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적기지 공격 능력 “전폭 지지”…일, 군사대국화 날개
반격 능력 발전 미-일 협력도 추진키로
공동성명에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방위비를 2배 이상 올린다는 일본의 계획은 “역사적”이라며 전폭적 지지를 밝혔다. 일본의 반격 능력 지원 방침도 밝혔다. 2차대전 종전 이래 유지돼온 일본의 안보 원칙 및 정책이 대전환을 맞은 가운데 미국이 이를 추인하면서 더 큰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머리발언에서 “일본의 역사적 방위비 지출 증대와 새 국가안보전략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동맹에 대한 방어에 전념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방어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과 미국은 최근 역사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했다”며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근본적 방위력 증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은 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은 규칙에 근거한 국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과 북한의 도발이라는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당하고 잔혹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보 위기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일본의 개별적, 집단적 대응력 강화가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자위력을 증강하고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국가안보전략 등이 보여주는 일본의 담대한 지도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투자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에서 안보를 강화하고 21세기 미-일 관계를 현대화할 것”이라며 “두 지도자는 (양국) 장관들에게 일본의 반격 능력 및 다른 대응력의 발전과 효율적 적용을 위한 협력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격 능력 보유 등 일본의 공세적 안보 원칙과 정책을 미국이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두 정상은 중국과 관련해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 대상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른 방어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핵무기 불사용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또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을 재확인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납치(일본인 납북) 문제의 즉각 해결”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2027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두 배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폭적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일본이 공격 받았을 때만 자위를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무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일 동맹에서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역할 분담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더 희미해진 셈이다. 미국은 일본을 지역 안보 문제의 주축으로 삼을 뿐 아니라, 그 외 영역에서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정상회담 이틀 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무·국방장관 ‘2+2’ 회담에서도 미국 쪽은 일본의 새 안보 정책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양국 장관들은 중국의 대만이나 센카쿠열도에 대한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오키나와에 배치한 미국 해병대의 기동성을 강화하고 일본 서남부 지역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우주로부터의 공격이나 우주 영역에서의 공격도 미-일 안보조약에 따른 대응 대상이라고 선언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우리와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공동의 전략적 도전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안보와 그밖의 분야에서 일본, 한국, 미국의 필수적인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표현도 들어갔다.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요구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일 정상은 이밖에 반도체, 우주, 청정에너지, 에너지 안보,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핵심, 신흥 기술의 보호와 협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 취임 이래 처음으로 방미한 기시다 총리를 백악관 건물 밖까지 나와 영접하며 어깨에 손을 얹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포함해 기시다 총리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을 제외하고는 참여국들을 모두 방문하는 적극적 외교를 펼쳤다. 그는 앞서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를 방문해 각국 정상들과 군사와 경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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