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27) 1971년 어느 달동네 풍경…수도국산 박물관
1990년대 송현지구 주거개선 사업 후 달동네에 고층 아파트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중반 사이 도심에서 쫓겨난 빈민들은 정부가 정한 곳에 임시 천막을 치고 살았다.
대부분 산자락이었다. 땅값이 쌌기 때문이다. 방에 누우면 밤하늘에 뜬 달이 손에 잡힐 듯 높은 곳이었다.
1980년대 TV에서는 일일연속극 '달동네'가 방영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서로 보듬고 사는 이웃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불량 노후 주택이 모여 있는 곳을 연속극 이름처럼 달동네라고 불렀다. 도시 저소득층의 집단 거주지였고, 쉽게 말하면 가난한 동네였다.
비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가 살다 보니 하나의 달을 공유하며 '함께' 사는 동네가 됐다. 이웃집 담은 곧 우리 집 담이었고, 담과 담이 이어져 골목이 만들어졌다.
산꼭대기에 들어찬 작은 집들…1990년 도시재개발로 헐려
인천에도 도시 산업화의 부산물인 달동네가 있었다. 수도국산 달동네다. 애초 바닷가의 소나무 숲이었으나 주변이 매립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소나무 언덕이 달동네가 됐다.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송림산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수도국이 신설된 이후 송림산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송현배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수도국산으로 불렸다.
행정구역상 동구 송현동과 송림동에 걸쳐 있던 수도국산 달동네에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과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충청도 등지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까지 더해져 산꼭대기까지 작은 집들이 들어찼다.
총 18만1천500㎡(5만5천여평) 규모의 수도국산 비탈에 한때 3천 가구가 넘게 모둠살이를 했다.
달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구멍가게·복덕방·솜틀집·쌀가게가 있었다. 새끼줄을 꿴 연탄 한 장을 손에 든 옆집 아저씨와 구멍가게에서 봉지 쌀을 한 줌 산 윗집 할머니가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힘겹게 올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반세기 동안 이들의 터전이던 수도국산 달동네는 1990년대 중반부터 도시재개발로 주변이 헐리기 시작했다. 옆집 아저씨도 윗집 할머니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송현지구 주거개선 사업이 시작되면서 산비탈이 깎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대신 인천시 동구는 수도국산 달동네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을 그 자리에 지었다.
2005년 개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매년 10만명 방문
2005년 10월 문을 연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1960∼70년대 서민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층 상설전시실로 들어가면 1970년대 수도국산 아래 동인천 거리에서 볼 수 있던 '미담다방'과 '우리사진관'을 만날 수 있다. 또 그 시절 쓰던 운동회 용품, 표준전과, 맥콜 음료수병, 새마을 노트 등 생활 물품도 전시돼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1971년 11월 어느 날을 재현한 수도국산 달동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연탄 가게, 대지이발관, 야학당 청산학원, 송현상회 등 당시 수도국산 달동네에 실제로 있던 각종 상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좁은 골목길과 벽에 붙은 '쥐를 잡자' 포스터가 향수를 자극하고, 단칸방에 모여 앉아 식사하는 가족들 모습에서는 '없이 살지만 다 가진' 화목함이 느껴진다.
어린이들을 위한 달동네 놀이 체험관도 전시실 옆 공간에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연탄과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보고 모래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이 박물관에는 개관 이후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때 방문객이 많이 줄었으나 2021년 3만9천명과 지난해 6만1천명으로 다시 발걸음이 늘고 있다.
인천시 동구는 106억원을 들여 이 박물관 시설을 개선하고 현재 1층인 건물에 2개 층을 더 지을 계획이다. 내년 5월 착공해 2024년 10월 준공이 목표다. 새 공간에는 쉼터, 상설·기획 전시실, 아카이브실,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양미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문화예술교육사는 14일 "달동네 박물관은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며 "방학 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개방 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주말에도 운영한다. 입장료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천원, 만 13∼18세 청소년 700원이다. 20명 이상이 단체 관람을 하면 입장료에서 50%를 할인받는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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