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연봉 묶인 교수들, 조정 신청에 소송도
대전대는 2009년 이후 14년간 교수 연봉을 딱 한 차례 약 1% 올렸다. 2009년은 정부 등록금 규제가 시작된 해다. 대전대 한 교수는 “친구들 연봉은 계속 오르는데 내 박사 학위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라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회의감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전대 교수노조는 대학측에 연봉 8.9% 인상을 요구 했으나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어려워 올려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이처럼 교수들은 임금을 올려달라 하고 대학은 손사래를 치면서 결국 중노위에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교수노조가 2020년 합법화되면서 조직이 생긴 뒤 벌어진 현상. 2021년까지 1건이던 게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6건으로 폭증했다. 합의에 이른 대학도 있지만 대부분 옥신각신하고 있다. 2012년 이후 교수 연봉이 동결된 홍익대에서는 그동안의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해달라는 교수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중노위로 넘어갔고, 3% 인상하라는 중재안이 나왔지만 학교법인이 거부, 행정소송으로 비화됐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 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지방대를 중심으로 교수들 처우는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부임 17년 차 부교수 연봉이 4000만원 정도”라며 “주변에선 ‘교수면 1억원은 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우리 대학은 정년을 앞둔 교수도 (1억원은)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학생 충원난에 재단 파행 운영 등이 겹친 경북 지역 대학 한 곳은 3년째 교직원 월급을 체불하고 있다. 이 대학 교수는 “30년 차 교수 기준으로 3년간 밀린 급여가 8700만원 정도”라면서 “애당초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데 이마저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서울 한 대학 보직 교수는 “(등록금 동결이 시작된 2009년 이후)교수 급여는 호봉 승급분을 제외하곤 1원도 안 올랐다”며 “매년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사실상 연봉이 매년 깎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학진흥재단 통계를 보면 2021년 전국 사립대 등록금 수입 총액은 9조9023억원.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 처음으로 10조원을 밑돌았다.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데 학생 수는 줄었기 때문이다. 등록금 수입 중 76.3%는 인건비. 10년 전 60.4%보다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등록금 수입은 줄었는데 인건비 규모는 줄지 않은 결과다. 등록금으로 교육 관련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가를 고려하면 등록금은 동결이 아닌 사실상 인하란 분석도 있다. 전국 4년제 일반대 작년 등록금은 1인당 평균 679만4000원으로, 등록금 규제가 시작되기 전 2008년(673만원) 대비 1% 올랐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실질 등록금을 계산했더니 2008년 823만7000원에서 작년 632만6000원으로 23.2%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다보니 정부 방침을 거슬러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는 대학도 나오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작년 말 대학 재정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등록금 인상 방침을 정했다. 동아대는 지난해 기준 등록금 수입 80.4%가 교직원 보수로, 15%가량은 교내 장학금으로 쓰여 시설 유지·관리에 쓸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강대·성균관대 등 상당수 서울 사립대는 학부 등록금은 놔두고 대학원생이나 외국인 유학생 학비를 올리는 우회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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