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가장 인간다운 인간’에게 상 주는 AI 대회
연초부터 AI 가 화두다. 이제는 말만 하면 AI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상까지 만든다. 국내 기업이 만든 ‘뤼튼(WRTN)’은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채용 공고나 광고 문구, 신문 기사까지 써준다. ‘메이크 어 비디오(Make-a-Video)’ 같은 알고리즘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바꿔주고, 텍스트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준다. AI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일까?
AI가 정말로 인간 수준에 가까워졌는지 시험하는 방법으로 튜링 테스트가 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제안한 것으로, 심사위원들이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텍스트로 대화하면서 상대가 인간인지 AI인지 구별해내야 하는 테스트다. 만약 심사위원들이 인간과 구별해낼 수 없는 AI가 나오면, 그 AI는 인간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면서 테스트 통과다.
미국의 발명가 휴 뢰브너는 1990년부터 매년 튜링 테스트를 개최해왔다. 상금 10만달러가 걸린 이 대회에서 아직까지 테스트를 통과해 뢰브너상을 받은 AI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AI와 함께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인간들이다. 심사위원들이 평가할 때 무작위로 반은 인간, 반은 AI와 대화하게 되는데 ‘가장 인간처럼 보인 인간’에게도 매년 상을 준다. 그 상 이름이 바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다. 어떻게 해야 가장 인간처럼 보일 수 있을까?
2009년에 이 상을 받은 과학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크리스천은 이 경험을 저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책읽는수요일)에 담았다. 과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그는 튜링 테스트가 기술 진보의 척도이기에 앞서 인간의 소통 행위에 관한 검사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어와 시간의 제약 속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가? 공감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누군가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인가?”
저자는 ‘인간다움’의 핵심에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고 말한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다. AI 시대가 마주한 문제의 본질은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닮아가는 우리 자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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