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렌터카 '100만원 바가지'에 분노…창업 후 400억 '잭팟' [방준식의 레저 스타트업]
제주서 부르는게 값 '성수기 가격' 의문
한눈에 가격 볼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렌터카 80% 확보…연매출 400억원
"제주도 렌터카를 빌렸는데 3박4일에 100만원을 달라더군요. 화가 나서 문의했더니 7말8초에는 부르는 게 값이랍니다. 네이버에 일일이 가격을 비교하다 지쳐 직접 플랫폼을 개발했죠. 5년 만에 매출 400억을 달성했습니다."
제주도 여행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렌터카를 예약하는 일이다. 험상궂게 생긴 직원들과 가격 실랑이도 하고, 반납할 때 작은 흠집이라도 날 경우에는 수십만원 수리비를 물게 된다. 왜 비행기와 숙박은 야놀자와 같은 가격 비교 플랫폼이 있는데, 렌터카는 한눈에 가격 비교를 못할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은 네이처모빌리티 이주상 대표(49)를 지난 1월2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과학고와 카이스트 MBA 졸업, 공학박사 수료 후 삼성그룹에 입사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2017년 제주도 여행 당시 '렌터카 바가지'를 경험했다. 차량 수는 한정되고 수요는 높아지니 부르는 게 값이었다. 렌터카 시장은 레드오션이었지만,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 업체는 없었다. 그는 블루오션을 발견했다.
제주 렌터카 업체들을 설득했다. 당시 제주 렌터카 업계의 애로사항은 아무리 좋은 차량과 서비스가 있더라도 독자적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었다. 일일이 방문해 플랫폼을 설명했다. 렌터카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판매를 돕는 서비스를 강조했다. 마케팅 비용도 일절 받지 않았다. 경쟁사가 아니라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5년 만에 제주 렌터카 물량 80%(2만여 대)를 입점 시켰다. 렌터카 회사들끼리 서로 가격 공유가 되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낮아졌다. 플랫폼 검색 최상단에 노출되려면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경쟁을 통해야만 합리적인 시세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모든 서비스는 비대면이다. 과거에는 렌터카를 반납보다 1시간 늦은 고객과 직원이 "봐달라" vs "돈 더 내라"며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다. 연료와 흠집으로 인한 벌칙금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대여부터 반납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화했다. 찜카 앱으로 차량을 여닫고, 늦게 반납하면 늦은 만큼 자동으로 돈이 차감된다. 연료 게이지도 원격으로 인식해 돈이 지불된다. 비대면으로 투명하게 진행되니 렌터카에 대한 불신도 사라졌다.
카카오모빌리티와도 손을 잡았다. 지난해 7월 출시한 '카카오 T 렌터카'에서 찜카 렌터카 예약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아무리 업계의 절대강자라도 혼자서는 모빌리티를 커버하지 못한다"며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으로 산업 전체 생태계를 확장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렌터카 시장도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일본 렌터카 회사를 인수했다. 일본 플랫폼 업체와도 렌터카 가격비교 플랫폼 협약을 맺었다. 새해에는 제주 렌터카를 넘어 △항공 △KTX △SRT 예약·결제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연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며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교통을 잇는 '원스톱 모빌리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주상 대표 인터뷰 전문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이동수단 통합 플랫폼' 네이처모빌리티를 운영하고 있는 이주상 대표(49)입니다. △택시 △자전거 △렌터카 △항공기 △배 등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모빌리티 원스톱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Q.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13년간 삼성맨으로 일했습니다. 카타르 주재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3박4일 제주 렌터카가 100만 원 넘게 나오더군요. 바가지 의심했지만, 성수기 가격이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7말8초 극성수기에 차량수가 한정적이니 부르는 게 값이었죠.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Q. 기존 렌터카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었나요.
"기존 렌터카 사업자들은 자기 차량만 서비스만 제공합니다. 소비자가 일일이 사이트를 돌면서 가격 비교를 해야 했었죠. 렌터카 차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플랫폼이 필요했습니다. 현재 '찜카'에서는 제주도 렌터카 총 3만2000개 중 2만여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물량의 70~80%에 달하죠."
