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MZ "이재용은 훈남"…한국의 '재벌집 아들'에 꽂혔다[중대한 이야기]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 이야기,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인상도 중국에서 말하는 '슈와이거'(훈남)의 얼굴이고, 진중해 보여서 호감이 간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깔끔한 남자 주인공 같다."
중국 톈진에 거주하는 찐모씨(28)는 채팅 어플 '웨이씬'(위챗)의 이모티콘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얼굴을 사용한다. 새해 인사나 생일 축하 메시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에게도 '꽁씨파차이'(부자 되세요)라는 중국어와 함께 이 회장의 웃는 얼굴을 보낸다. 찐씨는 "중국 SNS에서도 이재용은 팬 계정이 있을 정도로 인기 스타"라며 "한국 기업인들은 일본이나 미국과는 다르게 깔끔해 보이고 친숙한 이미지여서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중국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한국 기업인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점차 늘고 있다. 이달 춘절(음력 설)을 앞두고 웨이보·QQ 등 중국 SNS에는 이 회장의 글이 수백여건 게시됐다. 사진을 사용해 이모티콘을 만드는 기능이 있는 메신저 웨이씬 내에서도 이 회장의 사진은 인기 상품이다. 주로 '돈을 많이 벌라' '복 받으라'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돈벌이 덕담이 더해진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같은 현상은 이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20%를 훌쩍 넘기며 1위를 수성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0%대로 10위권 수준이다. 프리미엄 TV도 2019년 20%대 후반에서 지난해 10%대로 급감했다. 중국 시장을 호령하던 LG전자의 OLED TV도 일본 소니·중국 촹웨이에 밀려 10% 정도다.
현지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재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고, 이같은 호감이 인물과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올랐다는 것이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40~50대가 한국을 많이 알았다면, 이제는 20~30대가 한국을 선호한다"라며 "한국 배우나 아이돌처럼 기업인들 관련 게시글도 수백~수천 건이 게시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통'으로 알려진 이재용 회장의 인기가 높다. 이 회장은 2005년과 2010년, 2013년,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 투자와 시장확대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중국 산시성 시안을 직접 방문했을 때에도 후허핑 산시성 당 서기가 직접 나와 "삼성의 방역물자 지원에 감사한다"고 환대할 정도다.
중국 매체들도 삼성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 이재용 회장을 꼽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관영 인민일보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당시 이 회장을 다루면서 "비전과 통찰력으로 삼성을 이끌던 이건희만큼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일재경일보도 이 회장의 취임 당시 "이건희가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면 이재용은 부드러운 매력을 가졌다"라며 "겸손하고 국제 관계에 능통해 수많은 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 삼성의 '얼굴'로 제격"이라고 호평했다.
이같은 긍정적 이미지를 앞세워 한국 기업의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공한 상인을 높게 평가하는 중국인 특유의 '찌아따오'(기업가) 정신이 한국 기업인들의 긍정적 인상을 주도하고 있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의 반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대한상의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중국 진출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51.9%에 달한다.
중국 내 인건비 증가로 국내 기업들의 진출 부문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변모하면서 한국 호감도를 주도하는 중국판 'MZ세대'의 한국 접촉도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한종훈 전경련 아태협력팀 차장은 "중국 내 K-콘텐츠·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높은 이해도를 갖춘 젊은층이 늘면서 기업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증가했다"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지식이 깜짝 놀랄 수준인 중국 젊은이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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