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이유없이 체머리를 흔드는 풍두선(風頭旋)은 OO때문이다

정명진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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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의종금감에 그려진 간경순행도(肝經循行圖, 왼쪽)과 본초강목에 그려진 천마(天麻).

옛날 한 부인이 머리를 흔드는 증상이 생겼다. 그 부인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가 마치 튕겨 놓은 대나무 대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누군가를 만나면 “왜 머리를 흔드는 것이오?”라고 물어보지만, 자신은 머리가 흔들린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기에 “내 머리가 어찌 흔들린다는 것이요?”하고 되물을 뿐이었다.

사실 자신은 통증도 없고 불편함이 없었기에 그냥저냥 시간이 흘러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 대변을 볼 때 선홍색 피가 나왔다. 피는 대변을 볼 때마다 보였다. 대변의 피는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고, 그냥 간헐적으로 혈색이 비치는 정도였다. 사실 부인은 심각하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창피했기에 남편이나 누군가에게도 변혈(便血)이 있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인이 부엌에서 머리가 핑 돌더니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이것은 본 남편은 부인이 몸이 허한가 보다 하고 함께 의원을 찾았다.

의원은 부인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오신 것이요?”하고 물었다. 부인은 별 말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때 남편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쓰러질 뻔했소. 내가 보기에 요즘 들어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니 몸이 허해진 것 같은데,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라도 한 제 지어주시오.”라고 했다.

그런데 의원은 남편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부인이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부인이 지금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데, 알고 계시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대답이 없는 부인 대신 남편이 당연히 알고 있다고 하면서 별일 아닌 듯이 벌써 수 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혹시 부인이 머리를 흔들기 시작할 때 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요?”라면서 물었다.

의원의 경험으로 보면 정신적인 충격 이후에 체머리를 흔드는 부인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보약이나 지어달랬더니 괜히 쓸데없는 것을 묻는 것이요?”라는 것이다. 남편이 화를 내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는 듯 했다.

부인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문을 열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어렵게 얻은 아들이 한 명 있었습니다. 집안 마당에 감나무가 하나 있었죠. 그런데 약 7년 전 늦가을, 이미 손이 쉽게 닿는 곳의 감은 따서 곶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제가 감나무에 꼭대기에 매달린 홍시가 맛있게 보인다고 했더니 아들놈이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다가 그만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아들놈이 살아있다면 올해 벌써 20살은 되어 장가도 갔을 나인데 말이요. 얼마나 억울하겠습니다. 그날 제가 홍시를 먹고 싶다고만 안 했어도… 아들놈이 저 때문에 죽은 것입니다. 흑흑”하면서 흐느꼈다.

부인은 아들이 죽은 날로부터 시간만 되면 감나무를 올려다 쳐다보았다고 했다.

어느 날도 감나무를 쳐다보고 있는데, 남편이 “부인. 왜 머리를 흔드시오?”라고 묻는 순간 자신이 머리를 흔든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의원은 진맥을 했다. 부인의 맥은 현삭(弦數)하면서 허(虛)했다. 현맥(弦脈)이 잡힌 것은 간화(肝火)로 인한 분노나 억울함이 있다는 것이다. 부인에게는 아들의 죽음이 억울하기에 여태껏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이다.

의원은 “지금 부인은 노기(怒氣)가 쌓인 결과 간풍(肝風)에 의한 풍두선(風頭旋) 증상을 보이는 것 같소. <내경>에 보면 ‘모든 풍과 흔들림과 어지럼증은 모두 목(木)에 속한다’고 했소이다. 그런데 목(木)은 바로 오장육부 중에 간(肝)이고 육기(六氣)로는 풍(風)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목은 바로 간풍(肝風)을 의미하는 것이요. 무엇보다 간은 근(筋)을 주관하는 장기로 간풍은 근육의 수축과 경련을 유발하기 때문에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쪽은 수축하고 한쪽인 이완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흔들림이 생기는 것이오. 이는 아마도 간풍이 발생한 원인은 당시 아들을 잃고 난 후의 분노와 억울함, 화(火)가 발산되지 않고 쌓인 것이 원인이 되는 듯합니다. 이때는 방풍원(防風元)이 명방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부인들의 풍두선 자들을 이 처방으로 치료한 적이 있소.”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혹시 이것이 중풍증상의 하나인 것이요?”라고 남편이 걱정스레 물었다.

