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우주와 지구를 레이저로 잇는다

조가현 기자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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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버스트 투자 '미라틀라스'
대기의 구름, 난류 등을 측정하는 미라틀라스의 스카이 모니터. 수학동아 DB

스타버스트는 미국에 기반을 둔 우주 항공 분야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2012년 설립돼 현재까지 120여 개의 우주 항공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스타버스트가 202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할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은 우주 산업에서 ‘수학’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지사장이 <수학동아>에 매달 하나씩 소개하는 우주 기업에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기업은 지구와 우주를 레이저 통신으로 이어주는 프랑스 기업 ‘미라틀라스’다. 

● 우주에서 레이저로 지구에 정보 전송!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짧게나마 휴대전화 통신이 중단되는 상황을 겪어 봤을 것이다. 한 지역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릴 때, 휴대전화 신호망이 바뀔 때 등 일단 통신 장애가 일어나면 늘 곁에 있던 통신 수단이 당장 내 손에서 사라져 엄청 불편하게 마련이다.

무선 통신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호를 실어 나르는 전자기파의 주파수가 라디오 시절에는 1000Hz에서 100만 Hz였던 것이 디지털 무선 전화시대가 되면서 10억 Hz 단위 수준이 되었다.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커지면 신호 대역폭이 넓어야 하고 기본 주파수 파장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시대에는 레이저 통신이 더욱 활발히 이용될 전망이다. 레이저 통신은 전파(3KHz ~300GHz)를 이용하는 기존 통신보다 많은 신호와 정보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 여기에는 테라(T)Hz 이상의 주파수가 쓰이며 통신 보안이나 대역폭에서의 장점이 매우 크다. 테라는 조 단위인데, 이제는 슬슬 전파가 아니라 적외선이라 불러야 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직은 장거리 통신이 아니긴 하지만 ‘WiFi’가 아닌 ‘LiFi’라 해서 사람 눈에도 보이는 가시광선 대역까지 오른 초광대역 무선 통신 기술들도 등장하는 것이 그 예다.

문제는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순서로 주파수가 점점 증가하면 전자기파의 ‘직진성’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레이저는 직진성이 매우 뛰어난 특성을 가진다. 직진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정보 전송 에너지가 잘 흩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경로상 어떤 장애물에 의해 물리적 경로 변경이 일어나면 앞서 말한 통신 장애의 불편함을 그대로 겪게 되는 단점도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군집 위성들 사이에 다른 장애물이 끼어들어 통신을 방해할 가능성은 아직은 적다. 만일 누군가 끼어든다면 앞으로 국가 안보나 기업 재산권 침해같은 중차대한 수준에서 다뤄질 것이다. 내 궤도 공간에 누가 함부로 침입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한편 우주와 지구는 서로 통신으로 연결돼야 한다. 특히 초광대역 레이저 통신이 이 둘 사이에서 일어날 때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대기’다.

지구의 생명이 숨 쉬고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기지만,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 통신에 대해서는 대기가 그리 호락호락한 통신 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사막의 신기루 현상은 뜨거운 여름날 도로 저 먼 곳을 쳐다봐도 흔히 볼 수 있다. 공기의 온도 차이가 빛의 굴절을 만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빛은 중력에 의해서도 휘지만, 대기 밀도 차이로도 휠 수 있다.

●우주 통신 막는 대기 

대기에는 ‘난류’라는 현상도 항상 존재한다. 여객기를 타고 날다 보면 가끔 비행기가 불안할 정도로 흔들리는 현상을 겪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비행기의 흔들림은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빠르게 변하며 나타나는 불규칙한 대기의 운동인 난류 때문에 일어난다.

위성과 지상의 통신은 수직으로 최소 몇백 km에 걸쳐 일어난다. 그 사이에는 대류권과 성층권을 포함하는 대기가 있다. 대기 속에 항상 존재하는 난류는 레이저 광선이 원래 예측했던 직진 경로를 벗어나 흔들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점과 점을 연결하는 직진 경로로 통신하고자 등장한 것이 레이저 방식인데 그 경로가 흔들리면 거기에 맞게 제어를 하는 기술도 필요하며 얼마나 흔들릴지에 대한 관측과 예보도 대단히 중요하다. 

프랑스 회사인 미라틀라스는 지구 대기의 상태가 통신에 끼치는 영향을 관측하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다. 대기의 정보를 수집하는 장비를 만들고 분석한다. 대기 난류를 측정하고 그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일기예보 기술과도 비슷하다. 이러한 기술에 빠질 수 없는 분야가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이다. 

한편 난류 현상에 대한 해석 자체는 유체역학적 이해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 유명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쓰인다. 미라틀라스 같은 회사에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가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관측 결과와 기술이 더 축적되면 지구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레이저 물리와 비선형 광학 박사이며, 미라틀라스 공동설립자 겸 대표이사인 장-에두아 커뮤날 대표는 <수학동아> 독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학창 시절 물리 선생님으로부터 감명 깊게 들은 말이라 한다. 

자연은 아름다우면서도 복잡하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 섰을 때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이야, 이거 멋진데!’라고 앉아서 그냥 감탄하기 또는 자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기다. 우리는 자연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물리학과 수학을 사용한다. 

관측하는 대기의 절대 온도 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로, 구름양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수학동아 DB
스카이 모니터와 열화상 카메라 등이 수집한 정보로 대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학동아 DB
미라틀라스의 스카이 모니터. 수학동아 DB

● 미라틀라스의 핵심기술

우주에서 지상까지 레이저 통신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매우 높은 해상도로 지구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레이저 통신은 구름에 의해 쉽게 차단되고 난류에 의해 흩어진다. 대기를 통한 빛의 전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를 측정하고 분석해 그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미라틀라스는 스카이 모니터라는 장비로 대기 정보를 측정하고 분석해 세계에서 최초로 밤과 낮의 난류를 특성화했다.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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