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힘”…北 도발 ‘압도적 대응’ 강조한 尹정부, 실현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1. 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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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재래식 무력 도발에 대한 정부와 군의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방부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KMPR을 확고히 해서 도발 심리 자체를 눌러야 한다”고 밝혔다.
공군 패트리엇(PAC-3)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부도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하는 개념을 발전시키고,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파괴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했다. 대북 억제력이 방어적 성격에서 공세적인 면을 강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뀌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군사·기술적 측면에서의 고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사일 발사 전 파괴하는 ‘레프트 오브 론치’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교란하거나 파괴한다는 국방부의 전략은 미국에서 등장했던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 개념과 유사하다.

레프트 오브 론치는 뉴욕타임스(NY)가 2017년에 보도한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미군의 비밀작전명이다. 미국과 동맹국, 해외 주둔 미군을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미사일방어(MD) 작전의 일부다. 

레프트 오브 론치를 실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단계에서 교란작전을 감행해 발사를 저지하는 것과 미사일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파괴하는 방법이다. 사이버와 전자전 등의 기술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 EC-130 전자전기가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 방법은 기존 요격 방식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패트리엇(PAC-3)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요격미사일은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어 탄두가 분리돼 지상으로 낙하하는 단계에서 파괴를 시도했다. 

초속 6~7㎞의 속도로 지상 표적에 낙하하는 미사일 탄두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면 지상에 피해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미국이 레프트 오브 론치에 주목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방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미 합참의장이던 마틴 뎀프시는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사일 방어예산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요격 기술보다 훨씬 저렴한 새로운 방어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2014년 4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브라이언 맥키언 당시 국방부 차관은 “북한, 이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미사일 방어체계의 신·구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KN-23 개량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차량에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구체적으로는 사이버나 전자전 기술 등으로 지휘통제소나 표적 장치,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주로 거론된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지휘통제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미사일, 기상관측소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전파 신호가 오간다.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면, 전자적 신호로 바뀌면서 미사일에 전자신호가 전달된다.

북한은 2019년 이후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자신호가 발신됐다. 이는 RC-135W, RC-12 등 한미 연합군 정보수집수단에 의해 파악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자신호를 수집해 분석하면, 전자신호만으로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해킹이나 전자전으로 발사 전 단계에서 교란을 하면 미사일 발사는 어려워진다.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전자전을 감행하면, 미사일의 탄도나 방향을 교란해 정상 비행이 실패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외에도 미사일 생산 라인을 교란해 공장에 물리적 피해를 입히거나 생산 속도를 늦추는 것도 거론된다.
주한미군 RC-12X 특수정찰기가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0년 여름 이란 나탄즈의 원심분리기를 통제하는 컴퓨터 수천대가 스턱스넷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바이러스 중 하나로 알려진 스턱스넷은 2011년초에 이란의 원심분리기 중 절반을 멈추게 했다. 

정보기관에 의한 공작도 레프트 오브 론치의 일부로서 이뤄질 수 있다. 결함이 있는 부품이나 장비를 들여보내 미사일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1월 이란에서 핵개발에 쓰이는 원심분리기가 부서졌다. 동유럽의 한 기업에서 구매한 원심분리기 배관 단열재가 문제였다. 이를 판매한 기업은 서구 정보기관이 러시아와 이란 망명자들을 앞세워 만든 회사였다. 이 회사는 이란에 불량품 단열재를 팔아 원심분리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했다. 

◆선제적 교란·파괴작전 준비됐나

레프트 오브 론치는 기술적 측면에서 전통적인 요격 작전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 2021년 10월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해외 군 관계자가 LIG넥스원 전시관에서 장사정포 요격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개전 이후라면 문제가 없지만, 전쟁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동향이 포착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단순한 무력시위인지, 대남 공격이 명백하게 임박한 징후인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 의도가 명백하다면, 레프트 오브 론치는 선제공격 개념으로 작동한다. 북한에게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군 동향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 요소로서, 임기응변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백하지 않은데 ‘대응을 지체하면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공격하면, 이는 예방전쟁이 되버린다.

예방전쟁은 정치, 외교 등에서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 명분을 확보하고 실시해야 성공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전쟁의 전철을 밟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은 미국과 유럽이 참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국제정치적 명분이 취약하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군 움직임에 대한 판단을 놓고 미국과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2015년 원전반대 해킹그룹이 공개한 2011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연습 보고서(국정원 작성 추정)에 따르면, 연습간 한국군이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즉각대응사격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한미연합사령관은 훈련 강평에서 ‘신중한 대응’과 ‘자위권 확대 적용 경계’를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초대형방사포가 가상 표적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견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관계 붕괴에 준하는 의사소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밖에서는 북한 위협, 안에서는 의사소통 문제라는 ‘쌍끌이 위기’ 국면이 펼쳐질 위험이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국가인 북한은 인터넷망도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이란처럼 해킹을 통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재인정부 시절 사이버 공격보다 방어를 강조하면서 공격 능력 강화 기조가 수년간 위축된 것도 걸림돌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이버 공격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기술을 강화할 수 있는데, 사이버 활동이 최근 수년간 방어에 국한되면서 공격력 강화에 소요되는 시간도 그만큼 더 드는 셈이다.

전자전 공격도 쉽지 않다.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지상전술전자전장비(TLQ-200K) 등을 활용할 수 있으나.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는 도달거리가 짧다. 전자전기를 투입해야 하지만, 전력화까지는 10여년이 걸린다. 
한국군 RQ-101 무인정찰기가 임무를 마치고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 KAI 제공
스텔스 무인기 또는 군단정찰용무인기에 전자전 장비를 탑재해 운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개발과 실전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이버도, 전자전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전 이전에 레프트 오브 론치를 가동할 경우 북한의 반응이 어떨것인지다. 

숫자와 이론을 앞세우는 미국식 사고방식과 위신을 중시하는 북한식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의 반응이 한미의 예측을 벗어날 위험이 있는 셈이다.

공세적 핵사용을 천명해온 북한이 레프트 오브 론치에 수도권 핵공격으로 반격할 가능성도 있고, 미군 전시 증원이 이뤄지는 부산항이나 김해공항 등 남부 지역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려면 북한 핵무기와 군사전략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우리가 설정한 ‘게임의 법칙’을 따를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냉전 시절 미국이 옛소련의 핵 전략 특성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도 핵전쟁이 벌어지면 옛소련이 어떻게 나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차량에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전통적 개념의 미사일 요격작전에서 벗어난 선제 타격과 교란은 미사일 대응개념을 바꿔놓을 새로운 전략이다. 하지만 정치, 군사, 과학기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철저한 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사이버와 전자전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평양이 거쳤던 고민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북한 핵과 군사전략을 추적하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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