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없었던 바우어, 이대로 ML 마운드서 사라질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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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바우어는 결국 이대로 '퇴출' 수순을 밟게 될까.

LA 다저스는 1월 13일(한국시간) 투수 트레버 바우어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 다저스가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한 바우어는 클레임이나 트레이드 없이 웨이버 절차를 모두 마쳤고 이날 최종 방출됐다. 바우어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됐다.

바우어와 다저스의 계약은 2023시즌까지. 계약 기간을 남겨두고 방출된 바우어는 다른 구단과 최저연봉으로 입단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바우어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미 뉴욕의 두 팀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등이 바우어를 영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다른 구단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LA 타임즈는 13일 "16명의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인사에게 바우어와 계약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11명이 답변을 보내왔고 7명은 단호하게 '안한다'고 말했다. 한 명은 '잘 모르겠다', 한 명은 '아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두 명은 '노코멘트'를 했다. 이들은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2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바우어는 2020-2021시즌 28경기 180.2이닝, 13승 9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한 투수. 비록 1년 반 정도의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꾸준히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투구 영상 속 바우어는 여전히 시속 96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최저연봉만 투자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구단들이 서로 영입하려고 달려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바우어는 모두에게 외면을 받는 분위기다.

실패해도 손해보지 않고 결과에 따라 최고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지만 그 선택을 하려는 이가 없다. 결국 성적을 넘어선 분위기가 리그에 형성돼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우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바우어는 2021년 여름 제기된 성적 학대 및 폭행 혐의에서 벗어났다. 바우어를 수사한 경찰과 바우어의 사건을 담당한 LA 법원, 검찰 모두가 바우어의 손을 들어줬다. 바우어가 유죄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한 바우어는 몇 개월 동안 이어진 다툼에서 승리했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무려 10개월 이상 바우어를 '공무 휴직' 명단에 올려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던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바우어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지 2개월 후 그에게 324경기, 즉 2시즌 출장 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내렸다. 위협을 위해 총을 쏘거나 실제로 폭행을 가한 혐의로 '가정폭력 예방 정책'에 따라 징계를 받은 선수는 많았지만 바우어만큼 중징계를 받은 선수는 없었다. 여자친구를 위협하며 총을 쏜 아롤디스 채프먼이 받았던 징계는 30경기 출전정지, 아내의 목을 조른 마르셀 오주나가 받았던 징계는 20경기 출전 정지였다.

징계에 불복한 바우어는 항소 끝에 324경기 징계를 194경기로 경감하는데 성공했다. 징계 경감을 결정한 중재인이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바우어의 징계를 공무 휴직 기간 일부로 소급 적용했고(2022시즌 출전정지 144경기+휴직 기간 소급 50경기) 이에 따라 당초 2024년 4월 말에야 복귀가 가능했던 바우어는 2023년 개막전부터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무 휴직 기간에는 급여를 받은 만큼 2023시즌 첫 50경기 분의 연봉은 삭감됐다.

사무국은 바우어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바우어가 자신을 고소한 여성과 법적인 다툼에서 승리하자 바우어의 새로운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대적인 '피해자 모집' 결과 새로 확실한 혐의가 드러났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사무국은 분명 '사건이 있고 피해자가 있으니 징계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징계를 내리기 위해 피해자가 필요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

사무국의 행보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팬들 사이에서만 갑론을박이 있었을 뿐 구단과 선수들은 침묵했고 언론은 사무국에 동조했다. 현지 언론들은 앞장서 '바우어 때리기'에 나섰고 바우어는 하루하루 더욱 '악마화'됐다. 누구 하나 바우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만큼 모든 것은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심이 가는 정황은 있다.

바우어는 여러모로 '친화적'인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했고 기행도 많았다. 동료 선수들과 각을 세우는 경우도 있었고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운영을 공식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제기됐던 공인구 문제, 투수의 이물질 사용 문제 등에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에 친화적인 선수도 아니었다.

공인구 문제, 이물질 문제 등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사무국 입장에서 바우어는 거슬리는 존재였다. 특히 결국 사무국을 책임지는 수장인 맨프레드 커미셔너에게 바우어는 개인적인 감정까지 있는 '눈엣가시'였다. 그리고 이물질 등은 선수의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 선수들 입장에서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들추는 바우어는 미운 존재였다.

사무국이 피해자를 모집한 결과 공론화되지 않은 바우어의 '죄'를 찾아냈을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우어의 명백한 잘못을 찾아냈다면 사무국이든 언론이든 그것을 확실하게 공표해 바우어가 동정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흐름을 굳히려 했을 확률이 높다. 결국 커미셔너, 사무국, 선수, 언론 모두가 바우어를 곱게 보지 않는 상황에서 바우어를 소위 '매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고, 모두가 합심해 그를 공격했다는 의심은 현 상황에서 지나친 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저스도 피해자다. 2021시즌을 앞두고 바우어와 3년 1억2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다저스는 바우어를 단 17경기 107.2이닝만에 떠나보냈다. 계약 첫 해 6월까지 딱 반 시즌 동안만 바우어를 기용할 수 있었다. 징계 기간은 급여를 지급하지 않지만 공무 휴직 기간에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2021년 바우어에게 약 3,133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한 다저스는 2022년에도 4월 한 달 치 연봉(약 720만 달러)을 지급했다.

만약 바우어의 징계가 324경기로 확정됐다면 다저스의 지출은 지난해 4월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추가 지출이 생겼다. 항소 끝에 바우어의 징계가 194경기로 경감되며 올해 약 2,250만 달러의 연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저스는 바우어를 단 107.2이닝 기용하면서 무려 6,0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쓰게 됐다. 단순히 돈만 생각한다면 바우어를 복귀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구단 이미지까지 고려한 다저스는 결국 바우어를 내칠 수 밖에 없었다. 또 바우어가 이탈한 탓에 3년 계약으로 세워놓은 마운드 계획도 무너졌다.

언론이 앞장서서 바우어를 '절대 악'으로 몰아가는 현 상황에서 바우어를 향한 우호적인 여론은 형성되기 어렵다. 현재 분위기라면 바우어는 메이저리그 내에서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커미셔너가 앞장서 불이익을 주고 있는 특정 선수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일각의 예측대로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무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량은 있었지만 '내 편'이 없었던 바우어는 결국 점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멀어지고 있다.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바우어의 사건은 많은 의혹과 씁쓸한 뒷 맛을 남기게 됐다.(자료사진=왼쪽부터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트레버 바우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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