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로 인한 애로 거의 없어…행정서비스 신속”
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 네 마리 용의 성적표는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2000년대 이후 성장 둔화를 겪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지난 몇년간 정치적 불안정을 경험한 홍콩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산업 허브로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국토에 자원도 부족한 싱가포르가 꾸준히 발전하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에도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코노미조선이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한국 기업 입장에서 싱가포르는 규모가 큰 수출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대)나 게이트웨이(gateway·관문)로서 싱가포르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12월 2일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에서 만난 장상해 관장은 “거점 시장으로서 싱가포르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 현황은.
”연간 약 9만 개의 한국 기업이 전 세계로 수출을 하는데, 싱가포르에는 2021년 기준 9000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수출했다. 또한 대외 투자 기준으로 한국의 해외 투자에서 싱가포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10억~20억달러(약 1조~2조원)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한국이 대외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 7위 정도인데, 물론 미국·중국 등과 비교할 수는 없는 수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히 활발하게 투자와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테면 쌍용건설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건설에 참여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싱가포르로 활발하게 진출했다면 현재는 금융이나 스타트업, 플랫폼 비즈니스, 데이터센터, 전기차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에서의 투자와 기업 진출이 많이 이뤄지는 추세다.”
싱가포르가 어떤 점에서 기업하기 좋다고 보나.
”우선 금융·물류 중심지와 개방 경제라는 기존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발전시킨 점을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물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을 꾸준히 지켜왔다. 그러면 당연히 금융도 따라와 금융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그러한 기조를 지속적으로 견지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투명한 제도를 운용한 덕분에 대기업들뿐 아니라 많은 글로벌 중소기업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사업을 하거나 테스트 베드로 삼아 진출하는 것 같다.
또한 싱가포르는 완전한 개방 경제여서 무역 장벽에 대한 이슈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1년 넘게 싱가포르에 주재하면서 여러 한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들었지만, 싱가포르 정부로 인한 애로는 거의 없었다. 정부가 정한 명확한 기준에 부합하면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자유롭고, 비록 일부 제품에 관세가 있긴 하지만 거의 완벽한 무관세에다 외국 기업도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 조건에 맞을 경우 여러 가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영어 인력도 풍부하다. 게다가 다국적이고 다양한 문화 환경이 조성돼 있어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오는 기업 주재원들이 아이들 학교 문제 같은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싱가포르를 허브(hub)로 삼아서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기업들도 많은데.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 라인은 말레이시아처럼 노동력이 저렴하고 풍부한 국가에 두면서 본사나 관리 부문은 싱가포르에 두는 경우가 꽤 많다.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기업이 법인을 세울 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매우 신속한 행정 서비스를 지원해 준다. 또한 금융과 물류 경쟁력도 장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방 경제인 싱가포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측이 있었는데, 오히려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은 더 성장했다.
”단순히 GDP 수치만 갖고 판단하기에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리셴룽 총리가 2021년 6월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를 선언해 경제를 봉쇄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한 이러한 기조가 계속 유지되리라는 강력한 믿음을 시장에 심어줬다. 그 점이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눈을 돌린 이유가 됐다고 생각한다.”
plus point
사업하기 좋은 싱가포르의 세금 제도
싱가포르=오윤희 기자
많은 이가 싱가포르에서 사업하기 좋은 이유로 기업 친화적인 세금 제도를 꼽는다.
싱가포르 세금 제도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오로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법인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부가세의 경우 기본적으로 7%를 적용하지만, 이 역시 해외 수출재 및 국제 서비스, 금융, 주거용 임대 매매, 금은 등 투자용 금속에 대해서는 부가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설립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생 기업, 중소기업, 전략적 혁신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세무청(IRAS·Inland Revenue Authority of Singapore)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의 세금 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싱가포르는 기업 친화적인 세제(稅制)로 유명하다. 어떤 것들이 있나.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로 고정돼 있다(한국 법인세율은 최고 세율이 25%이며, 현 정부가 이를 22%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 또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 로컬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세금 면제(SUTE·Tax Exemption Scheme for New Start-up Companies)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부터 싱가포르 규정에 맞는 신규 스타트업은 현지 설립 후 3년 연속으로 10만싱가포르달러(약 9611만원)의 정상 과세 소득(현행 법인세율 17%로 과세되는 소득)에 대해 75% 세액 감면 혜택을 받고, 10만싱가포르달러 이상 정상 과세 소득이 다시 발생할 경우 추가로 50% 면제받을 수 있다. 4년 차부터 이런 혜택은 사라지지만, 그래도 부분 면세 혜택(PTE·Partial Tax Exemption Scheme)을 누릴 수 있다. 스타트업 세금 면제를 신청하지 않은 모든 스타트업이 부분 면세 혜택 대상이 된다. 이 혜택을 받는 기업은 첫 10만싱가포르달러의 정상 과세 소득에 대해 75% 감면을 받고 그다음에 다시 19만싱가포르달러(약 1억8261만원)의 정상 과세 소득이 발생할 경우엔 50% 추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신생 기업들을 위한 IRAS의 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
”신생 기업 스타트업 키트(New Company StartUp Kit)를 꼽을 수 있다. 이건 일종의 대화형 이러닝(e-learning) 가이드인데, 신생 기업의 설립 시점에 따라 맞춤화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이 IRAS 및 사업상 대응해야 하는 또 다른 정부 기관인 싱가포르 회계 및 기업 감독국(ARCA)에 언제 어떻게 처음 세금을 납부하고, 어떤 종류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간단히 안내해 주는 맞춤 교육이다.
이 키트에 등록한 신생 회사들은 각각의 사정에 맞춘 세금 납부 알림 고지 메일과 함께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세금 감면 혜택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납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미리 시간을 들여서 다양한 세금 혜택 준비를 할 수 있다. 1만6500개 이상의 회사가 신생 기업 스타트업 키트를 이용해 혜택을 받았다.”
중소기업을 위한 혜택도 있을까.
”IRAS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여러 편의를 마련해 주고 있다 그중 하나는 기업의 세금 신고 항목 간소화다. 2012년부터 싱가포르는 연간 500만싱가포르달러(약 48억원) 이하 수익을 내는 중소기업들에 C-S라고 불리는 간소화된 세금 납부 양식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양식은 신고 항목이 일반 기업보다 훨씬 적어서 재정 상태 등을 IRAS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연간 수입이 20만싱가포르달러(1억9223만원) 이하인 회사도 C-S(Lite)라는 양식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기업들이 18개의 필수 항목을 기입해야 하는 반면, C-S(Lite) 적용 대상 기업들은 6개의 필수 항목만 작성하면 된다. 특히 C-S(Lite) 신고서를 제출하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IRAS에 재정 상태와 세금 계산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탈중국 돈·인재 몰리는 싱가포르
①아시아 허브로 급부상 중인 싱가포르
②[Infographic] 싱가포르 경제 생태계
Part 2. 싱가포르가 글로벌 기업 러브콜 받는 이유
③[Interview]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부청장 탄콩휘
④[Interview]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
⑤[Interview] 이탁근 해시드 이머전트 대표
⑥[Interview] 차지영 KB 글로벌 핀테크 랩 팀장
⑦[Interview] 장상해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장
Part 3. 한국이 나가야 할 방향
⑧ [Interview] 최인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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