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보험 분석, 10초면 끝… 美 주택 대출도 잡는다”
“데이터·AI 기술로 보험 분석 표준화”
“모든 금융상품 중개하는 플랫폼 꿈꾼다”
“보험시장은 설계사 분석에 의존하다보니 정보비대칭이 큽니다. 또 설계사는 고객이 제공한 증권을 수작업으로 분석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최적의 보험상품을 추천하니 고객이 모였고 그 덕에 창업 6년 만인 지난해 업계 최초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습니다.”
이동익 해빗팩토리의 공동대표는 “며칠씩 걸리던 작업이 AI 프로그램 개발로 10초 안에 가능해졌고 그 결과 7명이 할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해빗팩토리는 2016년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보험 분석·추천 애플리케이션(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고 있다. 앱에 가입해 자신의 보험 데이터를 입력하면 보험 가입 상황을 점검받을 수 있고 채팅을 통해 설계사와 상담할 수 있다. 이후 고객이 보험을 가입하면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13조원 규모의 보험 중개 시장을 기술로 혁신하고자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그널플래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출시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올해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한다. 일반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이익률의 10배 수준이다. 이 대표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창업 전 통신사와 보험사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일을 했는데, 두 업계 모두 마케팅에 수조원을 쓰면서도 그 효용이 고객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것을 봤다. 그래서 그 비용의 가치를 어떻게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업이 타깃 고객층의 수요만 제대로 알면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아낀 비용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건 가계부 서비스였다. 어디에 돈을 쓰는지 알면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과 연결시키면 괜찮은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름의 데이터 관리 플랫폼 사업을 한 거다. 가계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을 추천했는데 전환률이 20~30%로 매우 높았다. 이 데이터 관리 기술을 가지고 좀더 본격적으로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해보고자 시작한 것이 ‘시그널플래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나.
“시작은 B2B(기업 간 거래)용 보험 분석 서비스였다. 보험 설계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AI 기반 보험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설계사들이 고객을 만나면 고객들로부터 보험 증권을 취합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엑셀로 정리해 분석하고 고객과 다시 약속을 잡고 만나 상담을 했다. 고객들로부터 모든 증권을 받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수작업이기 때문에 적게는 몇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는 일이다.
우리는 AI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이 휴대폰 인증 한 번만 하면 10초 안에 분석이 가능하게 했다. 생산성이 높아지니 당시 국내에서 활동하던 보험설계사 20만명 중 8만명이 우리 프로그램을 썼다. 그러다 보험 중개를 직접 하자는 생각이 들어 고객용 앱을 내놓게 됐다.”
-기존 핀테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나. 해빗팩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고객 이익 극대화가 최우선이라는 데 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은 오프라인 금융기관과 달리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함께 취급해 정보비대칭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고객이 이익을 얻을수록 플랫폼 사업자들은 돈을 못 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고객을 속이는 경우가 생겨난다.
예를 들면 대출상품을 추천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도가 높다’, ‘금리가 낮다’ 등의 이유를 앞세우며 중개 수수료를 많이 주는 은행의 상품을 먼저 보여주는 식이다. 그런데 금융상품은 고객의 신용등급과 직결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 이런 식의 추천은 자칫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생산성을 높여 적은 비용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었다. 먼저 AI 프로그램 개발 덕에 7명이 할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 또 정규직 채용으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통 위촉직으로 고정된 급여가 아닌 인센티브를 받는다. 많이 팔아야 많이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싼 상품을 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빗팩토리는 설계사를 전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초기에는 직원이 벌어오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AI 프로그램으로 생산성이 오르면서 인건비의 10배 가까이는 벌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도 진출했다.
“막연하게 왜 금융분야에는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수퍼 앱이 없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공부해보니 미국 금융에서 가장 큰 시장이 주택담보대출인데 이 시장도 정보비대칭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었다. 고객에게 최적 금리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데, 5억원을 대출받으면 수수료로 2000만원이 드는 식이다.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사는 한인을 대상으로 최적 금리 대출을 중개해주는 ‘로닝 에이아이(Loaning AI)’를 지난해 1월 출시했다.”
-1년 간의 성과가 궁금하다.
“대출 371억원을 달성했다. 총 이자 비용은 타사 대비 89억원 적다. 로닝에이아이가 제공한 평균 금리는 미국 주류 은행보다 0.5~2%포인트 낮다. 30일 이상 걸리던 업무 처리 기간도 7일로 줄었다. 처음엔 한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인 비율이 40%까지 올랐다.”
-향후 목표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도전했듯 해빗팩토리의 기술은 보험에만 해당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적금, 대출, 카드 등 모든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창업 멤버가 보험사 출신이어서 보험을 먼저 시작했을 뿐, 우리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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