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내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은퇴라는 말을 뒤로 하고 최철순은 다시 뛴다

윤은용 기자 2023.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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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최철순이 12일 전북 완주의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완주 | 윤은용 기자



돈이 곧 가치를 증명하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한 팀에서만 뛰고 은퇴하는 ‘원클럽맨’은 점점 희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팀에 대한 충성심이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보다 많은 연봉의 유혹을 거절할 선수는 거의 없다.

전북 현대의 최철순(37)은 그 희귀한 존재 중 하나다. 2006년 입단해 전북에서만 어느덧 18년째 뛰고 있다. 중간에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더라도 16년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날들이 더 많아지고 있지만, 그는 자신은 아직도 뛰고 싶다며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지난 12일 전북 완주의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최철순은 “이제 훈련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됐다. 이전에는 (훈련을) 하다가 쉬었다가 했는데, 이번에는 휴가기간이 더 길었어서 그런지 계속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왕조라는 소리를 듣는 전북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994년 창단한 전북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팀들의 ‘승점 자판기’ 신세였다. 그러다 2005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북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 감독 부임 후 다음 해 전북에 입단한 최철순은 전북이 만년 하위권 팀에서 K리그의 리딩 클럽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똑똑히 목격한 산 증인이다. 최철순은 “내가 처음에 이 팀에 왔을 때 최 감독님이 날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랬던 감독님도 지금은 없고 나만 남았다”며 껄껄 웃은 뒤 “전북에 있으면서, 전북의 승리 DNA를 많이 느끼고 경험해왔다. 연차가 쌓이면서 이런 DNA들을 후배들에게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계속 남아있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철순이 입단하기 전까지 전북의 우승 경험이라고는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3번 우승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철순이 입단한 2006년 이후로는 리그 9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회, FA컵 2회 등 무려 13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철순은 “전북이 처음부터 계속 이기는 팀은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전북에는 공을 잘 차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몸으로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동료들을 뒷받침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런것들이 겉돌지 않고 잘 융화가 됐다. 그게 전북의 ‘위닝 멘탈리티’다”라고 강조했다.

전북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이동국이 첫 손에 꼽힌다. 하지만 그런 이동국도 전북 원클럽맨은 아니었다. 전북에서의 우승 경력으로만 놓고 따지면 최철순이 이동국보다 더 많다. 심지어 선수 시절 전북에서 최철순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김상식 전북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전북 팬들이 최철순을 특별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철순 역시 “운동장에서 뛸 때 팬들이 외치는 응원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게 응원을 해줘 팬들에겐 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마음에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최철순은 이제 선수 생활의 말년을 보내고 있다. 2021년 시즌 후 2년 재계약을 했는데, 그 계약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지난 시즌 부쩍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줄어들며 은퇴 시점에 대한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철순은 아직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며 조금 더 뛰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최철순은 “지난 시즌은 팀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되려고 했던 시즌이었다. 베테랑으로서 바깥에서 조력자 역할에 치중했다”며 “물론 지금의 현실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지만, 프로라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인다. 난 아직 내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날 필요로 할 때 경기에 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소 2025년까지는 뛰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 전북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 또한 있다. 이에 대해 최철순은 “어려운 부분이고 어떻게 말할 수가 없다. 일단 난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아껴주는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전북에서 마무리를 해라’였다. 사실 그 말이 여기까지 이어져온 것이니, 전북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림을 지금은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은 최철순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전북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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