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가짜의사' 가능했던 이유…개인정보 철통보호 덕?

백영미 기자 2023. 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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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면허증 위조해도 병원 의사면허 유효 여부 확인 어려워
병원 대진의사 미등록·미신고도 가짜의사 활개치는 요인
복지부, 개인정보보호 이유 전체 면허보유 명단 미공유
의협 "매년 1천명 면허 미신고…전체 의사명단 공유해야"

[서울=뉴시스] 의사면허증이 없는 '가짜 의사'가 27년간 전국 60곳 이상의 병원에서 진료를 해오다 재판에 넘겨졌다. (그래픽= 전진우 기자) 2023.01.13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사면허증이 없는 '가짜 의사'가 27년간 전국 60곳 이상의 병원에서 진료를 해오다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이런 일이 가능할수 있었던 이유에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정부가 의사 면허를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독점 관리하는 과정에서 의사면허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법조·의료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2부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공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60대 A씨를 구속기소 했다.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가짜 의사' 사례는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A씨가 60곳 이상의 병원에서 가짜 의사 노릇을 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종합병원이나 정형외과에 제출해 취업해도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통해 의사면허의 유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진이 소수인 중소병원은 휴가, 해외출장 등으로 의사가 자리를 비우면 보통 대진 의사(당직이나 진료를 대신하는 의사)를 고용한다. 병원이 대진 의사가 보유한 면허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면 의사면허를 발급·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대진 의사를 빨리 고용해 환자를 받아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적잖게 걸려 사실상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의협은 다른 전문가단체처럼 전체 면허를 보유한 의사의 데이터베이스(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병원이 대진의사가 면허증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확인해야 하는데,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체 변호사 회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면허 유무를 바로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해 면허가 있는 전체 의사 명단을 공유하지 않고 있어 협회는 회원들이 제공한 정보 정도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 회원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3만 명이다.

병원이 대진 의사를 고용하려면 전산에 인적사항을 저장하고 '보건의료자원 통합신고포털'에 휴가가는 의사와 대진 의사를 신고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대진 의사를 등록·신고하지 않거나 고의로 생략하는 것도 '가짜 의사'가 활개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A 개원의는 "특정 진료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방에서는 병원이 병영경영 실패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의사를 고용한 후 등록·신고하지 않아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원장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진찰하지 않은 원장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행된 경우 원장과 진찰을 한 의사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의사단체는 의사면허를 발급·관리하는 보건복지부가 전체 의사면허 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해 의사면허 관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 법제이사는 "의사는 면허를 받은 후부터 3년마다 취업상황을 복지부에 신고하게 돼 있지만, 이를 모르거나 연락 자체가 닿지 않아 면허 미신고 의사가 매년 1천 명가량에 달한다"면서 "매년 의사가 3천 명 정도 배출되는데, 1천 명가량이 신고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고기간 면허를 신고하지 않으면 의료법에 따라 신고기한이 종료하는 시점부터 신고를 마칠 때까지 면허 효력이 정지된다. 행정 처분 후 면허신고를 완료해야 면허 효력이 회복된다.

검찰은 최근 복지부와 의협에 아직 종이 형태인 의사 면허증 관리 시스템 개선을 건의했다. 종이 면허증을 IC칩 등이 내장된 카드형 면허증으로 교체해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복지부가 전체 면허 보유 의사 명단을 공유하지 않는 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법제이사는 "변호사 신분증처럼 면허증을 카드형 면허증으로 교체해 바로 조회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지만, 실행이 어렵다"면서 "전체 면허 보유 의사 명단을 한 서버에 모아야 하는데, 협회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입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전체 면허 보유 의사 명단을 의사단체와 공유하기 꺼리는 배경으로는 다양한 의료 정책을 두고 각을 세우고 있는 의사단체의 협상력이 커질 것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내과 B 개원의는 "의사들의 개인정보가 협회에 모이게 되면 각종 의료정책 협상에서 의사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치력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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