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꼭 로봇 수술로 해야 하나요?”
수술 후 흉터, 목소리 불편감, 합병증 최소화하는 방법 정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52세 주부 김모 씨는 건강검진으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있어 세포조직검사를 한 결과 ‘갑상선 유두암’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갑상선 유두암’은 생존율이 99%로 치료 후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들었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와 수술 후 목의 흉터가 큰 고민이었다. 병원에서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수술비도 많이 들고 로봇수술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어 결정이 쉽지 않았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으로 2만9180명으로 확인됐으며, 갑상선암 환자의 대부분이 절제 수술을 시행한다.
갑상선암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적 치료인데 수술 후 필요에 따라 호르몬요법 치료와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병행하게 되며, 갑상선암으로 진단되어도 예후가 좋은 1cm 미만의 미세유두암이면서 위치가 나쁘지 않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초기일 경우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며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갑상선센터(센터장 조보연) 송라영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에 있어 수술은 세부 암의 종류, 크기, 결절의 상태, 림프절 전이 여부에 따라 갑상선을 반절제 또는 전절제 수술을 시행하거나 전이에 따라 림프절 절제까지 할 수 있다”며, “수술 범위의 결정에 따라 환자의 수술 후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 전체를 다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지 전문의와 상의해 정확히 판단해 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절제 범위에 따라 전절제술과 반절제술(엽절제술)로 나뉘는데, 전절제술은 갑상선 좌우 양쪽과 그사이 조직 전부를 제거하는 수술이며, 반절제술은 암이 침범한 한쪽만 제거하는 수술로 진행이 많이 되지 않은 유두암이나 양성 종양일 경우 시행한다.
전절제술의 장점은 남은 갑상선이 없으므로 재발할 가능성이 낮고, 수술 후 혈중 갑상선글로불린과 갑상선스캔을 이용해 재발을 빨리 발견하는데 유리하며 필요한 경우 방사성 요오드 요법을 시행하여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 반면에 반절제술은 남은 갑상선이 기능을 일부 유지할 수 있으며 수술 합병증의 위험이 줄어든다.
이러한 수술 범위의 결정은 갑상선암의 크기, 주변 침범의 가능성, 가족력 여부, 림프절 전이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와 환자의 선호도를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중앙대병원 송라영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과잉 수술로 필요 이상으로 갑상선을 다 제거해 버리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고 갑상선 전절제를 할 경우 목소리 신경이나 부갑상선 문제가 반절제를 했을 때 보다 발생 위험이 높다”며, “가능하면 자신의 갑상선을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삶의 질을 위해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 갑상선암은 절제 범위와 함께 수술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된다. 갑상선암의 수술법은 크게 일반 절개수술과 내시경절제술, 다빈치로봇수술 3가지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수술방법인 절개술은 목 아래쪽에 5~10cm 정도를 절개해서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외과의사가 육안으로 보고 직접 손으로 수술할 수 있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좋고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목에 흉터가 보이거나 남는 단점이 있다.
목의 흉터를 남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시경절제술’ 또는 ‘다빈치로봇수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내시경갑상선절제술’은 가슴이나 겨드랑이 부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으로 기구를 넣어 수술하기 때문에 목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미용상의 장점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 적용할 수는 없어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의 전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만 시행한다.
‘다빈치로봇수술’ 역시 로봇을 이용한 내시경적 수술법으로 의사가 수술장 조종 콘솔에서 확대 영상을 보면서 로봇의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데, 수술 부위가 확대되어 상세하고 정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직접 수술할 때 생길 수 있는 손 떨림도 보정되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송라영 교수는 “갑상선암에 있어 최근 로봇수술이 최소침습적 수술로 각광받고 있는데,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를 통해 8mm 이하의 작은 구멍을 환자의 겨드랑이와 가슴 유륜을 통해 수술하는 ‘유륜-액와 접근법’은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수술 후 빠른 회복력과 탁월한 미용 효과가 있는 수술법으로, 기존 내시경수술에 비해 시야가 10배 이상 확대 가능하고 3D 입체영상이 가능해 부갑상선이나 신경을 찾아내는데 매우 용이해 정밀하고 광범위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일부 갑상선암 환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수술을 결정해야 하며, 단점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므로 수술료가 비싸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가장 최근에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로 시행되고 있는데 입술 안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로봇 내시경을 넣어 갑상선암을 절제하는 수술로 다른 기관에 손상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으며, 수술 흉터가 없으며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적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다.
송 교수는 “모든 갑상선암 수술을 로봇수술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절개수술을 시행해야 할 때도 있다”며, “갑상선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후에 환자가 수술로 생길 수 있는 불편감과 합병증이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성대를 조절하는 목소리 신경인 ‘되돌이후두신경’이 갑상선 기도 옆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수술을 해야 하고, 체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갑상선’을 살릴 수 있는 수술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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