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이 ‘대장동’보다 더 중대한 사안이다
대장동 비리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대법관에게 부탁해 두 건의 판결을 뒤집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두 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성남 제1공단 공원화 무효 소송 판결이다. 모두 이 대표와 관련 있는 사건이다. 김씨와 함께 대장동 사건 주범으로 기소된 남욱씨가 김씨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고 2021년 10월 검찰에서 진술했다. 두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고, 대장동 사업 걸림돌도 제거됐다. 사실이라면 사법부가 무너질 심각한 국기 문란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것이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허위사실 공표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지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TV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선례를 만든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관 중 가장 선임이던 권순일 대법관은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후 김만배씨가 남욱씨에게 “권순일에게 부탁해 2심을 뒤집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권 대법관 재임 시절 1년여 동안 8차례 대법원을 찾아가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특히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진 바로 다음 날과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온 다음 날에도 권 대법관을 찾아갔다. 재판 시작과 끝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이다. 그리고 권 대법관은 퇴임 후 김씨가 소유한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11개월 동안 매월 1350만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부인하지만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 의심이다.
성남 1공단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연계 차원에서 공단 부지 공원화를 추진하자 앞서 개발 허가를 받았던 시행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이었다. 대법원은 2016년 시행사 손을 들어준 항소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이례적으로 직접 최종 판결을 내렸다. 남씨는 “당시 김씨가 대법관에게 부탁했다고 했는데 그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남씨의 진술 이후 수사를 뭉갰다. 2021년 말 두 차례 권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게 전부다. 정권 교체 후에도 검찰은 “대장동 개발 본류 수사가 먼저”라며 이 수사를 미루고 있다. 그 사이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까지 했다. 이 의혹은 국가적으로 대장동 개발 비리보다 더 중대한 사안일 수 있다. 검찰은 서둘러 실체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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