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흥망, 결국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죠”
“한 집안이나 기업이 망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 500년간 유지되던 조선이 왜 망했는지 학교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늘 궁금증이 있었어요. 구한말 조선이 망한 원인, 일본이 흥한 원인을 알아야만 미래 세대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전공자지만 역사책을 낸 이유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20년 전 컨설팅 회사를 창업한 박경민(66) 모젤스 대표는 역사란 결국 사람이 일궈나가는 것이란 사실에 주목했다. 3년여간 연구 끝에 철종 원년인 1850년부터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나라가 망하는 1905년까지 55년간 한일 주요 인물 39명을 중심으로 역사를 들여다본 ‘한일 근대인물 기행’을 최근 출간했다.
19세기 말 조선과 일본이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까닭은 당시 양국 지도자의 인식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은 서양 오랑캐를 이기기 위해 서구를 배워야 한다고 각성한 다카스기 신사쿠(1839~1867) 같은 인물이 있었던 반면, 조선은 어떻게든 구체제를 수호하려는 흥선대원군 이하응(1821~1898)이 정권을 농단했다. 국왕 고종도 다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상당수 역사책에서 고종이 국권 수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제 침략으로 실패한 비운의 군주로 묘사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고종은 매관매직과 뇌물이 인사의 기본이었고, 사적 자금은 알뜰하게 챙긴 반면 국가 재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인물”이라고 했다. 조선에도 기회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 대표는 “김옥균이 갑신정변에 실패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정변 실패 후 이홍장과 담판을 지으러 청에 건너갔다가 암살당한 김옥균이 그래서 안타깝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18년 사업을 잠시 쉬고 있을 때 원래 좋아하던 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구한말 역사가 어설픈 미화로 덧칠돼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라가 망한 이유를 ‘조상 탓’에서 찾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 있지만, 후손들에게 ‘조상 탓’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과거 역사를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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