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빈 페덱스 코리아 대표 “美 직구 운송시간 단축”
미주 화물기 분류작업도 당일 마무리
하늘길이 열리면서 인천국제공항의 최대 일일 여객 인원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60%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객은 늘지만, 항공 화물은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있다. 벨리카고(Belly Cargo·여객기 하부 화물칸) 공급이 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은 8개월 연속 내림세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항공 화물 수요도 반년 넘게 전년 대비 역성장 중이다.
국제 특송기업 페덱스 코리아의 박원빈 대표는 경기 침체 우려에 동의하면서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물동량 증가세에 비춰볼 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물류 시장 경쟁에 대해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강점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페덱스 코리아가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신규 인천공항 물류센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박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페덱스 코리아에서 만났다.
-전 세계적으로 물류난이 해소됐다는 의견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백 투 노멀(back to normal·일상 회복)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공급망 압력이 전년 동기보다 71% 줄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것처럼 여전히 변수가 있어 단기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차츰 나아질 것으로 본다.”
-경기 침체에 따라 물류시장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이 생산이나 소비에 모두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다만 페덱스는 앞으로 20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와 같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이 출범하면서 새로운 수출입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커머스 물량도 계속 늘고 있다. 페덱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중동 및 아프리카(AMEA) 지역 소비자의 80%가 지난 3년간 온라인 쇼핑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70% 이상이 향후 3년간 온라인 쇼핑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만 봐도 온라인 쇼핑 지출 비중이 지난 3년간 73% 증가했으며, 58%가 3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페덱스 코리아는 물동량 증가 전망에 발맞춰 신규 인천공항 물류센터를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기존 물류센터보다 2배 큰 2만3395㎡(약 7077평) 크기로 78개의 컨베이어 벨트와 최첨단 자동분류 시스템을 갖췄다. 배송물 분류 능력도 2배 이상 향상돼 시간당 최대 1만2000개를 처리할 수 있다. 전용 화물기 운항편 수도 주 31회로 늘었다.
-신규 인천공항 물류센터가 생기면서 고객들은 어떤 점이 좋아지나.
“당일 배송 서비스 범위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오전 8시 30분쯤 아시아 지역 화물기가 들어와 분류 작업을 진행하면, 오전 9시쯤 도착한 미주 지역 화물기 분류 작업은 오후에나 할 수 있었다. 신규 인천공항 물류센터는 처리 능력이 2배 이상 뛰어나 미주 지역 화물기도 오전에 분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들어오는 면세 범위 내 물품은 항공기가 도착한 날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당일 배송한다. 앞으로 당일 배송 범위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콜드체인(Cold Chain·냉장 유통) 저장고도 크게 늘었다.
“인천공항 물류센터의 콜드체인 저장고는 이전보다 5배 커졌다. 임상실험을 위한 샘플이나 백신 등 헬스케어 제품을 보관·운송할 수 있도록 유럽의 우수 의약품 유통 관리 기준인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맞춰 설계했다. 헬스케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콜드체인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5년간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육·해·공 물류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갈수록 물류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 전략은 무엇인가.
“페덱스는 220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같은 차원에서 페덱스 로지스틱스(FedEx Logistics)가 지난해 서울 사무소를 열었다. 국제 항공부터 해상 화물 서비스, 특화 운송, 글로벌 이커머스 서비스, 통관 중개 등 엔드 투 엔드(End-to-End) 물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디지털 솔루션도 중요하다. 고객들은 더 편한 서비스를 원한다. 빅데이터와 접목해 물류 차질 가능성을 더 정확히 예측하거나, 이커머스 판매자와 같은 특정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
박 대표는 신규 인천공항 물류센터 운영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2008년 Process & Engineering(공정·엔지니어링)팀 엔지니어로 페덱스에 입사하고 약 15년 만이다. 그는 대표로서 ‘팀워크’를 가장 강조했다. 페덱스가 코로나19 기간에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물건을 가져가는 픽업률이 98%를 유지한 것도, 신규 물류 센터 이전을 하루 만에 사고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팀워크가 뒷받침했다고 했다.
팀워크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박 대표의 목표다. 다가오는 설 연휴까지 지역 사무소 5곳에 방문 일정이 있다. 박 대표는 “취임하고 3개월 동안 국내 지역 사무소들을 차례로 가서 많이 듣고 배우고 있다”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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