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경원 '해촉' 아닌 ‘해임’ 초강수…비윤 낙인찍힌 羅

이동현 2023. 1.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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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첫 해임
羅, 친윤계 저격 글에 상황 급변..."尹, 격노했다"
대통령실 "공직 맡고도 딴 짓... 이미 여러 번 기회 줘"
전대 출마 수순 밟던 羅 동력 상실 전망 속 비윤은 출마 촉구
정치 행로 최대 위기...당권 도전 놓고 정치 생명 건 선택 직면 
羅 "대통령의 뜻 존중"... 전대 출마 가능성은 열어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친윤석열계에서는 나 전 의원에게 ‘반윤’이라는 낙인을 새기며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상생과 화합”의 메시지를 냈던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하며 ‘윤심’에 호소했던 나 전 의원은 정치 행로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3ㆍ8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게 된 나 전 의원은 정치 생명을 건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羅, 친윤 저격 페이스북 글에 대통령실 기류 급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뿐만 아니라 기후환경대사직까지 물러나게 함으로써 저간의 불편했던 기류를 확실히 보여줬다. 두 자리에 대한 후임자를 곧장 발표한 것도 절충이나 후퇴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이 장ㆍ차관급 고위 공직자를 공개적으로 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발표해 정책 혼선을 불러왔던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다.

친윤계에서는 당초 윤 대통령이 22일 아랍에미리트(UAE)ㆍ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나 전 의원의 거취 문제를 결론 내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까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순방 전에는 나 전 의원 거취 문제가 결론 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친윤계 저격 글이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나 전 의원은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드린다”며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해당 글은 윤 대통령이 해임 결단을 내리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한 인사는 “나 전 의원의 글에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의 해임으로 나 전 의원은 사실상 ‘반윤’으로 낙인찍힌 모양새다.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하는 위선적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며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썼다. 장 의원은 “대통령을 저격”, “반윤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날 선 말을 쏟아 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충북 단양군 천태종 본산 구인사를 찾아 총무원장 무원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단양=뉴스1

羅, 尹 찾은 구인사 찾아 ‘윤심’ 호소했지만 끝내 반윤 낙인

당권 도전을 고심하며 잠행에 들어간 나 전 의원은 이날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를 찾았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두 차례 찾아 “상생과 화합의 지혜를 발휘해 국민통합의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했던 곳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간 길을 되밟는 것으로 전대 출마 문제로 틈이 생긴 ‘윤심’과의 거리를 메우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확인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저출산·기후 위기 정책 모두 대통령이 국정 우선순위에 놓은 분야인데 대통령이 볼 때 (나 전 의원은) 계속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이미 기회를 여러 번 줬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공직보다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마뜩잖게 보고 해임이라는 '최고 수위' 결단을 내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큰 잡음이나 불편한 기색 없이 나 전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면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던 관측도 힘을 잃게 됐다.

나 전 의원 측은 대통령실의 해임 발표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출마 수순을 밟기도 했다. 한편으론 전대 출마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의 뜻에 반해 대통령실 일부 참모와 친윤계가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나 전 의원이 전대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마저 나 전 의원에게 등을 돌리자 전대 출마 동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羅 측 "국민만 보며 정치인 '나경원' 길 갈 것"

한동안 침묵하던 나 전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나 전 의원이 백의종군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나 전 의원 측 좌장 격인 박종희 전 의원은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의원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윤계에서도 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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