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로봇과 식품의 위대한 결합, 푸드테크 미래 보여준 CES

라스베이거스(미국)=유윤정 생활경제부장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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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시스템이 결합한 푸드테크(Foodtech) 기술은 우주공간에서의 생존력을 높이는 필수 기술이 될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3′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우주와 푸드테크,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두 카테고리에 어떤 접점이 있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나사에서 우주농작생산(Space Crop Production)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랄프 프릿츠(Ralph Fritsche)는 “미래의 우주 식물 연구는 식물의 성장과 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데이터 융합·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나사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우주비행사의 날숨 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을 만드는 탄소 변환 기술을 활용한 보드카 등 우주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의 강연 후 나사가 최첨단 푸드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주와 지구는 재해 대응과 식재료 위기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일수록 마음과 몸이 더욱 자신에게 적합한 먹거리를 원하고, 우주선 내 폐쇄 공간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원이 없는 우주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식재료를 생산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구가 끌어안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것과 연결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스페이드푸드엑스’ 기획에서 2040년대에 1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달 기지를 구상하고 먹거리 솔루션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던진 CES 2023 행사와도 미래지향점이 맞닿아 있다. 식재료 부족, 자원 부족, 생물 다양성, 폐쇄 격리 환경의 삶의 질, 인력 부족 등의 난제가 우리 미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CES 2023에서도 메인 테마로 부상한 푸드테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인력난과 그에 따른 농산물 수확 감소로 나타난 식탁 물가 상승의 해결사 역할에 이어 먹거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를 막는 대안으로까지 부상했다.

특히 로봇의 등장은 푸드테크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아그리스트(AGRIST)는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과수원 수확로봇을 공개했다.

‘L’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농부를 대신해 겹겹이 쌓인 나뭇잎을 뚫고 정확하게 과실을 포착해 수확한다. 매일 농장을 순찰해 식물의 생육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농장 관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농부들의 업무량을 줄여준다.

미국 농기계 업체 존 디어(John Deere)는 운전자 없이 24시간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공개했다. 이 자율주행 로봇은 GPS, 카메라, 센서 AI 기술 등을 활용해 작동한다. 줄어드는 농촌의 노동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로봇바리스타 X블룸(X-bloom)은 지능형 무선 주파수 인식기술(RFID)과 콩 인식 기술을 이용해 물 온도, 추출 비율, 물을 붓는 시간과 패턴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커피머신으로 로봇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 9일 미국 UCLA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에서 만난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은 “로봇의 진화는 식품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사람이 아닌 로봇이 요리를 한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협업해 요리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음식에 기술을 더하는 푸드테크가 전에 없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음식이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되고,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창업 4년만에 CES에 단독부스를 차린 한국 스타트업 누비랩은 AI기술로 음식과 잔반을 측정, 분석하는 스캐너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다 남겼는지 수치화 해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미식예찬>의 저자 장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요즘은 무엇을 먹고 있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시대가 되고 있다.

구글이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크리에이터에 출자하고 스탠포드 의대가 대·소변에서 검출되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음식의 가치는 단순 식량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 지속가능성 등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진화된 푸드테크 기술로 열릴 새로운 세계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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