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낮추고, 처벌 수준 높여야"…엄벌 강조 목소리 높아 [여론 속의 여론]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이들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만 13세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 및 수법의 흉포화, 촉법소년 제도 범죄 악용 사례 발생 등의 개정 취지를 밝히며 소년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공개했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만 10 ~ 12살까지만 촉법소년에 해당하게 되며, 만 13세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관한 법 개정을 앞둔 현재,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개정안 및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국민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1월 25 ~ 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 심각성 대다수가 공감
국민들은 촉범소년 범죄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5%는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고,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특히, 과반 이상(59%)이 촉법소년 범죄가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하였다.
다만 응답자들이 실제보다 촉법소년 범죄 건수를 과장해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의 '2021년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범죄발생 건수는 142만 9,826건이다. 그리고 법무부에서 발행한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법원에서 인정된 촉법소년 범죄 건수(보호처분 건수)는 4,142건(0.29%)이다. 통계를 집계하는 방식이 다르고 범죄 발생과 법원 판결까지 시차도 있어 단순 계산은 어렵더라도, 촉법소년의 범죄가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들이 생각하는 촉법소년 범죄의 비중은 실제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나라 전체 범죄 중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의 비중이 '10% 이상'일 것이라는 응답은 34%에 달했고, 특히 10명 중 1명(12%)은 전체 범죄의 30% 이상이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우려 중 적어도 일부분은, 촉범소년 범죄가 실제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오해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는, 미디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촉법소년 사건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고 답한 사람 중 48%가 전체 범죄사건 중 촉법소년 범죄 비중을 10% 이상으로 봤다. 이는 TV 뉴스·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사건을 접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32%만 이 촉법소년 범죄 비중을 10% 이상으로 본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이다.
96%가 만 13세 미만으로 낮춘 현재 개정안에 동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국민 의견은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상한 연령을 법무부 개정안인 만 13세보다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가장 많았고, 만 13세 미만으로 상한 연령을 낮춘 법무부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45%였다. 둘을 합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96%)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동의하고 있었다. 촉법소 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이 촉법소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 또한 79%로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 촉법소년 범죄 비중 인식에 따라 연령 하향에 동의하는 수준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촉법소년 범죄비율이 전체 범죄의 10%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60%가 ‘만 13세보다도 더 낮춰야 한다’고 답한 반면, 촉법소년 범죄 비중을 5% 미만으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는 47%만이 ‘만 13세보다도 더 낮춰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촉법소년 범죄가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촉법소년의 범위를 더욱 좁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보호처분받아도 전과기록 남도록 해야" 73%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에게는 형사처분을 할 수 없고, 감호 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까지만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처분은 어떠한 전과기록도 남지 않아 이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촉법소년이 보호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전과기록이 남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보호처분을 받았을 때 지금과 같이 전과기록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27%)'는 의견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전과기록을 남기는 것 또한 촉법소년 범죄 비중 인식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 비중이 10%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 중에서는 84%가 '전과기록이 남아야 한다'고 답한 반면,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 비중을 5% 미만으로 낮게 응답한 사람 중에서는 이보다 낮은 64%만이 '전과기록이 남아야 한다'는 데 동 의했다. 보호처분도 전과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촉법소년 범죄 비중에 대한 인식차에 따라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결과이다.
청소년 범죄도 성인 범죄에 준하는 강력 처벌 주문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소년범죄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재범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55%)'를 선택한 경우가 '촉법소년들을 선도할 수 있는 교정 프로그램에 대한 정비(33%)', '촉법소년 연령 규정에 대한 재개정(31%)' 등보다 많았다(복수응답). 또한 동일한 죄에 대해서 성인과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 다른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과반이 넘는 51%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촉법소년을 포함해,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도 성인 범죄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을 주문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런데 촉법소년 범죄 비중을 전체 범죄의 5% 미만으로 보는, 비교적 실제 수준과 가깝게 인식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재범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48%로 가장 높긴 했으나, '촉법소년들을 선도할 수 있는 교정 프로그램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42%로 낮지 않았다. 또한 성인과 청소년이 다른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52%가 적절하다고 답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43%)을 앞섰다. 촉법소년 범죄 비중을 10% 이상으로 보는 사람의 의견(처벌 강화 60%, 교정 프로그램 정비 23%, 성인과 청소년이 다른 처벌을 받는 것 적절하지 않다 61%)에 비하면, 강력한 처벌만큼이나 선도 또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국민의 우려 목소리는 매우 컸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낮추고, 처벌 수준은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촉법소년 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전체적인 여론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이 촉법소년이 실제보다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촉법소년이 저지르는 범죄가 전체 범죄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응답자 3명 중 1명이 촉법소년이 저지르는 범죄가 우리나라 전체 범죄의 10% 이상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촉법소년 범죄가 실제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고 인식할수록 엄벌주의로 해결하자는 인식이 강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사람이 촉법소년 범죄 발생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은 후 여론 방향이나 강도는 지금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처벌 강화로 나아가기 전, 촉법소년 범죄 실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다지는 것이 우선순위로 보인다.
박태훈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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