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설마 삼성을 해체하고 싶었던 걸까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2023. 1.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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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서민의 문파타파]
원작과 다른 결말 ‘재벌집~’
野, ‘삼성생명법’ 만드는 이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왼쪽·이성민 분)이 손자 진도준(송중기 분)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줄 뜻을 밝히는 장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 웹 소설과는 전혀 다른 결말로 끝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넷플릭스

최종화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13년간 재벌가 가족의 머슴 역할을 하던 윤현우(송중기)가 억울하게 살해당한 뒤 그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환생, 복수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그 환생이란 게 현재의 정보를 모두 가진 채 1987년으로 가는 것인지라, 돈을 못 벌려야 못 벌 수가 없다.

예컨대 윤현우는 재벌 회장인 할아버지에게 곧 개발될 분당 땅을 8만평 사달라고 하는데, 이 땅은 불과 2년여 뒤 200억이 넘는 돈을 그에게 선사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의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등 우리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도 그가 돈을 벌거나 그룹 계열사를 먹어치울 기회다. 2002년 월드컵 결과를 미리 아는 걸 이용해 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장면에선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는데, 이 드라마가 인기를 모은 건 진도준의 행보가 돈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켰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사람들은 ‘내가 그때로 다시 가면 뭘 살까?’를 상상하며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에는 원작이 있었으니, 동명의 웹소설이 그것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드라마 팬들은, 내가 그런 것처럼, 웹소설로 달려가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를 예습했다. 그 과정에서 팬들은 심각한 괴리감을 느낀다. 원작과 드라마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원작에 없던 로맨스가 추가된 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복수심에 불타 그룹 전체를 차지하려 직진하는 원작의 진도준과 달리 드라마의 진도준은 너무 따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작의 윤현우에게 인수하는 기업의 고용승계는 채권단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만, 드라마에서는 노동자들의 삶이 풍비박산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용승계를 주장한다. 송중기의 미모를 봐서 이것까지 수긍해 줬던 팬들은 결국 마지막 회차에서 폭발한다. 그룹을 모두 차지한 진도준이 할아버지의 상징이던 서재 의자에 앉아 뿌듯해하는 게 원작의 결말이었지만, 드라마에선 진도준이 교통사고로 죽고 일주일간 의식불명이던 윤현우가 다시 깨어난다. 진도준이 했던 십수 년의 노력을 고작 일주일의 꿈으로 돌려버린 것도 어이없지만, 결말은 더 황당하다. 삼성그룹을 연상케 하는 순양그룹은 경영권 세습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이 드러나며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빼앗긴다.

소유는 재벌총수가, 운영은 전문경영인이 하는 회사. 좌파들이 줄기차게 선동한 덕분에, 이게 가장 바람직한 그룹의 형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재벌총수가 자기 마음대로 하다 사업을 말아먹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게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예컨대 삼성자동차는 자동차광이었던 이건희 회장의 고집으로 시작됐지만, 사업에 뛰어든 지 6년 만인 2000년 11월, 전격 퇴출되는 참담한 실패를 겪지 않았던가.

그러나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전문경영인 제도도 나름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단기간의 실적에 집착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당장은 손해를 볼지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만일 삼성이 이건희 회장 체제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투자 실패를 감당해 줄 사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신화의 중심이 된 반도체 투자가 가능했을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를 모았던 것도 능력 있는 진도준이 순양그룹을 차지하면 그룹은 물론이고 한국경제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방영한 방송사는 좌파들의 재벌 혐오 정서에 기대 순양그룹을 전문경영인에게 갖다 바치는 허무한 결말로 마무리했으니, 귤이 좌파를 거쳐 탱자가 된 꼴이다.

다행인 것은 이게 드라마라는 점. 물론 이 드라마 덕분에 시청자들이 재벌을 더 미워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재벌 오너를 악마화한 드라마는 차고 넘치니, 이걸 <재벌집 막내아들>에만 돌릴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삼성 해체 작업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재벌 오너라고 해서 그 많은 재벌 지분을 다 가질 수는 없기에, 오너는 핵심적인 기업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려 한다. 드라마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순양생명이다. 이 회사가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드라마 속 형제들이 순양생명을 차지하려 목을 맸던 것이다.

이는 현실과도 비슷해, 삼성생명은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의 지분 8.51%(31조원어치)를 보유함으로써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용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삼성생명법’이 위험한 이유는 이런 구도에 균열을 가져옴으로써 좌파들의 숙원인 삼성그룹 해체를 실현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총자산의 3% 이내에서만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281조. 하지만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31조어치로, 3%를 훨씬 넘는다. 이게 가능했던 건 기존 규정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이 몇천원 안 하던 시절에 주식을 매입해 취득 원가가 5444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삼성생명법이 통과돼 현 주가인 5만원을 기준으로 3%를 맞추려면 2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져 일반 주주들도 충격과 공포를 느끼겠지만, 삼성생명을 매개로 한 지배구조도 함께 무너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허무한 결말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간에서 이 법안을 ‘삼성해체법’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간 고도성장의 견인차였던 삼성이지만, 이들이 할 일은 앞으로도 많다. 예컨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우리나라는 백신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비싼 코로나 치료제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이를 타개하려면 우리나라 기업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어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삼성 말고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삼성그룹의 해체를 통해 대한민국의 앞날을 무너뜨리려 한다. 좌파가 득세하는 나라가 갖기에 삼성은 너무 사치스러운 기업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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