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힘”…北 도발 ‘압도적 대응’ 강조한 尹정부, 실현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재래식 무력 도발에 대한 정부와 군의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군사·기술적 측면에서의 고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사일 발사 전 파괴하는 ‘레프트 오브 론치’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교란하거나 파괴한다는 국방부의 전략은 미국에서 등장했던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 개념과 유사하다.
레프트 오브 론치는 뉴욕타임스(NY)가 2017년에 보도한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미군의 비밀작전명이다. 미국과 동맹국, 해외 주둔 미군을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미사일방어(MD) 작전의 일부다.
패트리엇(PAC-3)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요격미사일은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어 탄두가 분리돼 지상으로 낙하하는 단계에서 파괴를 시도했다.
초속 6~7㎞의 속도로 지상 표적에 낙하하는 미사일 탄두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면 지상에 피해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미국이 레프트 오브 론치에 주목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방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미 합참의장이던 마틴 뎀프시는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사일 방어예산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요격 기술보다 훨씬 저렴한 새로운 방어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지휘통제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미사일, 기상관측소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전파 신호가 오간다.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면, 전자적 신호로 바뀌면서 미사일에 전자신호가 전달된다.
북한은 2019년 이후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자신호가 발신됐다. 이는 RC-135W, RC-12 등 한미 연합군 정보수집수단에 의해 파악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자신호를 수집해 분석하면, 전자신호만으로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해킹이나 전자전으로 발사 전 단계에서 교란을 하면 미사일 발사는 어려워진다.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전자전을 감행하면, 미사일의 탄도나 방향을 교란해 정상 비행이 실패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보기관에 의한 공작도 레프트 오브 론치의 일부로서 이뤄질 수 있다. 결함이 있는 부품이나 장비를 들여보내 미사일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1월 이란에서 핵개발에 쓰이는 원심분리기가 부서졌다. 동유럽의 한 기업에서 구매한 원심분리기 배관 단열재가 문제였다. 이를 판매한 기업은 서구 정보기관이 러시아와 이란 망명자들을 앞세워 만든 회사였다. 이 회사는 이란에 불량품 단열재를 팔아 원심분리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했다.
◆선제적 교란·파괴작전 준비됐나
공격 의도가 명백하다면, 레프트 오브 론치는 선제공격 개념으로 작동한다. 북한에게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군 동향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 요소로서, 임기응변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백하지 않은데 ‘대응을 지체하면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공격하면, 이는 예방전쟁이 되버린다.
예방전쟁은 정치, 외교 등에서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명분을 확보하고 실시해야 성공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전쟁의 전철을 밟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은 미국과 유럽이 참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국제정치적 명분이 취약하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군 움직임에 대한 판단을 놓고 미국과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국가인 북한은 인터넷망도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이란처럼 해킹을 통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재인정부 시절 사이버 공격보다 방어를 강조하면서 공격 능력 강화 기조가 수년간 위축된 것도 걸림돌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이버 공격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기술을 강화할 수 있는데, 사이버 활동이 최근 수년간 방어에 국한되면서 공격력 강화에 소요되는 시간도 그만큼 더 드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전 이전에 레프트 오브 론치를 가동할 경우 북한의 반응이 어떨것인지다.
숫자와 이론을 앞세우는 미국식 사고방식과 위신을 중시하는 북한식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의 반응이 한미의 예측을 벗어날 위험이 있는 셈이다.
공세적 핵사용을 천명해온 북한이 레프트 오브 론치에 수도권 핵공격으로 반격할 가능성도 있고, 미군 전시 증원이 이뤄지는 부산항이나 김해공항 등 남부 지역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사이버와 전자전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평양이 거쳤던 고민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북한 핵과 군사전략을 추적하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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