럼 여자 월드컵에 이어 더 높은 목표까지 도전해보겠다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고 했다.

오현정을 포함한 한국인 심판 5명은 1월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FIFA의 여자 월드컵 심판 세미나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심판'으로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심판이기도 한 오현정(오현정 제공)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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