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생애 마지막 음악
생애 마지막 순간,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가요?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자신의 장례식에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 C장조 2악장 아다지오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지요. 실제로 슈베르트는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 2대가 빚어내는 이 애잔하고도 고고한 선율을 완성한 뒤 49일 만에 오스트리아 빈의 허름한 다락방에서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 서른한 살이었죠.
실내악곡 중 으뜸으로 꼽히는 이 명곡을 새해 조금 특별한 형태로 감상했습니다. 지난 7일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이 마련한 신년음악회에서입니다.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를 작곡가 박혜진이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해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것인데요, 다섯 대의 현악기가 연주할 때와는 또 다르게 웅장하고 비장한 선율이 가슴을 벅차게 하더군요. 음악회 측은 이 곡을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희생자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음악회의 메인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는데요, 우람한 풍채만큼 연륜과 깊이가 물씬 느껴지더군요. 이 곡은 18살이던 김선욱이 최연소로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결승에서 연주한 곡이라고 하지요. 그 때문에 “김선욱이 졸면서도 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사실 이날 제가 눈을 떼지 못한 사람은 지휘자 성시연이었습니다. 솔티 콩쿠르, 말러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보스턴 심포니,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 헤바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잇달아 지휘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여성 지휘자죠. 기사로만 읽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말총머리에 블랙 턱시도를 입고 씩씩하게 걸어나온 그녀가 가슴을 딱 편 채 온 힘을 다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모습이 그렇게 당당해 보일 수 없더군요. 위트도 넘쳐서, 앙코르곡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에서 연주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박수가 터져 나오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객석을 돌아보며 ‘박수 좀 멈춰달라’는 손짓을 해 웃음이 나왔지요. 라벨의 ‘볼레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까지 신바람나게 마무리한 그녀가 마린 올솝을 잇는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뉴스레터엔 성시연 인터뷰를 비롯해 세계 여성 지휘자들의 이야기를 배달합니다.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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