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문 모를 ‘나경원 사태’

조선일보 2023. 1. 1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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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이날 부위원장 사직서를 서면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까지 모두 해임해 버린 것이다. 장관급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정부 부처들과 조율해 인구·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놓고 내부 갈등이 표출되더니 극단적 상황으로 가버린 것이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여러모로 사이가 나쁠 수 없는 관계다. 그러니 많은 국민은 무슨 영문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나 전 의원이 “자녀 출산 시 대출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대통령실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공개 반박하면서 시작됐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을 내부 조율 없이 발표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내부 이견 조정 과정이 이렇게 없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 진영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에 부정적이란 것이라고 한다. 나 전 의원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달리자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 여기서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는 자주 있는 일이다. 막후에서 대화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엔 조율이 아니라 전부 밖으로 파열음이 터져 나와 국민 앞에 현장 중계되듯 했다. 희한하고 납득 못할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석 달 넘게 내홍을 겪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하고 국정 운영까지 흔들렸다. 정치적 해결의 길이 있었지만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 내부 소통이나 조율도 없었다. 이번에도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매사에 정면충돌해 파열음이 난다면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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