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핵무장' 언급한 尹대통령…"북핵협상력 높이려는 동시다발적 메시지"
美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신중론 제기
실제 핵보유 가능성 보단 확장억제에 무게뒀다는 의미
북핵협상력 높이려는 북중미 향한 동시 발신 메시지
윤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은 한·미 간에 미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언급 이후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도 “북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언급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국과 공동으로 확장억제 역량의 개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함께 공동으로 추구할 것은 확장억제 역량의 개선"이라며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윤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미국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배치되느냐"는 질의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확인하며 '한·미 간 확장억제 확대'를 강조하고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 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아직 이런 주장에 대한 반대가 압도적이지만 한국의 핵 보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늘고 있다.
물론 한국 핵무장에 대한 찬성 또는 검토 주장은 아직 미국에서 소수 의견이며, 대다수 전문가와 전직 관리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더욱 가중시키고 역내 갈등을 고조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 때문이다.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정치학 교수는 지난해 10월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지금 미국이 북핵 위협을 마주한 한국의 우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도시를 파괴하고 수백만 명을 살상할 능력을 잠재적으로 갖춘 시대에 미국의 핵 보복 위협이 얼마나 신뢰할만 한 위협이겠느냐는 게 핵심 질문이란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에 주는 신뢰나 대북 억지력이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에 요점이라고 린드 교수는 말했다.
린드 교수는 2021년 10월 남편인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와 함께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당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북한의 불법 핵 개발과 위협은 한국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 한국의 NPT탈퇴와 핵 개발은 북한과 달리 정당성을 가진다”며 한국은 안보를 위해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실은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린드 교수는 "명확히 밝히자면 한국에 당장 핵무장을 하라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가 미국이 주는 신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핵무장은 한국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린드 교수는 한국이 핵 개발을 결정하면 그에 따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그 후폭풍에 관해서도 세계가 한국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PT 10조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NPT 규약 10조에 따라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탈퇴한다면 폭넓은 국제 여론이 한국의 입장에 훨씬 더 동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비록 소수지만 한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미국은 한국의 이런 결정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밴도우 연구원은 앞으로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효율적으로 겨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수록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직접 핵무기를 개발할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게 타당하며,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결정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그 결정이 못마땅하더라도 북한에 맞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오랜 동맹의 앞길을 막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랜드연구소 펠로는 한국 자체 핵무장이란 선택지를 논의해야 할 시간이 이미 오래전에 도래했다고 말했다.
최 펠로는 "한국은 물론 동맹인 미국이 억지력을 높이고 한국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설령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해도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한 매우 명확하고 공유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미국의 우려에도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동맹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또한 핵 개발을 향한 한국의 실질적인 조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불안정을 초래해 북한과의 재앙적인 갈등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한국 핵무장에 대한 찬반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우선은 무엇이 최선인지 연구해봐야 한다며, 다양한 확장 핵 억제 방법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살펴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거론은 실질적으로 핵무장을 추구하겠다는 것보다는 핵무장이라는 옵션을 열어둠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히며 북한, 중국, 미국 모두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짚었다.
먼저 북한에는 도발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향후 북한이 대미접촉의 어젠다를 북미핵군축으로 끌고 감으로써 한국을 협상상대국으로써 배제하고자 하는 상황을 방지하면서 미국에는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해달라는 복합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손 교수는 "중국 측에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도발 억제와 장기적으로는 비핵화 실현을 위해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이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하라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행 핵비확산 체제의 수혜국으로 이 체제가 유지되는 것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현행 핵비확산 체제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동북아 핵도미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넘어 중국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이어 손 교수는 "윤 대통령의 한미핵전력 공동 기획 및 공동 연습 발언을 둘러싼 해프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그 신뢰성의 담보 방안과 관련해 한미 간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며 "윤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이란 옵션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에게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체 핵 무장은 어디까지나 카드로서 거론된 것일뿐, 실질적인 조치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당분간은 여전히 확장억제를 중심으로 한 대외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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