Q. 정보 조회만으로 가격이 낮아졌나요.
"렌터카 회사들끼리 서로 가격이 공유되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효과가 납니다. 검색 시 플랫폼 최상단에 노출되려면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해야만 하죠. 결국 경쟁을 통해야만 합리적인 시세가 나오게 됩니다."
Q. 제주 렌터카 업계에서 반발은 없었나요.
"당시 렌터카 업계에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차량과 서비스가 있더라도 고객에게 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독자적인 마케팅도 한계가 있죠. 렌터카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플랫폼을 설명하고, 마케팅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설득했습니다. 플랫폼은 경쟁사가 아니라 렌터카와 상생하는 구조입니다."
Q. 참고한 롤모델이 있었나요.
"당시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경쟁사가 없다고 판단해 창업했죠. 사업 모델은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항공, 호텔 숙박 플랫폼들을 참고했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계하는 중개 플랫폼 모델입니다. SK,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자사 차량만 대여합니다."
Q. 국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국내 모빌리티 사업은 전체 4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중 택시가 8조원, 렌터카가 7조원으로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Q. 렌터카 가격을 잡았나요.
"합리적 가격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거 렌터카를 검색하면 낮은 가격으로 유도하고 갖가지 옵션을 붙여 팔았죠. 찜카는 모든 가격을 포함해 제공합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죠. 하루 기준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가격을 제공합니다. 시즌 날짜별로 가격동향도 한눈에 알 수 있죠. 렌터카는 7말8초, 12월 말이 비쌉니다. 11월 중순은 저렴하죠. 9월은 성수기 같지만, 가격이 저렴합니다. 최대 5~10배 이상 싸죠."
Q. 비대면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요.
"과거 제주 렌터카를 이용했던 경험자라면 느꼈을 불만은 크게 3가지입니다. △정보 불확실 △차량 가격 불만족 △응대 직원 불만족이죠. 반납보다 1시간 늦은 고객이 '봐달라' vs '돈 더 내라' 실랑이를 벌이고, 연료와 잔기스로 인한 벌칙금 등 애매한 부분도 많죠. 찜카는 대여부터 반납까지 전 과정 비대면으로 진행합니다. 쏘카처럼 앱으로 차량을 여닫고. 늦게 반납하면 늦은 만큼 돈이 차감되고, 연료 게이지도 원격으로 인식해도 돈이 지불되죠. 앱으로 차량 사진 찍어 보내면 반납도 완료됩니다. 비대면으로 투명하게 진행되니 불신을 해결했죠."
Q. 사업을 확장시킨 비결은 무엇인가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해외 여행사들도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었죠. 이들이 직접 일일이 현지 렌터카와 계약하고 사업관리 하기보다 '찜카' 플랫폼을 통해 계약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렌터카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Q. 중기부 '아기 유니콘' 1위에 꼽혔습니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전부 만족하는 플랫폼을 만든 게 주효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B2B를 통해 대형 플랫폼들과도 제휴도 했습니다. 찜카는 기술력은 있지만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기술력을 제공하고, 대형 플랫폼들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통했습니다."
Q. 어떤 신사업을 준비중이신가요.
"통합 모빌리티가 되려면 장거리~단거리 교통망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공 △대중교통 △대리 △택시 △자전거 △킥보드 △오토바이 등 확보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네이버 길찾기 같은 내비게이션을 넘어 실제 모빌리티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 결제까지 되는 원스톱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지난해 △항공 △KTX △SRT 예약, 결제 서비스로 확장했습니다. 새해에는 대중교통과 택시, 2025년까지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Q. 지난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았습니다.
"모빌리티 사업자들의 꿈은 '통합 모빌리티'를 통해 고객들이 편하게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아무리 업계의 절대강자이지만 혼자서는 커버 못합니다. 서로 경쟁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영역을 잘 조합하고 협력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산업 전체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Q. 시리즈C 유치를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시리즈A와 B가 회사의 사업성과 발전 가능성을 입증하는 투자라면, 시리즈C는 큰 열매를 맺어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현지화되기 편한 시스템이죠. 비즈니스 모델 어디나 사용 가능합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렌터카 플랫폼 기업 ‘스마트박스(Smartbox)’를 인수했습니다. 일본에 이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꼭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는 여행 시 교통과 비용, 불편 없이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그런 세상이 오도록 네이처모빌리티가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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