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목에 걸게 하고 범죄자 취급”… 中 루머에 韓 방역당국 사진까지 보여주며 반박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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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인 단기비자 발급 중단하며 보복 나선 10일
인터넷에 ‘격리자 숙소에 침대 없다’ 등 악성 루머 퍼져
中 관영매체, 사실 확인 없이 사설에 네티즌 주장 실어
“춘제 연휴에 요우커 한국 아닌 동남아 간다” 경고도
韓 정부 “中 방역조치, 과학적·객관적 사실 근거해 판단해야”

“호텔 객실은 대한민국 국민도 이용하는 객실로, 객실마다 모두 침대가 비치되어 있고 온수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깨끗한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이 중국에서 입국한 단기 체류(90일 이하) 외국인을 대상으로 방역조치를 강화한 후 9일 만인 지난 11일 방역당국이 배포한 설명자료 중 일부다.

중국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티미널로 입국한 단기 체류 외국인들이 방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 입국 후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들이 매우 열악한 숙소에서 격리된다는 등 사실과 다른 악성 루머가 퍼지고, 중국 관영매체가 이 주장을 토대로 사설을 쓰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것이다.

◇中 네티즌들 루머 퍼트리고 관영매체는 사설 실어

중국은 지난 10일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같은 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중국 여행객에 ‘옐로카드’ 강제 착용’ 등 한국의 방역 조치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누적 조회수가 5억회를 넘겼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퍼진 한국의 방역조치 악성 루머는 ▲중국인에게만 노란색 카드를 나눠주고 목에 걸게 했다 ▲숙소에 침대가 없고 온수도 안 나온다 ▲식사가 너무 엉망이다 등이다. 입국자가 자비로 부담하는 PCR 검사 비용을 8만원인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중국 네티즌은 여객기에서 내리자 목에 걸어야 하는 노란색 카드를 받았다면서, “한국에 수십번 왔는데 이렇게 기분이 나쁜 적은 없었다. 이건 정치쇼이지, 방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어로 ‘XX’라는 욕설도 적었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목에 걸어야 했던 옐로카드를 받았다, 범죄자처럼 군인들에게 억류되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는 글도 있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인을 수용하는 격리시설에는 침대도 테이블도 의자도 없고, 바닥에 앉아서 잘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설에 격리되는데 “1일 숙박비가 15만원, 식비가 1만5000원이니 하루에 900위안(약 16만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식사와 관련해서는 “한국 격리시설에서 중국인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샌드위치에 김치·우유가 전부다” “식사를 휴지통 앞에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중국인이 부실한 식사를 거부하면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는 글도 보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한국 측은 중국인 관광객의 폭로에 대해 합리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의 특징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면서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의 방역 조치가 ‘모욕적’이며 ‘검사는 중국인에게만 한다’고 폭로했다”며 “입국을 거부당한 승객은 침대와 온수가 없는 ‘작은 암실’로 끌려가 억류됐다”는 주장을 전했다. 또 “여러 네티즌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 측이) 노란색 카드를 나눠주고 목에 걸게 하는 등 마치 범죄자처럼 끌려갔다고 전했다”면서 “한국은 중국인이 입국할 때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고 했다.

중국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영국 국적자가 노란 카드를 목에 걸고 있다./보건복지부 제공

◇中 관영매체 “중국인 관광 안 간다” 경고… 정부 고위 당국자도 거들어

환구시보의 사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가지 않으면서 한국이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한다. 환구시보는 “코로나 사태 전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 산업의 최대 수입원이었고 중국인이 백화점 매출의 70%를 차지했다”며 “한국 정부의 (방역 강화로) 자국에서도 불만과 의문이 제기됐다”고 썼다.

동남아 국가와 한국을 비교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의 입국장을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가득 메운 모습은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중국인들이 방문하는 10대 관광지에 한국이 들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라며 “이것은 반드시 한국 측의 변화를 촉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거들었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1일 트위터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코로나 대응을 정치적 조작의 구실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적이어서는 안 되고, 여행과 교류, 협력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韓 정부, 사진 공개하며 中 주장 일일이 반박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유포된 주장을 중국 관영매체가 사설로 실으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자, 우리 방역당국은 정면 반박에 나섰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확진 판정을 받은 단기 체류 외국인은) 다 호텔에서 안전하게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출발한 단기 체류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후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격리되는 호텔 내부와 제공되는 도시락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중국인만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걸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단기체류 외국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공항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게 된다”며 “길 안내를 위해 노란색 목걸이를 이용하며, 중국 국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건 영국인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확진자를 격리하는 장소가 작은 암실이고 침대·온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격리 시설로 활용 중인 호텔 세 곳의 객실과 화장실 사진을 공개했다. 우리 방역당국은 “대한민국 국민도 이용하는 호텔 객실로 모두 침대가 비치되어 있다”며 “온수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깨끗한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식사에 대해서도 “전문 도시락 업체가 매일 다른 메뉴를 객실에 제공하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샌드위치·김치·우유 뿐이라는 중국 네티즌 주장과 달리 다양한 메뉴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방역 강화에 중국이 보복에 나서고 외교 문제로 비화되자 우리 외교부도 나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중국이 단기사증(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맞대응 조치를 취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중국의 방역조치 결정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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