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만배, 수원 최대 조폭에 ‘대장동’ 현장 관리 맡겼다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수원 지역 폭력 조직의 두목급 간부가 급조해 설립한 회사에 대장동 현장 관리 용역을 맡기고 총 39억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자금 추적 등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사업자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은 지난 2015년 12월 건물 철거 용역 업체 A사와 ‘현장 관리 업무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내·외지인의 불법 점거와 점유 방지’ ‘위장전입 세대의 불법 행동 예방’ 등의 일을 A사에 맡기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인 2021년 11월 A사의 대표가 수원 최대 폭력 조직으로 알려진 ‘수원남문파’의 두목급 간부 B씨의 둘째 딸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폭인 B씨가 딸을 내세워 성남의뜰과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사무실을 둔 A사는 성남의뜰과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인 2015년 6월 설립됐으며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폐업했다.
A사에 대한 ‘용역비’는 2015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성남의뜰이 7억4800만원을 지급했고 그 이후부터 2021년 7월까지는 화천대유가 31억8600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화천대유는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회사다.
대장동 사업은 당초 주민들에게 토지 사용 동의를 받아 개발하고 이후 일정 부분의 땅을 돌려주는 민간 주도의 환지(換地)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5년부터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바꾸면서 주민 동의 없이도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사업 방식 변경으로 주민들은 호가의 절반 정도인 평당 200만원대(논·밭 기준)의 토지 보상금만을 받게 됐다”며 “주민 불만과 반발을 고려해 조폭 간부가 실소유주인 A사에 ‘현장 관리’ 용역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성남의뜰도 A사와 용역 계약 체결에 앞서 이사회에 ‘보상 불만 세력에 의한 불법 점거 및 불법 건축물 설치 등으로 인해 현장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계약서에 A사의 주요 업무로 ‘내·외지인 불법 점거와 점유 방지’가 기재된 것에 대해 한 관계자는 “대장동 원주민의 불만을 잠재우라는 뜻”이라고 했다.
계약서에는 또 ‘전문 외부 용역의 개입 차단’ 업무도 들어갔다고 한다. 이는 다른 조폭들이 대장동 사업 현장에 나타나지 않도록 수원남문파가 막아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만배씨도 A사의 실소유주가 B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2021년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2013년 3월 9일 자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씨에게 “나중에 형(김만배)이 약속했던 사람들은 어차피 잘라서 줘야 될 거 아냐”라며 “OOO(수원남문파 B씨)이 부분이야. 형이 철거를 (용역 계약할 수 있도록) 해줘서. 이렇게 해주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수원남문파는 1983년 12월 수원 남문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기 위해 B씨 등이 결성한 폭력 범죄 단체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선배들 말에 절대 복종하고 항상 허리를 숙여 90도로 인사하며 예의를 갖춰라’ ‘수원 지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전쟁을 하면 항상 씩씩하게 싸워라’ 등의 행동 강령을 갖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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