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낙폭 컸던 ELS, 회복 기대 꿈틀… “원금 손실 위험 주의해야”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저점 매수 노리는 투자자들, 중위험 투자처에 관심
은행 예금 금리의 인상 흐름이 멈추고 주식 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ELS(Equity-Linked Securites·주가연계증권)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ELS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자산을 우량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하고, 일부를 주가지수 옵션 등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초 자산인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일정 기간 미리 정해 놓은 범위 안에 머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기초 자산이 주가지수인 ‘지수형 ELS’와 개별 주식인 ‘종목형 ELS’ 등이 있다.
◇ 1년 만에 20% 넘게 하락한 코스피지수… ELS 투자 통한 수익 기대 커져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들은 올해 1일부터 11일까지 285개의 ELS·ELD를 6056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 종목은 미래에셋증권이 42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증권(40건), 신한투자증권(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ELS는 통상 만기가 3년으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얻는다. 예컨대 ‘6개월 뒤 A회사 주가가 현 수준의 85% 이상을 유지하면 연 10% 수익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약정이 된다. 만약 만기가 됐을 때 가격이 특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조건에 따라 현 가격에서 하락한 비율만큼 손실이 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KB GOLD&WISE 한남PB센터장은 “ELS는 해당 지수 또는 종목이 원금 손실 발생 기준선(knock-in)에 진입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40~50% 급락하지 않으면 통상 약속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적금 금리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치로 삼는다면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ELS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ELS 상품들의 원금 손실 위험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셈법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면 다시 투자 대상으로 관심 가져볼 만하다는 뜻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도 “ELS 상품은 주식 시장의 하락기에 쿠폰금리(수익률)가 상승하는 상품으로 최근에 쿠폰금리가 5~8%대에 형성돼 있다”면서 “ELS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 증시 부진과 ELS 발행액 감소 이후 주식 시장은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21년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금리 인상 여파로 2022년 200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증시가 부진하고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ELS 발행도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작년 3분기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ELS·ELB 발행액은 7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11조6000억원 대비 31.6%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집계한 지난해 4분기 ELS 발행량은 4조4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목소리와 함께 ELS 시장도 1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하고 서서히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 것이다. 작년 4분기 ELS 발행 금액 대비 조기상환 금액이 컸다는 점도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ELS 발행 물량 중 대부분이 1차 중간 평가에서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ELS 발행 잔고가 줄어드는 경우 주식시장이 하락 흐름을 이어가기보다는 횡보하거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2022년 상반기와 같은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 주식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하락한 것”이라며 “올해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만, 금리 인상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가지수가 2022년 하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추가 하락 시 원금 손실 위험… ELS 발행 잔고 증감, 조기 상환 규모 증감 등 확인해야
다만 ELS는 엄연히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발행사가 제시한 상품 조건을 아예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을 아예 잃을 수 있다.
지난해 주식형 ELS 중 가장 발행 규모가 컸던 종목은 테슬라(TESLA)로 918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작년 1월 중 400달러를 넘었던 이 회사 주가가 그해 12월에 109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대거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 진입)이 발생했다. 작년 테슬라를 기초자산을 하는 ELS 발행 금액 중 45%가 녹인(knock-in)됐다. 금액으로는 413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ELS·DLS 원금손실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조원대를 넘어 투자자 손실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가 6771억원으로 대부분이다. 지난해 3분기 이후 홍콩H지수의 추가 하락한 영향이다. 녹인 구간에 들어간 물량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약 250억원 규모다. 나머지 물량의 만기는 2024년이다.
물론 녹인이 발생했다고 실제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기까지의 기초자산 변동에 따라 손실을 회복할 수도 있다. 상품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면 투자자는 최대 100%의 투자금 손실을 보게 된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2월 코스피200지수가 6개월 전 지수의 95% 수준으로, 올해 1분기 중 지수가 2200 위에서 움직이면 작년 2분기에 발행한 물량 중 상당 부분 조기 상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코스피 지수가 2000 부근이더라도 일시적인 하락에 그친다면 그 역시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0.99포인트(0.9%) 오른 2386.0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외국인, 개인이 순매수하면서 8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하락 조정이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투자 심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불확실성도 크다.
이 때문에 ELS에 투자하기 전 증시 변화와 함께 ELS 발행 잔고 증감과 조기 상환 성공 여부 등 시장의 온도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물량들이 1차 중간 평가에서 대부분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침체 국면 이탈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ELS 시장이 분명하게 바닥을 딛고 회복하려면 발행 후 2차 이상의 중간 평가에 조기 상환에 성공하는 종목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만약 주식시장이 장기 횡보로 진행된다면 ELS 발행 잔고가 줄어도 발행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ELS 시장의 침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하기 전에 기초자산 가격에 연계해 증권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자산 성격과 가격 추이, 원금손실 구간, 충족 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률 시뮬레이션도 확인해야 한다.
투자하고자 한다면, 증권사(발행사)의 ELS 청약에 참여해 청약 확정을 받으면 된다. 증권사 전국지점 및 홈페이지, 홈·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MTS)에서 신청할 수 있다. 최소 투자 금액은 상품에 따라 다른데 대체로 10만원 또는 100만원부터이며 10만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청약 경쟁률에 비례해 청약 금액을 나눠 배정한다.
펀드나 ELS 등 파생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금융소득으로 분류돼 세금이 발생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는 ISA나 IRP(원금 최대 손실 40%내 상품에 한해 가능)계좌를 통해 투자해 절세 효과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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