의원은 “그렇지 않소. 중풍은 뇌혈맥에 풍사가 침범해서 얼굴을 돌아가게 하고 한쪽 팔다리를 마비시키는 병증인데, 풍두선(風頭旋)은 풍(風)자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뇌혈맥의 질환이 아니요. 다만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듯이 마치 바람이 머리를 흔들리게 한다는 의미로 풍자가 들어간 것뿐이요. 한마디로 간풍이 내동(內動)해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리게 할 뿐이요.”라며 안심시켰다.

의원은 처방을 복용하기 전에 먼저 뜸과 침치료를 하고자 했다. 의원은 먼저 백회(百會)와 간수(肝兪)에 뜸을 뜨고, 풍지(風池)와 양릉천(陽陵泉)에 침을 놓았다. 이러한 치료는 머리와 목덜미의 근육뭉침과 긴장감을 풀고, 동시에 간풍(肝風)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침을 맞고 있는 동안에라도 부인의 머리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의원은 다시 진맥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삭(數)하면서 허(虛)한 맥은 잡혔다. 이런 맥은 과다 출혈 후에 잡히는 맥상이었다.

의원은 “혹시 요즘 월사(月事)와 무관하게 자궁이나 항문에 출혈이 있는 것이요?”라고 물었다.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몇 개월 전부터 대변을 보면 붉은 피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원은 “지금 변혈(便血)이 있는 것도 간풍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마도 간(肝)에 분노가 쌓여 지속적으로 장을 핍박해서 나타난 장풍하혈(腸風下血)인 것 같소이다. 보통 붉은 피가 나오는 것은 장풍(腸風)이라고 하고, 피가 대변보다 먼저 나오는데 이것을 근혈(近血)이라 하는데, 그래서 붉은 피가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목(木)의 기운이 치성하면 비토(脾土)를 억누르는데, 비토는 폐금(肺金)과 모자(母子) 관계로 폐금과 짝이 되는 대장의 출혈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역시 오랫동안 쌓인 간화(肝火)가 풍기(風氣)를 일으켜서 장부의 기혈을 허손케하고 특히 대장에 독이 쌓이면서 피가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보혈을 시켜서 치료할 것이 아니라 황련(黃連)과 같은 약재로 열독(熱毒)을 쳐야 합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서둘러서 방풍원(防風元)에 황련을 가해서 조제했다. 방풍 3냥, 천화분, 황기(밀구), 강활, 백작약, 황련 각 5돈, 서각, 감초 각 2.5돈, 사퇴(구), 붉은 조구등, 마황 각 1돈을 가루내어 대추살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들었다. 이 환을 박하를 달인 물에 50~70알씩 식후에 먹도록 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복용 후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 없어지고 변혈도 잦아지더니 사라졌다.

증상이 없어지자 부인은 기뻐하며 남편과 함께 의원을 다시 찾았다.

부인은 “의원님 덕분에 머리가 흔들리는 체머리도 사라지고 혈변도 잡혔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의원은 “풍두선과 장풍하혈의 원인은 무척이나 많이 있소. 그런데 이번에는 그래도 운 좋게 가장 일반적인 처방으로 빠르게 호전이 된 것 같아 다행이오. 앞으로 과거의 안 좋은 일은 잊도록 하시고 좋은 일만 생각하시기 바라오. 옛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거늘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려 있소.”라고 했다.

이어서 의원은 남편에게 “좋은 가물치 한 마리를 구해서 부인에게 정성껏 고아 먹이도록 하시오. 가물치는 장독(腸毒)을 헤쳐서 치질이나 장풍하혈, 부인의 대하 등에도 좋고 온갖 병에 좋지만 특히 부인들에게 보약이 될 것이요. 또한 평소 천마(天麻)를 가루내어 환을 만들어 복용할 수 있도록 하시오. 천마는 풍을 진정시켜주고 풍을 치료하는 신령스러운 약이오. 간풍(肝風)은 몸이 허한 틈을 타서 동하는데, 의서에 보면 간풍은 천마가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고 했소이다. 풍두선은 엄밀하게 말하면 뇌혈맥이 병든 중풍은 아니지만 폭넓게 보면 풍증(風症)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천마가 재발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요.”라며 설명해 주었다.

남편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부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주위에 보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이것을 체머리를 흔든다고 한다. 선조들은 체머리를 풍두선이라고 해서 치료해 왔다. 자신은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치료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풍두선은 뇌질환 등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된다.

