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쇼미11’ 이영지 “우승 과분…아직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했다”
‘고등래퍼’-‘쇼미더머니’ 동시 석권, ‘쇼미더머니’ 시즌 최초의 여성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쥔 래퍼 이영지는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에도 예의 덤덤했다.
이영지는 지난해 12월 종영한 Mnet ‘쇼미더머니11’에서 파이널 라운드에 오른 허성현, 던말릭, 블라세와 선의의 경쟁 끝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고등학생이던 지난 2019년 Mnet ‘고등래퍼3’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3년 만에 ‘쇼미더머니11’ 레이스에 도전장을 낸 그는 세간의 색안경과 의구심 등 여러 심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프로그램 종영 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서면 인터뷰로 만난 이영지는 “타이틀이 몇개냐는 제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느냐가 가장 관건”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기실 ‘고등래퍼’-‘쇼미더머니’ 우승 석권, ‘쇼미더머니’ 최초의 여성 우승 등의 성과는 오롯이 이영지 그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것임에도 불구, 안팎으로 많은 말이 있었다. 도전장을 낸 순간부터 매 레이스를 지나 최종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까지, 이영지는 여타 참가자들과 달리 조금은 특별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래퍼와 대세 방송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던 그로서는 잘 해도 본전, 못 하면 잃는 게 더 많은 게임이었다. 이른바 ‘닉값’이 주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결과를 넘어서, 이영지는 이번 ‘쇼미더머니11’을 통해 자신의 ‘힙합 DNA’를 다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영지는 “결과는, 아직 저는 한참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지금 완전히 악에 받쳐 있다”고 털어놨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우승 후인 지금”이라고 했다. 그는 “복합적인 심정인 거 같다. 아직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 했다. 새로운 숙제가 시작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멘토 박재범&슬롬과의 호흡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무엇일까. 이영지는 “재범&슬롬 두 분께서 각자 제게 주신 깨달음과 가르침은 좀 다르지만 결이 같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두 분 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에 더 집중하자는 의견이셨고, 그런 점에서 참 섬세하고 과감한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가장 지배적이었던 피드백은 ‘힘을 빼라’ 였고, 마법처럼 힘을 뺀 ‘낫쏘리’가 잘 됐어요. 참 감사해요.”
파이널 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춘 자이언티, 원슈타인 등 자신의 무대를 함께 준비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덧붙였다.
“자이언티님도 엄청 많은 기여를 해주셨어요, 파이널곡 ‘HUG’의 참여 및 전반적인 곡 구성을 맡아주셨을 뿐더러, ‘낫쏘리’ 녹음도 도와주시고 무대 피드백도 종종 주시면서 팀 슬레이의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셨어요. 자이언티님께도 참 감사해요. 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 완벽한 벌스를 준비해주신 원슈님도요!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더없이 아프고, 깨졌던 ‘쇼미더머니11’ 여정이었지만 이영지는 화제성을 넘어 ‘증명’에 성공했다.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뿐 아니라, 철옹성 음원차트의 최상위권을 뚫은 ‘낫쏘리’ 음원을 통해서도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이영지 음악’이 갖는 힘에 대해 묻자 “가사에서 느껴지는 진솔함 때문에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분명 MZ의 좋은 점들도 대표하고 있겠지만, 안 좋은 점들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우발적이고 감정적인 모습들, 청춘을 불티나게 빨리 소진시키려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들 등등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저인걸요. 저는 계속 다듬어지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뮤지션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요. 속도는 상관없이 멀리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영지는 이번 ‘쇼미더머니11’ 종영 인터뷰에서 우승 상금 사용 계획에 대해 “팀 슬레이의 선물을 사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화제가 되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의도를 가진 기부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지는 “저는 살면서 의도를 가지고 기부를 한 적이 없다. 제가 궁극적으로 가진 목표 중 하나가 돈을 정말 많이 벌게 되면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직은 너무 원대한 목표이기에 좋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명분 삼아 차근차근 금액 상관없이 최대한 여러 차례 해보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이유 다 차치하고 그냥 하는 거다. 간혹 오해하는 분들이 생겨서 말한다.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영지는 오는 15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 대구에서 진행되는 ‘쇼미더머니11’ 전국투어 콘서트를 통해 힙합 팬들을 만난다. 또 올 하반기 중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힙합 DNA’를 증명해보일 예정이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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