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파 예방 부재와 현장 대응 미흡이 참사 원인, 정쟁 말고 교훈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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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압사 사건에 대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사람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일어났고 여러 사람이 순차적으로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고를 관리하고 예방할 의무를 저버리고 현장 대응을 제대로 못한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23명을 사법 처리했다고 한다.
군중 유체화는 1㎡ 공간에 7명 정도가 몰렸을 때 시작된다. 그런데 참사를 전후한 시각에 사고 지점의 군중 밀집도는 1㎡당 11명까지 올라갔다. 부상자는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 했고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였다”고 했다. 사고 당일 오후 5시~10시 사이 이태원역 하차 인원은 5만163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4.5배 많았다.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감당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코로나 방역 해제로 인파 폭증이 예상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난과 사고에 대한 주의 의무가 있는 서울경찰청은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와 구청은 현장에서 인파 관리를 하지 않았고 현장 신고에 소홀히 대응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요청을 무시했다. 각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태만이 겹치고 겹쳐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이를 “과실 중첩”이라고 했다.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법률상 이들 기관에 구체적 안전 관리 의무가 부여돼 있지 않다고 했다. 무조건 상급 기관이라고 의무가 없는 곳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어떤 방식으로 이 책임을 다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고를 정치 호재로 삼는 한국 사회 일각의 고질적 행태는 이번에도 재연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난 사고가 더 늘어난 것은 사고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정치에 이용하고 끝나기 때문이다. ‘참사의 정치화’만 반복하면 참사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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