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가볍다고? 오히려 ‘위선’에 가장 분노한다

곽아람 기자 2023. 1. 14.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英美 인류·언어·역사·사회학자가 설문·인터뷰로 쓴 Z세대 보고서

GEN Z

로버타 카츠 외 지음|송예슬 옮김|문학동네|376쪽|1만7500원

“OK, Boomer(알겠다고, 이 꼰대야).”

2019년부터 영미권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 사이에서 대유행하기 시작한 말이다. ‘부머(Boomer)’는 ‘베이비부머’의 약자. 저자들은 말한다. “냉소적인 이 표현은 말로든 글로든 비꼬는 의미로 쓰이지만, 그와 동시에 윗세대가 준 유산에 대한 불만, 부머의 실수를 바로잡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할 막대한 책임이 Z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음을 부머들이 ‘이해 못 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이라는 부제가 곧 이 책의 주제다. 네 저자는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한 1995년을 전후해 태어난 Z세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 저자들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킹스 칼리지 런던 등에 교수 및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인류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포스트 밀레니얼 학생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다가 2016~2020년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Z세대를 파고들었다.

Z세대는 어른들의 도움 없이 낯선 디지털 세상을 항해해야 했기에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쳤다. 그래서 자신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온라인상 규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저자들과의 인터뷰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문자에 구두점을 많이 쓰는 편이고, 의미를 강조하려고 모든 알파벳을 대문자로 적고는 한다. 나는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있으면 양옆에 별표(*)를 붙인다. 그래서 어른들이 쓴 글을 보면 어색하게 느껴진다. 특히 모든 단어가 대문자로 쓰여 있으면 확 티가 난다. 요즘 애들은 웬만해선 대문자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문장이나 축약어 다음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상대방에게 화가 났다는 걸 암시하지만, 기성세대는 자주 마침표를 찍어 Z세대를 거슬리게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물결(~)이나 말줄임표(…)를 자주 쓰는 사람을 “아재요ㅠㅠ”라고 타박하는 것과 같은 맥락.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이 사람 저 사람 태깅(특정 사용자에게 알림이 가게 하는 일)하는 것도 Z세대에겐 예의 없는 행동이다. “태깅한다는 것은 상대와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진정성은 Z세대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 광고와 낚시성 글,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위선과 가식 등을 접하며 배신감과 환멸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Z세대는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스스로를 이상화하는 방식의 진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앱을 사용해 보정한 사진을 올리는 건 괜찮지만, 보정한 사진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거짓말하면 분노한다. 지난해 인플루언서 ‘프리지아’의 가짜 명품 논란에 젊은이들이 격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정성을 잃은 인플루언서의 구독을 ‘취소(canceling)’하는 ‘취소 문화’는 Z세대가 위선을 공론화하고 개인 또는 집단에 행동의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Z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인의 팔로잉을 취소하는 것이 그들의 생계 수단을 앗아가는 것과 동등한 무게를 갖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기성세대는 Z세대를 ‘유약한 응석받이’, (부서지기 쉬운) ‘눈송이 세대’라 부른다. 이들이 불안, 우울, 번아웃 등을 소셜미디어에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도 Z세대를 ‘약해 빠졌다’ 여기는 데 한몫한다. 그러나 Z세대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솔직하기에 찬사받을 만한 행동이다. 미국심리학회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15~21세 포스트 밀레니얼의 91%가 우울과 불안 등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성세대들은 소셜미디어가 Z세대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하지만 저자들과의 인터뷰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소셜미디어 덕에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Z세대의 고유한 특색을 짚으며 기성세대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책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에 과거 어느 세대보다 많은 ‘발언권’을 가졌으나 정작 ‘현실세계’에서는 무력하다 느끼는 Z세대의 좌절을 감싸안는다. 저자들은 말한다. “’오케이 부머’라는 말에 조롱이 아닌 협력의 의미를 덧입혀야 한다.” 원제 Gen Z, Explained.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