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당한 나경원, 결단에 따라 전대 지형 달라진다
나경원 "잠깐의 혼란·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 막을 수 없다"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숙고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결단에 따라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지형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전날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천태종 본산 구인사를 방문했다. 16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전날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같은 날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서 해임했다. 당 안팎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해임을 발표하고, 후임자까지 내정한 것은 사실상 징계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나 전 의원이 정치적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직에서 물러난 만큼 전당대회 출마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경쟁은 김기현 의원이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로 활발한 행보에 나서면서 당내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도 김장연대에 올라탄 모습이다. 실제 당내 친윤 의원 다수가 지지를 선언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지형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당심에서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경쟁 주자에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결선 투표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한길리서치, 쿠키뉴스 의뢰,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30.7%로 1위를 기록했다.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정책 아이디어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2위인 김기현 의원(18.8%)보다 11.9% 포인트(p) 앞선 것이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친윤 대 반윤 구도로 김기현 의원과 2파전이 될 가능성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강조해왔지만 해임에 따른 '비윤' 이미지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윤' 이미지가 굳어지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라가는 당심이 김기현 의원으로 결집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나 전 의원은 보수 색채 짙은 정치인인 만큼 보수 당심의 일정 비율을 차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비윤 표심, 수도권 연대에 호응하는 표심, 최근 대통령실과의 갈등이나 친윤 의원들의 불출마 압색 등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더해지면 나 전 의원이 유력 당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과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특히 친윤 의원들의 집중적인 견제도 이겨내야 한다.
김기현 의원은 최근 지난 12일 자신의 휴대전화에 '나경원 미팅(전화요망)'이라고 쓴 글이 뉴스1에 포착됐다.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매듭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성사돼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이끌어내면 당내에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확실한 경쟁자를 포용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함부로 내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라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sd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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