*제목의 ○○은 간풍(肝風)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동의보감> 風頭旋. 風頭旋者, 別無疾痛, 不自覺知, 常常頭自搖者, 是也. 肝風盛則搖頭. 治法同頭風. 有一子患七年搖頭, 三年下血, 百方無效. 予思之, 乃肝血液盛, 外有風熱乘之. 肝屬木, 木盛而脾土爲木所剋, 脾與肺是子母, 俱爲肝所勝, 而血遂漬於大便, 故便血不止. 遂處一方, 但損肝祛風而益脾, 只數服而愈, 後十餘日, 血止而下白膿, 遂得以安. 防風 三兩, 瓜蔞根, 黃芪(蜜炒), 羌活, 白芍藥 各五錢, 犀角(屑), 甘草 各二錢半, 蛇蛻(灸), 赤釣藤鉤子, 麻黃 各一錢. 右爲末, 棗肉和丸梧子大, 食後, 薄荷湯下五七十丸. 只二服, 頭搖卽止, 便血隨愈.(머리를 흔드는 것. 풍두선이라는 것은 별다른 통증도 없고 저도 모르게 항상 머리를 흔드는 것이다. 간풍이 왕성하면 머리를 흔든다. 치료법은 두풍과 같다. 어떤 환자가 7년 동안 머리를 흔들고 3년 동안 하혈하였는데 여러 가지로 치료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내 생각에 이것은 간혈이 성한 상태에서 밖으로 풍열이 들어와 올라탔기 때문이다. 간은 목이니, 목이 왕성하면 비토는 목에 제압당한다. 자모관계인 비와 폐가 모두 간에 눌려서 혈이 대변에 배어들기 때문에 변혈이 멎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간풍을 제거하면서 비를 보하는 처방을 썼더니 단지 몇 첩만에 나았고, 10여 일이 지난 뒤 하혈이 멎으면서 흰고름을 설사하고는 마침내 편안하게 되었다. 방풍 3냥, 천화분, 황기(밀구), 강활, 백작약 각 5돈, 서각, 감초 각 2.5돈, 사퇴(구), 붉은 조구등, 마황 각 1돈을 가루내어 대추살로 반죽하여 오자대로 환을 만든다. 박하탕에 50~70알씩 식후에 먹는다. 단지 2번을 복용했더니 머리가 흔들리는 것이 즉시 멎고 변혈도 따라서 나았다.)
< 단곡경험방> 腸澼者, 大便下血. 如下淸血色鮮者, 腸風, 血濁而色黯者, 腸毒也. ◇腸風下血, 必在糞前, 是名近血, 色淸而鮮. 宜敗毒散. 腸毒下血, 糞後, 是名遠血, 黯而濁. 宜用香連丸. 大便後, 腹中不痛謂濕毒下血, 黃連湯主之. 腹中痛, 謂之炅毒下血, 芍藥黃連湯主之.(장벽이란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빛이 맑고 새빨간 혈변이 나오는 것은 장풍이고 탁하면서 어두운 혈변이 나오는 것은 장독이다. 장풍하혈일 때는 반드시 피가 대변보다 먼저 나오는데 이것을 근혈이라 하는데 색이 맑고 새빨갛다. 패독산을 쓴다. 장독하혈일 때는 반드시 피가 대변이 나온 뒤에 나오는데 이것을 원혈이라 하는데 색이 어둡고 탁하다. 향련환을 쓴다. 대변을 본 뒤에 배가 아프지 않은 것을 습독하혈이라 하는데 황련탕으로 다스린다. 배가 아픈 것을 열독하혈이라고 하는데 작약황련탕으로 다스린다.)
< 본초강목> 天麻乃肝虛氣分之藥. 素問云, 諸風掉眩, 皆屬于木, 故天麻入厥陰之經而治諸病. 羅天益云, 眼黑頭旋, 風虛內作, 非天麻, 不能治, 天麻乃定風草, 故爲治風之神藥.(천마는 간이 허할 때 쓰는 기약이다. 소문에서 이르기를 풍으로 인하여 흔들리거나 어지러운 온갖 증상은 모두 목에 속한다고 하였으므로, 천마는 궐음경에 들어가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나천익이 말하기를 눈이 어둡고 머리를 흔드는 증상은 허한 틈을 타서 풍이 안에서 병을 일으킨 것인데 천마가 아니면 치료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천마는 곧 풍을 진정시켜주는 약이다. 그러므로 천마는 풍을 치료하는 신령스러운 약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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