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국민적 흥행’ or ‘그들만의 리그’?… 尹에 해임 당한 나경원, 출마 강행하나
김종인 “나경원, 당 대표 출마 거의 100%… 유리한 상황에서 포기할 정치인이 있나”
전문가들, 나경원 당 대표 출마 가능성 높게 전망… “與 전당대회 흥행까지 가능”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식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차기 당권주자 출사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과연 누가 당 대표로 뽑힐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 전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가 이번 전당대회 흥행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원 투표 100%’로 일명 ‘민심(民心)’ 반영이 사라져 옅어진 국민적 관심을 나 전 부위원장의 인지도와 지지율로 과연 누가 당 대표가 될지 전국적 궁금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부위원장은 차기 당권주자 도전을 놓고 고민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직을 해임하면서 나 전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선언의 시간이 보다 앞설 것으로 보인다. 나 전 부위원장 측에 따르면 오는 20일 출마 여부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 구정이 지나기 전까지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나 전 부위원장은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직서를 제출했다. 겸직하고 있었던 기후대사에 대해서는 사의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나 전 부위원장의 사표 수리가 아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 모두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는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이, 기후대사 후임에는 조홍식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내정됐다.
정부 차원에서의 압박 외에 당 차원에서의 나 전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고사를 위한 압박도 존재했다. 지난 1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가 당내 전당대회와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당시 부위원장과 기후대사를 맡고 있던 나 전 부위원장을 겨냥하듯 “원칙적으로 대상을 불문하고 정무 공직을 맡으면서 당직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당직에 도전하려면 정무직은 정리해야 한다는 게 평소 (제)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쟁 후보인 김기현 의원도 지난 11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전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나 대표는 참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분이고, 그동안 책임 있는 정치 인생을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우리 당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잘 숙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윤심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적극 어필한 바 있다. 특히 여론조사상 국민의힘 지지자의 지지율 1위인 나 전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상황에서 2등으로 달리고 있는 김 의원이 에둘러 출마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사직서 제출이 ‘해임’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나 전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대표 본인이 여론조사에서 1위, 유리하게 나오고 있는데, 어느 정치인이 그 상황을 포기하겠나”라며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당 대표 출마는 당연하다. 이번에 누가 그걸 못하게 할 사람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나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100%”라며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는 내년 총선 압승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원 투표 100%인 만큼, 당원 책임이 크기 때문”이라며 “(나 전 부위원장이) 이달 20일쯤 전후로 아마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나 전 부위원장은 설 구정 전으로 출마 여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광진구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오는 15일 양천구 신년인사회에 이미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당권주자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후 충북 단양에 위치한 구인사를 찾아 당 대표 선거 출마 고심에 대한 답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천태종 총무원장인 무원스님은 나 전 부위원장을 향해 “열심히 살다보면 욕심을 부려 본연의 길을 잃을 때가 많다”며 “무소의 뿔처럼 고고하게 부처님 진리를 새겨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가야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나 전 부위원장은 “스님의 말씀처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나 전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를 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와 ‘윤심’으로 점쳐진 특정 후보 밀어주기로 사라진 국민적 흥행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오히려 돌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경원 전 부위원장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국민적 흥행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당 대표로 뽑힐 것으로 보였던 김기현 의원과의 경쟁이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며 “나 전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지도자가 될 기회가 왔고,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본인만의 판단과 사명감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은 “나 전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은 하더라도 진짜 후보로 등록을 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도 현재 출마 선언을 한 후보에 비해 나 전 부위원장의 인지도와 지지율을 보면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박 교수는 “나 전 부위원장은 수도권 인물이고, 당내에서 인지도도 가장 높다. 현재 나온 후보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윤심’으로 평가되는 김기현 의원도 과반수 이상은 못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때 결선투표에서 나 전 부위원장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출마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저 우스워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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