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올스타’부터 벤슨의 뽀뽀 사건까지, 올스타게임의 재구성
‘Just One 10 MINUTES’ 미스터 올스타의 시작
이상민이 최고의 인기스타였다면, ‘미스터 올스타’는 로즈그린이었다. 뛰어난 탄력과 전매특허인 훅슛을 앞세워 활약했던 로즈그린은 1998-1999시즌 올스타게임에 선발됐다. 당시 올스타게임은 2, 3쿼터를 국내선수 vs 외국선수 구도로 진행한 까닭에 양 팀에 각각 5명의 외국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로즈그린도 올스타급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랐지만, 올스타게임에 출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로즈그린이 경기를 지배한 건 2쿼터였다. 버나드 블런트와 합작한 앨리웁 덩크슛 포함 5개의 덩크슛을 터뜨리는 등 10분만 뛰고도 14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승리한 남부선발에는 로즈그린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2명이나 있었지만, MVP는 10분을 지배한 로즈그린에게 돌아갔다.
로즈그린이 써내려간 화려한 올스타게임의 예고편이었다.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도 차원이 다른 실력을 뽐냈다. 당시 KBL에서 보기 어려웠던 윈드밀 덩크슛, 180도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덩크슛 콘테스트 우승까지 독식했다. 이어 1999-2000시즌에는 서장훈, 허재 등과 함께 중부선발 베스트5로 선정됐고, 17점 7리바운드로 활약하며 2시즌 연속 올스타게임 MVP를 차지했다. 여전히 적수가 없었던 덩크슛 콘테스트 우승도 차지했다. 김선형이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연속 올스타 MVP로 선정되기 전까지 로즈그린의 2시즌 연속 MVP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MVP, 덩크슛 콘테스트 우승을 동시에 차지한 선수는 종종 있었지만, 이를 2시즌 연속 이룬 것은 여전히 로즈그린이 유일하다. 로즈그린은 뛰어난 탄력을 지닌 데다 오른손을 지지하지 않고 왼손만으로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KBL을 떠난 후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버스터스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로즈그린은 훗날 점프볼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른 리그라면 몰라도 KBL에서 불러준다면 다시 뛸 의사가 있다. KBL은 그만큼 멋진 리그였다. 많은 나라에서 뛰어봤지만 한국처럼 사람들이 친절한 나라도, KBL처럼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리그도 없었다”라며 웃었다.
올스타게임 역사상 최다득점은 2005-2006시즌 드림팀 올스타였던 리 벤슨이 보유하고 있다. 2쿼터에 한 쿼터 최다인 21점을 기록하는 등 매 쿼터 두 자리 득점을 남긴 끝에 총 62점을 기록, 종전 김영만(1997-1998시즌 44점)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덩크슛 16개 역시 올스타게임 역대 최다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여전히 벤슨의 올스타게임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최다득점이 아닌 가수 채연이다. 당시 최전성기를 누리던 채연은 축하공연을 위해 잠실체육관을 찾았고, 선수들과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드림팀 벤치로 향했다. 이때 광고판에 걸터앉아있던 벤슨은 갑작스럽게 채연에게 뽀뽀를 시도, 관중들의 함성과 야유를 한 몸에 받았다. 우리는 이후 프로농구 코트에서 채연을 볼 수 없었다.
국내선수의 전유물로 꼽혔던 3점슛 기록은 비교적 최근 외국선수에 의해 경신됐다. 김영만(1회), 문경은(2회)이 8개의 3점슛으로 공동 1위에 올라 있었으나 마커스 랜드리(KT)가 2018-2019시즌 올스타게임에 출전, 10개(성공률 50%)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신기록을 세웠다. 랜드리는 20분 45초만 뛰고도 40점 6리바운드로 활약, 라건아 드림팀의 129-103 완승을 이끌며 MVP로 선정됐다. 전신 시절 포함 KT 소속 선수가 MVP를 차지한 건 1998-1999시즌 로즈그린(나산) 이후 20시즌만이었다. 트리플더블은 올스타게임 역사상 단 한 차례만 나왔다. 크리스 윌리엄스가 주인공이다. 벤슨이 62점을 쏟아부을 당시 동료로 출전, 18점 16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쉽게 트리플더블을 놓쳤던 윌리엄스는 이듬해 열린 올스타게임에서는 23점 14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KBL 역사상 최초의 올스타게임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불편한 이야기 하나. 라운드 MVP, 올스타게임MVP 등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MVP 투표에서는 외국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대우를 못 받는 게 현실이다. 외국선수가 압도적인 기록을 쌓은 게 아니라면, 취재진의 표는 대부분 국내선수에게 향한다. 2014-2015시즌 올스타게임에서는 이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드림팀에 선발됐던 라건아(당시 라틀리프)는 29점 23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활약, 드림팀에 105-101 승리를 안겼다. 특히 23리바운드는 올스타게임 역대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였다. 그럼에도 MVP는 라건아가 아닌 김선형으로 선정됐다. 김선형 역시 전매특허인 돌파력을 선보였지만, 16점 6어시스트 2스틸은 라건아에게 명함을 내밀 수 없는 기록이었다. 투표 결과는 63표 가운데 김선형 39표, 라건아 24표였다. 내심 수상을 기대했던 라건아의 실망 섞인 표정, 멋쩍은 웃음과 함께 트로피를 건네받는 김선형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나란히 포착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라건아는 이후 한동안 취재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올스타게임 후 이틀 만에 열린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38점을 기록, 인터뷰실에 들어왔던 라건아는 1경기 개인 최다득점 소감에 대해 “기록은 신경 안 쓴다”라고 말하는 등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일관했다. 올스타 MVP 무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당시 모비스 사령탑이었던 유재학 감독 역시 “라틀리프는 종종 삐치는 성격이다. 그럴 땐 그냥 놔둬야 한다. 엄마도 못 말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건아의 마음을 녹인 건 역시 팬들이었다. 모비스를 응원하는 ‘울산 모비스와 아름다운 동행’ 카페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직접 올스타게임 MVP 트로피를 비롯해 꽃다발과 현수막을 제작, 홈경기 이후 울산공항에서 만난 라건아에게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라건아는 “전혀 예상 못했다. 나를 위한 이벤트를 열어준 팬들에게 정말 감동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_점프볼DB,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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